풀은 그곳에 있다. 열매는 때가 되면 맺힌다.
꽃은 열매가 열릴 거라고 알려주기도 하네.
나무는 맘껏 뽐내보라고 버텨주고, 산은 그저 웃는다.
그 자리에서 피었다가 지고 잠들었다가는 또 피어나는 풀, 열매, 꽃, 나무, 산. 부드러움과 따스함 속에 질기고 강함을 가지고 있는 자연. 눈길을 보내니 존재를 알리는 아름다운 자연을 자연스럽고 편안한 느낌으로 나의 힘을 빼고 담아본다.
저는 양평에 살고 있습니다. 강, 산, 바람, 풀 등 자연이 너무 아름다운 곳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저절로 느끼며 살고 있답니다. 잡초라고 불리는 수많은 작은 생명체가 그 자리에서 시간의 흐름에 맞춰 기지개를 폈다가 쉬기도 하고 그 다음엔 좀 더 많은 모습으로 나타내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람의 일상, 생활, 관계에 관한 고민이 작업과 연관되어 이어오던 중에 아름다운 자연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옮겨졌습니다. 양평에 살고 있는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의 맛을 느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일을 내 작업에서 찾기 시작했고 여러 해 사계절의 자연을 편안하게 느끼면서 관찰하고 누리다보니 작품에도 그러한 감성이 담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연이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하는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바쁜 마음은 바삐 움직이는 봄 자연에게 맡기고 작품에서 그림‘멍’을 같이 느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