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빠산으로 향하다
기회만 생기면 배낭 메고 산으로 숲으로 떠나는 나지만, 이번엔 재능기부여행을 위해 배낭은 물론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미얀마를 찾았다. 그리고 ‘인레’와 ‘껄로’라는 마을에서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마치고 ‘바간’이란 도시에 머무를 때의 일이다. 여행 막바지가 되어감과 동시에 사람을 녹여버릴 듯 한 바간의 뜨거움에 숙소에 한껏 늘어져있던 때, 동행인 사진작가 준호씨가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차 타고 1시간만 가면 산 위에 기가 막힌 사원이 있대요. 한번 가볼래요?”
산을 좋아하는 난 늘 여행하면 그 나라, 그 지역의 산을 찾는다. 산을 못 가면 작은 언덕이라도, 언덕을 못 가면 숲이라도 찾는 나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하이킹 기회가 없어 섭섭하던 차였다. 그렇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신명이 났다. 사진작가 송준호 씨, 그리고 대학 동기이자 미술강사인 예린, 그리고 나. 우리는 부랴부랴 뽀빠산(Popa)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물론 배낭엔 미술도구를 바리바리 챙겨서!
정면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뽀빠산. 꼭대기에 사원이 있다.
절벽 끝에 위치한 사찰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를 통일하기 위한 일환으로 다양한 민족들의 신앙을 하나로 묶어 뽀빠산 봉우리 위에 거대한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 후 정령신앙의 본거지로 추앙받아 왔음은 물론, 특히 정령신인 '나트(Nat)'를 기리기 위해 열리는 4월의 나트 축제 기간에는 하루에 수천 명에 달하는 순례자들이 찾기도 한다.
비포장 도로 위를 덜컹거리며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뽀빠산. 산 입구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절벽 끝에 사원이 우뚝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우리가 저길 올라간다고?’하는 표정이었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니 사찰로 향하는 계단이 잘 놓여 있었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777개의 개단을 올라야 했는데 그 길엔 상점과 원숭이들이 즐비했고, 많은 불상과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 또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선 사원, 그곳에서 우릴 기다린 건 탁 트인 풍경이었다!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는 원숭이가 있다.
뽀빠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뽀빠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완곡하고 부드러운 낮은 구릉들, 색색의 작은 지붕과 마을, 조그맣지만 반짝이는 사찰과 불상들. 위에서 내려다보며 과연 불교국가임을 실감했다. 그리고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탁 트인 풍경 앞에서 우리는 드로잉북과 팔레트를 펼쳤다.
뽀빠산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
뽀빠산 위에서 그림버스킹을 하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풍경과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드로잉북과 팔레트를 펼쳤다. 예린이는 예린이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을 작은 종이에 담기 시작했고 사진작가 준호씨는 그런 풍경과 함께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어느덧 뽀빠산을 찾은 사람들은 우릴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재료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외국인을 보니 신기했나 보다. 문득 그렇게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한마디 던졌다.
“같이 그릴래요?”
처음엔 쑥쓰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던 사람들에게 “왜? 잘 못해도 돼. 그냥 즐기는 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용기를 건네자 조금 머뭇거리던 몇몇의 사람들은 색연필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낯선 곳, 낯선 이들과의 그림 그리기. 미얀마 친구들, 프랑스에서 온 여행자 커플, 예린과 나, 그리고 준호. 우리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그리기 쇼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그림 버스킹’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림 버스킹 참여한 여행자들은 곧 그림에 빠져들었다.
약 30분간의 드로잉 시간 동안 우리는 드로잉에 몰입하며 더욱더 풍경 속에, 이 순간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드로잉을 끝내고 서로의 그림을 바라본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게 이 곳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림에는 각자만의 시각과 스타일이 묻어나 있었다.
순간을 담은 사진작가 송준호 사진 작가
프랑스 커플이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봐. 그런데 여행지에서 내가 보는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보는 이 경험 덕분에, 이 특별한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아. 고마워!"
빠른 시간내에 그림을 완성하고 한 컷
뽀빠산에서 지는 일몰은 황홀 그 자체였다.
국적과 종교, 문화가 달라도, 말은 완벽하게 잘 통하지 않아도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통해 이 순간을 더욱 세밀하게 기억하는 것.
내게도 정말 근사한 경험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더 쉽게 그림을 통해 여행을 자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글: 김강은, 사진: 김강은, 송준호
뽀빠산으로 향하다
기회만 생기면 배낭 메고 산으로 숲으로 떠나는 나지만, 이번엔 재능기부여행을 위해 배낭은 물론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미얀마를 찾았다. 그리고 ‘인레’와 ‘껄로’라는 마을에서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마치고 ‘바간’이란 도시에 머무를 때의 일이다. 여행 막바지가 되어감과 동시에 사람을 녹여버릴 듯 한 바간의 뜨거움에 숙소에 한껏 늘어져있던 때, 동행인 사진작가 준호씨가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차 타고 1시간만 가면 산 위에 기가 막힌 사원이 있대요. 한번 가볼래요?”
산을 좋아하는 난 늘 여행하면 그 나라, 그 지역의 산을 찾는다. 산을 못 가면 작은 언덕이라도, 언덕을 못 가면 숲이라도 찾는 나였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하이킹 기회가 없어 섭섭하던 차였다. 그렇기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갑자기 신명이 났다. 사진작가 송준호 씨, 그리고 대학 동기이자 미술강사인 예린, 그리고 나. 우리는 부랴부랴 뽀빠산(Popa)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물론 배낭엔 미술도구를 바리바리 챙겨서!
정면의 우뚝 솟은 봉우리가 뽀빠산. 꼭대기에 사원이 있다.
절벽 끝에 위치한 사찰
다민족 국가인 미얀마를 통일하기 위한 일환으로 다양한 민족들의 신앙을 하나로 묶어 뽀빠산 봉우리 위에 거대한 사원을 세웠다고 한다. 그 후 정령신앙의 본거지로 추앙받아 왔음은 물론, 특히 정령신인 '나트(Nat)'를 기리기 위해 열리는 4월의 나트 축제 기간에는 하루에 수천 명에 달하는 순례자들이 찾기도 한다.
비포장 도로 위를 덜컹거리며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뽀빠산. 산 입구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절벽 끝에 사원이 우뚝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우리가 저길 올라간다고?’하는 표정이었지만 막상 다가가서 보니 사찰로 향하는 계단이 잘 놓여 있었다.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는 777개의 개단을 올라야 했는데 그 길엔 상점과 원숭이들이 즐비했고, 많은 불상과 기도를 올리는 신도들 또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선 사원, 그곳에서 우릴 기다린 건 탁 트인 풍경이었다!
사원으로 올라가는 길 곳곳에는 원숭이가 있다.
뽀빠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
뽀빠산에서 내려다보이는 완곡하고 부드러운 낮은 구릉들, 색색의 작은 지붕과 마을, 조그맣지만 반짝이는 사찰과 불상들. 위에서 내려다보며 과연 불교국가임을 실감했다. 그리고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탁 트인 풍경 앞에서 우리는 드로잉북과 팔레트를 펼쳤다.
뽀빠산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
뽀빠산 위에서 그림버스킹을 하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풍경과 찰나의 순간을 담기 위해 드로잉북과 팔레트를 펼쳤다. 예린이는 예린이대로, 나는 나대로 우리가 바라보는 풍경을 작은 종이에 담기 시작했고 사진작가 준호씨는 그런 풍경과 함께 우리의 모습을 담았다. 그리고 어느덧 뽀빠산을 찾은 사람들은 우릴 구경하기 시작했다. 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 재료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리는 외국인을 보니 신기했나 보다. 문득 그렇게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함께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한마디 던졌다.
“같이 그릴래요?”
처음엔 쑥쓰러워하며 손사래를 치던 사람들에게 “왜? 잘 못해도 돼. 그냥 즐기는 거야!”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용기를 건네자 조금 머뭇거리던 몇몇의 사람들은 색연필을 집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낯선 곳, 낯선 이들과의 그림 그리기. 미얀마 친구들, 프랑스에서 온 여행자 커플, 예린과 나, 그리고 준호. 우리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지만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그림 그리기 쇼가 아닌,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그림 버스킹’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림 버스킹 참여한 여행자들은 곧 그림에 빠져들었다.
약 30분간의 드로잉 시간 동안 우리는 드로잉에 몰입하며 더욱더 풍경 속에, 이 순간에 깊숙이 빠져들었다. 그리고 드로잉을 끝내고 서로의 그림을 바라본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게 이 곳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림에는 각자만의 시각과 스타일이 묻어나 있었다.
순간을 담은 사진작가 송준호 사진 작가
프랑스 커플이 우리에게 이야기했다.
"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봐. 그런데 여행지에서 내가 보는 풍경을 그림으로 담아보는 이 경험 덕분에, 이 특별한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아. 고마워!"
빠른 시간내에 그림을 완성하고 한 컷
뽀빠산에서 지는 일몰은 황홀 그 자체였다.
국적과 종교, 문화가 달라도, 말은 완벽하게 잘 통하지 않아도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통해 이 순간을 더욱 세밀하게 기억하는 것.
내게도 정말 근사한 경험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더 쉽게 그림을 통해 여행을 자연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글: 김강은, 사진: 김강은, 송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