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아티스트 박재영의 작품 속 주인공은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물, 그 세계 속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해양 생물이다. 수중에서의 그들의 본연의 모습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만의 ‘밀리미터의 세계(planet of millimeters)’ 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작품 속의 바다는 마치 우주에서 유영하는 듯 고요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일관된 주제는 빛과 기다림이다. 물속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빛을 매개로 심해의 작은 생명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피사체와 배경에 각각 설치하는 라이팅을 통해 생물의 색을 드러나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감정까지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어떤 빛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피사체를 표현 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생물이 거대한 낯선 존재를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피하기 마련인데, 그 두려움의 눈빛을 박재영의 사진에서는 볼 수가 없다. 오히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를 마주하는 것 같다. 촬영 대상을 찾으면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보통 한 시간 또는 그 이상을 물속에서 기다려야만하는 지난한 기다림의 시간들이 그들과의 깊은 교감이 사진의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바다 속 깊은 세상, 그 곳을 살아가는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생물들과의 만남과 그 소통의 기록을 작품으로 담아내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