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라크리마’ 한국 초연… 웨딩드레스 뒤 숨은 노동을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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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왕실 웨딩드레스 한 벌이 무대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Strasbourg)의 연극 <라크리마(LACRIMA)>가 따라가는 것은 드레스를 입는 공주가 아니라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시간을 일하는 사람들이다. 


성남문화재단이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라크리마>를 10월 2일과 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한국 초연한다. 2024년 초연된 작품은 아비뇽페스티벌을 비롯해 파리 오데옹극장, 런던 바비칸센터 등에서 공연됐다. 


이야기는 영국 왕실이 파리의 유서 깊은 오트 쿠튀르 메종에 공주의 웨딩드레스 제작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드레스는 파리의 패션 하우스에서 프랑스 알랑송의 레이스 공방, 인도 뭄바이의 자수 공방으로 이어진다. 8개월 동안 총 9,057시간의 노동이 투입되지만, 왕실 결혼식에서 드레스가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은 단 27분이다. 


<라크리마>는 이 극단적인 시간의 대비를 통해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의 뒤편을 들여다본다. 촉박한 마감과 장시간 노동, 철저한 비밀 유지 계약, 브랜드와 외주 제작소 사이의 관계가 하나의 드레스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제목 ‘Lacrima’가 라틴어로 ‘눈물’을 뜻한다는 점도 작품의 시선을 압축한다. 화려하게 빛나는 결과물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몸,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출발점에는 실제 사례도 있다. 다이애나 비의 웨딩드레스 제작 과정이 철저한 비밀에 부쳐졌던 이야기와 인도 자수 공방의 노동 환경 및 글로벌 생산 구조를 추적한 2020년 《뉴욕타임스》 조사 보도다. ‘비밀스러운 제작 과정’과 ‘보이지 않는 노동’이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이야기를 구축했다. 


파리·알랑송·뭄바이, 하나의 드레스가 연결한 세 도시 무대에서는 멀리 떨어진 세 도시가 동시에 움직인다. 파리에서는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 수석 책임자 마리옹이 디자이너의 구상을 현실로 옮기고, 알랑송에서는 레이스 장인 테레즈가 전통 기술로 섬세한 레이스를 짠다. 뭄바이에서는 자수 장인 압둘과 공방 디렉터 마노즈를 중심으로 진주와 실을 이용한 작업이 이어진다. 


특히 알랑송의 노동은 작품이 다루는 ‘아름다움의 시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자료에 따르면 작품 속 레이스 작업은 24시간 동안 단 1㎠가 완성될 만큼 긴 시간을 요구한다. 뭄바이의 장인들 역시 세대를 거쳐 이어진 기술로 화려한 문양을 만들어내지만, 반복되는 정밀 노동은 장인들의 신체에 흔적을 남긴다. 


공연은 세 도시를 단순히 차례로 보여주지 않는다. 무대 위 스크린의 분할 화면과 영상, 빠른 장면 전환을 통해 파리와 알랑송, 뭄바이의 서로 다른 시간대를 교차시킨다. 프랑스어를 중심으로 영어와 타밀어, 프랑스 수어가 함께 등장하는 다언어 구성 역시 서로 다른 문화와 노동 환경이 하나의 생산망 안에서 맞물려 있음을 드러내는 장치다. 


웨딩드레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보다 ‘누가 그것을 만들고 있는가’를 따라가다 보면, 한 벌의 옷은 자연스럽게 세계화된 생산 구조를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서로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같은 마감 시간을 향해 움직이고, 한쪽의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한 압력이 다른 곳의 노동으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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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을 만드는 사람들을 무대의 중심으로 

연출과 극작을 맡은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Caroline Guiela Nguyen)은 이주와 기억, 사회 제도 속 개인의 삶을 집단 서사로 풀어온 베트남계 프랑스인 연출가다. 장기간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현실의 경험과 허구를 결합하고,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들을 무대에 함께 세우는 작업을 이어왔다. 


2017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SAIGON>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2023년부터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과 연극학교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라크리마>에서도 그의 시선은 왕실이나 디자이너보다 완성된 옷 뒤에서 좀처럼 이름을 드러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향한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이 노동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장인의 기술 자체를 지워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이스와 자수, 오트 쿠튀르 제작에 축적된 지식과 숙련을 세밀하게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 기술을 지탱해 온 사람들의 몸과 노동 조건을 묻는다. 아름다움과 착취, 자부심과 고통을 간단히 둘로 나누기보다 서로 얽혀 있는 상태로 바라보는 것이다. 


극 중 장인들에게는 긴 침묵도 요구된다. 왕실 드레스 제작에 관한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관련 기록은 100년동안 봉인된다. 아름다움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조차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밀’은 명예이자 압박으로 작동한다. 작품은 결국 “비밀이 강요하는 침묵 속에서 우리를 파괴하는 것과 우리를 지켜내는 것 사이에 어떤 공간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간다. 


결혼식에서 27분 동안 빛날 드레스를 위해 누군가는 수천 시간을 보낸다. <라크리마>가 무대 위에 펼쳐놓는 것은 그 숫자의 차이만이 아니다. 우리가 완성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동안 시야 밖으로 밀려났던 시간과 기술, 그리고 사람의 몸이다. 화려한 드레스 한 벌을 바라보던 시선은 그렇게 조금씩 그것을 만든 손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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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연명 |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 <라크리마> 

공연일 | 2026.10.2(금) - 2026.10.3(토) 

공연시간 | 10.2(금) 19:30 / 10.3(토) 14:00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제작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국립극장(Théâtre national de Strasbourg) 

연출·극작 | 캐롤린 기엘라 응우옌(Caroline Guiela Nguyen) 

러닝타임 | 175분, 인터미션 없음 

관람연령 | 14세(2012년생) 이상 

티켓 | R석 9만 원 / S석 7만 원 / A석 5만 원 

언어 | 프랑스어, 일부 영어·타밀어·프랑스 수어 / 한글 자막 제공 

예매 | 놀티켓 1544-8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