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로절린드 크라우스 - 언더 블루 컵


깊은 상처에서 부활한 예술의 의미


미술계의 거장, 로절린드 크라우스가 직면한 극적인 사건—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기억 상실—은 그녀의 최신 저서 "언더 블루 컵"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단순한 회복 이야기를 넘어, 현대 예술의 근본적인 의미와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미학적 도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1999년, 치명적인 뇌 손상을 겪은 크라우스는 언어와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며, 의미 있는 세계와의 연결고리마저 잃어버렸다. 이후, 그녀는 인지 재활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회복 여정을 시작한다. "언더 블루 컵"이라는 제목은 재활 과정에서 사용된 암기 카드에서 가져온 것으로, 기억 회복의 상징적인 매체로서 큰 의미를 지닌다.


크라우스는 이 책을 통해, 포스트미디엄 예술이 직면한 '의미의 상실'과 이를 둘러싼 현대미술의 여러 조류—설치미술, 관계미학, 안티 화이트 큐브 미학, 개념미술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비판을 제시한다.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예술이 의미를 생성하는 기반이 송두리째 휩쓸려간 결과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회복 과정을 통해 매체와 자아, 시간의 근본적인 관계를 재조명한다.


이론과 개인적 경험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언더 블루 컵"은 단순히 읽는 즐거움을 넘어 생각과 탐구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이 책은 예술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포스트미디엄 조건 아래에서 예술이 가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크라우스의 글쓰기는 뇌졸중에서의 회복이 단지 언어를 되찾는 과정만이 아니라, 예술과 삶에서 의미를 찾는 여정임을 보여준다. 알파벳 구조에 따라 배열된 아포리즘은 독자에게 독특한 구성 방식을 통한 텍스트적 즐거움을 선사하며, 60여 장의 컬러 화보는 시각적 즐거움까지 더한다.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언더 블루 컵"은 예술, 기억, 그리고 인간 정신의 놀라운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비판적으로 재평가하며, 예술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언더 블루 컵 -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예술
로절린드 크라우스 글
최종철 옮김
현실문화
2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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