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ance 2026, 울티마 베스부터 한·불 공동제작까지…세계 춤의 현재를 잇다

📅  2026.9.2(수) - 2026.9.19(토)
🏛️ 강동아트센터, 나루아트센터 등 서울 주요 공연장
❓ 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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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2026·시댄스 2026)가 9월 2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18건 24회의 공연을 통해 30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벨기에 울티마 베스의 아시아 초연작부터 독일 카셀주립무용단, 한국과 프랑스 예술가들의 공동제작까지, 개막 초반부터 서로 다른 문화와 신체 언어가 맞물리는 무대가 이어진다.


올해 주제는 ‘TRANS × TRANCE’다. ‘TRANS’가 국가와 문화, 장르와 세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움직임을 뜻한다면, ‘TRANCE’는 서로 다른 몸들이 움직임 속에서 몰입하고 연결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기술을 통해 끊임없이 접속하면서도 타인의 몸과 감각으로부터 멀어지는 시대, 축제는 몸이 우리를 다시 연결할 수 있는지 묻는다.


축제의 막은 벨기에 무용단 울티마 베스(Ultima Vez)가 올린다. 빔 반데케이부스(Wim Vandekeybus)가 1986년 창단한 울티마 베스는 강렬한 신체 움직임에 연극과 영화, 음악을 결합하며 세계 컨템포러리 댄스의 흐름을 만들어왔다. 반데케이부스는 데뷔작 'What the Body Does Not Remember'로 1988년 뉴욕 베시상(Bessie Award)을 받았으며, 이번 공연을 통해 7년 만에 SIDance 무대로 돌아온다.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이는 'VOID'는 사회적 규범의 바깥으로 밀려난 인물들을 중심에 세운다. 작품 속 ‘보이드’는 무가치한 공백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사회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가능성의 자리이기도 하다.


작품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누구에 의해 만들어지는지, 우리는 타인의 다름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질문한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울티마 베스의 무대 언어가 익숙한 형식에 머물지 않고 여전히 거칠고 위태로운 에너지로 작동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공연이다. 'VOID'는 9월 2일 오후 8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에서 열린다.


이어 독일 카셀주립무용단(TANZ_KASSEL)이 9월 4일 오후 7시 30분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에 오른다. 2021/22 시즌 출범한 이 단체는 하나의 고정된 미학을 반복하기보다 작품마다 객원안무가와 협업하며 새로운 움직임의 언어를 모색해왔다.


내한작 '황홀경에 대하여-변형된 교향곡(Let’s Talk About Trance–Transmuted Symphony)'의 안무는 2026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 수상자 안드레아 페냐(Andrea Peña)가 맡았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캐나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페냐는 안무와 산업디자인,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정체성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펑크와 트랜스, 의례의 에너지를 끌어들인 작품에서 무용수의 몸은 삶과 죽음, 물질과 비물질 사이를 오간다. 반복되는 리듬과 강한 움직임은 무대를 감상의 대상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집단적 몰입이 일어나는 장소로 바꾼다. 올해 SIDance가 내세운 ‘TRANCE’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페냐는 이 작품으로 2026 독일연극상 ‘DER FAUST’ 안무 부문 후보에 올랐다.


국제공동제작은 축제의 주제를 또 다른 방향으로 확장한다. 한국과 벨기에 수교 125주년을 기념해 울티마 베스의 작품을 개막작으로 초청한 데 이어,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프랑스 시네쿠아논아트(SINE QUA NON ART)와 한국의 전복된 해부학적 풍경(SAL)이 공동제작한 '욕망은 혼란을 부른다'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신체 언어가 하나의 무대에서 관계를 형성해가는 과정을 다룬다.


로프에 묶이고 꽃으로 장식된 무용수들의 몸은 움직이는 설치처럼 배치된다. 로프는 욕망과 관계, 사회적 구속을 드러내는 동시에 서로의 몸을 잇는 매개가 된다. 꽃 역시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고 피어남과 소멸, 욕망과 상처, 생명과 죽음이 공존하는 이미지로 기능한다.


개인의 욕망에서 출발한 움직임은 점차 집단의 의례로 변한다. 서로를 속박하던 몸들은 충돌과 협상을 거쳐 새로운 관계를 구성한다. 무용수 최호종도 이번 공동제작 무대에 참여한다.


대극장 작품과 다른 밀도의 공연도 축제 초반을 채운다. 9월 3일 오후 8시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는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영국 출신 안무가 토마스 눈(Thomas Noone)의 '사기꾼(Impostor)'과 한국·일본·캐나다 안무가들의 공동창작 'ANY' 등이 공연된다.


'사기꾼'은 자신의 성취를 믿지 못하고 언젠가 실체가 드러날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히는 ‘가면증후군’을 몸의 움직임으로 탐색한다. 무용수는 자신감과 의심, 드러내려는 욕망과 숨으려는 충동 사이를 오가며 오늘날 개인이 내면화한 불안을 비춘다.


JKC 프로젝트의 'ANY'는 한국의 정재우, 일본의 츠치다 타카요시, 캐나다·프랑스의 샤를 브레카르가 함께 만든 작품이다. 가면을 쓴 세 인물과 거대한 문틀을 중심으로 국경과 이념, 정체성의 경계가 사람을 구분하고 배제하는 방식을 풍자한다. 동시에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기 위해 충돌하고 협상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SIDance 2026의 초반부는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난 존재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집단적 트랜스, 욕망으로 얽힌 몸들의 의례, 국경을 넘어선 공동창작으로 이어진다. 작품의 형식과 배경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몸이 한 공간에서 함께 존재할 방식을 찾는다는 점에서 올해의 주제와 만난다.


주요 공연은 대학로와 서초동 등 익숙한 공연예술 중심지가 아닌 강동아트센터와 새롭게 단장한 나루아트센터 등 서울 동부권 무대에서도 펼쳐진다. SIDance는 지역 문화재단과의 공동 기획을 통해 세계의 춤을 소개하는 데서 나아가 서울의 서로 다른 지역과 관객을 하나의 축제로 연결한다.


몸은 타인과 나를 가르는 가장 분명한 경계이면서 서로의 감각에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언어이기도 하다. SIDance 2026은 그 양면성 위에서 분열보다 연결을, 경쟁보다 공존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