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우연의 계측-무겹≫ - 용환천


2021. 08. 23 ~ 2021. 09. 26

오매갤러리

위치: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9길 16 (성수동)

관람시간: 12 - 18시

전시 문의: 010-3780-2222, omaegallery@gmail.com

관람 예약: 070-7578-5223



오매갤러리에서 용환천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 <우연의 계측-무겹>이 2021년 8월23일~9월26일 진행된다. 


작품의 제작을 위한 계획 그리고 실행 과정에서의 변화가 우리네 삶의 순환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서 비롯된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의 테마이다. 화려한 색으로 정교하게 나뉘어진 기하학적 이미지는 어린 시절 마주한 흙담의 갈라진 선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현대미술의 색감이 반영된 결과다. 



우연의 계측-Inside out, acrylic & oilbar on canvas, 72.5 x 50cm, 2020 © 용환천, 오매갤러리


삶이 어지럽게 흩어지는 순간이면 작가는 펜을 들고 다양한 색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인생의 문제도 함께 정리되는 심리적 안도감이 왔다. 규칙도 룰도 없는 세계에서 작가가 만든 선들이 화면 안에 질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표현대로 ‘우연인 줄 알았지만 필연이었고, 필연이라고 믿었지만 우연에 불과했던 것들’이 응축된 결과물인 것이다. 


화려한 기하학적 이미지는 커다란 육면체를 점점 조각내 가면서 만들어 나간다. 처음의 색을 조금 남겨두고 다른 색을 겹치고, 다시 그 부분을 일부 남겨두고 다른 색을 겹치는 과정이 무한 반복된다. 최초의 색이 남겨진 부분과 두 겹, 세 겹, 무수한 겹이 쌓인 부분이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병치되어 가장 먼저 칠한 바닥의 색과 가장 나중에 칠한 맨 윗면의 색이 겹겹의 레이어로 쌓인 구조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이 과정을 살펴보는 것 자체가 작품 감상의 출발점이다. 겹친 색의 모습을 보기 위해 미리 셀로판지에 색을 칠해 겹쳐보지만, 실제 화면 속에서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고, 이 작은 변화는 뒤로 이어질 과정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친다. 작가는 이를 “마침내 작품이 어떤 두드러진 형태를 드러냈을 때 우연의 실체가 시각화되기 시작한다. 우연과 필연의 조우와 엉킴에서 단순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형태, 색과 질감이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우발적 효과는 필연이 되고, 예측 가능하다고 여겼던 부분은 우연으로 흡수된다.” 라고 설명한다.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는 우리의 삶이 계획과 실천 사이의 빗나감, 작은 간극, 그에 맞춘 계획의 수정, 그 속에서의 우연, 행운과 불운, 그리고 새로운 계획으로 이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우연의 계측-무겹>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 전시의 제목이자 작품의 테마다. 


Layer, acrylic & oilbar on canvas, 90.9 x 60.6cm, 2021© 용환천, 오매갤러리


“사람은 과거로 형성되는 거잖아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작품 속에는 작가의 삶의 경험과 맞닿은 여러 영감의 원천들이 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성장하며 흙벽과 흙담의 갈라진 틈을 따라 상상의 무아지경에 빠졌던 미로 찾기 시간은 가로와 세로를 가로지르는 작품의 형태에 모티브가 되어 주었고, 대학원 졸업 후 떠난 아프리카에서의 시간들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과감하게 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레지던시에서 머무는 동안 도조 대신 다양한 색상의 잉크와 펜촉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 삶이 어지럽게 흩어지는 순간이면 작가는 펜을 들고 다양한 색으로 선을 긋기 시작했고 그러면 신기하게도 인생의 문제도 함께 정리되는 심리적 안도감이 왔다. 규칙도 룰도 없는 세계에서 작가가 만든 선들이 화면 안에 질서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우연인 줄 알았지만 필연이었고, 필연이라고 믿었지만 우연에 불과했던 것들이 인생이었다. 긴 시간을 꿋꿋하게 인내하며 아름다운 색의 하모니로 만들어낸 작가의 깨달음이 쌓여 만든 작품인 셈이다. 


전시는 9월26일까지 (관람예약 070-7578-5223)





<작가의 말>

마침내 작품이 어떤 두드러진 형태를 드러냈을 때 우연의 실체가 시각화되기 시작한다. 우연과 필연의 조우와 엉킴에서 단순하면서도 예기치 못한 형태, 색과 질감이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우발적 효과는 필연이 되고, 예측 가능하다고 여겼던 부분은 우연으로 흡수된다.





About Artist


용환천

용환천 작가는 홍익대학교 도예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그레잇모어 레지던시 등에서 수학하였으며, 홍익대 및 숙명여대 강사 및 부곡도방(釜谷陶房) 디자인 실장을 역임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한국의료재단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