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 살아가면서 아마 한 번쯤 이러한 바람을 가져본 적 있을 겁니다. ‘잠을 조금만 자고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으면서, 깨어있는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특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법한 수험생 및 공시생들과 기업 CEO, 또는 교대 근무나 육아 등으로 잠을 적게 잘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바람의 주인공들일 겁니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최근 수면에 관한 연구들 속에서 평균 수면 권장시간보다 잠을 훨씬 적게 자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2009년도에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과학 학술 저널인 Science를 통해 처음 보고가 되며 이들의 존재가 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짧은 잠을 자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여 Natural Short Sleeper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처음 이들이 발견되었던 당시 이들이 가진 DNA 유전체를 조사해본 결과 DEC2라는 유전자에 아주 미미한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DNA에는 A(아데닌), G(구아닌), C(사이토신), T(티민)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하며 이중나선의 구조로 된 염기 쌍 서열(base pairs sequence)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특정 길이만큼의 염기 쌍 서열이 하나의 유전자로써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앞서 보고된 Short Sleeper들의 경우, 인간 염색체 12번에 위치한 DEC2 (약 5,101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유전자 안에 단 하나의 염기가 돌연변이(C염기가 G염기로 대체 변이)됨으로써 생긴 경우였습니다. 단 한 개의 염기쌍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은 가히 어마어마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해 수면 시간이 짧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깊이 라든가 질적인 측면에서는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베일에 감춰진 short sleeper들의 정체를 발견한 이래로, 약 10년이 지나 또 다른 short sleeper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가족이었습니다. 이들은 삼대 째 연속으로 하루 평균 4.5시간씩 잠을 자 왔다고 말했는데, 연구진이 조사해본 결과 이 가족의 DNA로부터 어떠한 DEC2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수면 및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뇌간 부위(특히, 배측 뇌교 부위)에서 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ADRB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케이스였습니다.
DEC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정상인 수면 시간 기준 약 1~2시간 정도 감소시켰던 반면, 이번에 발견하게 된 ADRB1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하루 평균 약 3-4시간까지 수면의 길이를 줄여주는 유전자 돌연변이였던 것입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 꿈꿔 보았던 짧은 잠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알고 보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매일 같이 하루 평균 권장 수면 시간보다 잠을 훨씬 적게 잔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나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요?! 관련 연구진은 더 많은 유전자 조사와 행동 특성 연구들을 병행하며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해였던 2019년도, 또 다른 권위 있는 학술지인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지에 새로운 유형의 short sleepers가 보고된 것입니다. 약 400만 분에 1의 확률로 나타난다는 NP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들이었고,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게 되면 총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넘어서 수면부족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조차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발견에 연구진은 short sleeper들의 보다 다양한 특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들(짧은 수면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에 비해 생리학적 이점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성격이 더 낙천적이고, 활력이 넘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 또한 더 뛰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통증도 더 잘 견뎌낼 수 있는가 하면, 시차에 더 쉽게 적응하며, 심지어 더 오래 산다는 주장까지도 연구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 정식 보고된 short sleep 유전자의 개수는 약 세 개뿐이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short sleep 유전자 연구를 통해 수면에 대한 베일을 차차 벗겨나갈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역사 속 나폴레옹이나 에디슨도 하루에 4-5시간씩 잠을 자며 생활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짧은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를 떠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얻게 된 타고난 기질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수면에 대한 비밀이 점차 밝혀져 감에 따라,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를 따라 잠을 무작정 줄인다거나 다른 사람의 수면 패턴을 따라 나의 것을 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의 고유한 생체리듬과 나만을 위한 최적의 수면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Short sleeper들의 발견은 잠을 적게 자고도 더 질 좋은 수면과 생활 효율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오랜 상상 속 바람에 작은 기대감을 채워줄 만한 소식처럼 들려옵니다.
어쩌면 후대에는 이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적게 자고도 더욱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신기술을 얻게 되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아직까지 미처 밝혀지지 않은 단점들로 인해 자연선택의 과정 속에서 영원히 도태되어 사라지게 될까요? 어느 쪽이든,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앞에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짧은 잠 유전자’의 발견
현대 사회에 살아가면서 아마 한 번쯤 이러한 바람을 가져본 적 있을 겁니다. ‘잠을 조금만 자고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으면서, 깨어있는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입니다. 특히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고 여겨질 법한 수험생 및 공시생들과 기업 CEO, 또는 교대 근무나 육아 등으로 잠을 적게 잘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모두 이러한 바람의 주인공들일 겁니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최근 수면에 관한 연구들 속에서 평균 수면 권장시간보다 잠을 훨씬 적게 자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인 2009년도에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과학 학술 저널인 Science를 통해 처음 보고가 되며 이들의 존재가 학계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선천적으로 짧은 잠을 자고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여 Natural Short Sleeper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고, 처음 이들이 발견되었던 당시 이들이 가진 DNA 유전체를 조사해본 결과 DEC2라는 유전자에 아주 미미한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DNA에는 A(아데닌), G(구아닌), C(사이토신), T(티민)이라는 네 종류의 염기가 서로 상보적으로 결합하며 이중나선의 구조로 된 염기 쌍 서열(base pairs sequence)을 만들게 되는데, 이때 특정 길이만큼의 염기 쌍 서열이 하나의 유전자로써 기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앞서 보고된 Short Sleeper들의 경우, 인간 염색체 12번에 위치한 DEC2 (약 5,101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진) 유전자 안에 단 하나의 염기가 돌연변이(C염기가 G염기로 대체 변이)됨으로써 생긴 경우였습니다. 단 한 개의 염기쌍 변화가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은 가히 어마어마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돌연변이에 의해 수면 시간이 짧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깊이 라든가 질적인 측면에서는 정상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베일에 감춰진 short sleeper들의 정체를 발견한 이래로, 약 10년이 지나 또 다른 short sleeper들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바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가족이었습니다. 이들은 삼대 째 연속으로 하루 평균 4.5시간씩 잠을 자 왔다고 말했는데, 연구진이 조사해본 결과 이 가족의 DNA로부터 어떠한 DEC2 유전자 돌연변이도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새로운 유전자 돌연변이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수면 및 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뇌간 부위(특히, 배측 뇌교 부위)에서 활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ADRB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케이스였습니다.
DEC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을 정상인 수면 시간 기준 약 1~2시간 정도 감소시켰던 반면, 이번에 발견하게 된 ADRB1 유전자 돌연변이의 경우 하루 평균 약 3-4시간까지 수면의 길이를 줄여주는 유전자 돌연변이였던 것입니다.
많은 현대인들이 한 번쯤 꿈꿔 보았던 짧은 잠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알고 보면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셈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매일 같이 하루 평균 권장 수면 시간보다 잠을 훨씬 적게 잔다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수면 부족으로 인한 만성피로나 무기력증,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요?! 관련 연구진은 더 많은 유전자 조사와 행동 특성 연구들을 병행하며 이러한 물음에 답을 찾아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해였던 2019년도, 또 다른 권위 있는 학술지인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지에 새로운 유형의 short sleepers가 보고된 것입니다. 약 400만 분에 1의 확률로 나타난다는 NPSR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람들이었고, 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게 되면 총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넘어서 수면부족으로 인한 기억력 감퇴 등의 문제조차 겪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발견에 연구진은 short sleeper들의 보다 다양한 특성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들(짧은 수면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오히려 일반인에 비해 생리학적 이점을 더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까지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예를 들면 성격이 더 낙천적이고, 활력이 넘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 또한 더 뛰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더해 통증도 더 잘 견뎌낼 수 있는가 하면, 시차에 더 쉽게 적응하며, 심지어 더 오래 산다는 주장까지도 연구 결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학계에 정식 보고된 short sleep 유전자의 개수는 약 세 개뿐이지만, 관련 연구자들은 앞으로 더 많은 short sleep 유전자 연구를 통해 수면에 대한 베일을 차차 벗겨나갈 계획이라고 하였습니다.
사실 역사 속 나폴레옹이나 에디슨도 하루에 4-5시간씩 잠을 자며 생활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짧은 잠을 잘 수 있는 능력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를 떠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 얻게 된 타고난 기질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수면에 대한 비밀이 점차 밝혀져 감에 따라, 우리는 더 이상 누군가를 따라 잠을 무작정 줄인다거나 다른 사람의 수면 패턴을 따라 나의 것을 맞추려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의 고유한 생체리듬과 나만을 위한 최적의 수면 시간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Short sleeper들의 발견은 잠을 적게 자고도 더 질 좋은 수면과 생활 효율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오랜 상상 속 바람에 작은 기대감을 채워줄 만한 소식처럼 들려옵니다.
어쩌면 후대에는 이 유전자의 비밀을 밝혀냄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적게 자고도 더욱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신기술을 얻게 되지는 않을까요? 아니면 아직까지 미처 밝혀지지 않은 단점들로 인해 자연선택의 과정 속에서 영원히 도태되어 사라지게 될까요? 어느 쪽이든,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머지않은 미래에 더 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우리 앞에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