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Play-Ground》 - 정명조

2020. 10. 22 - 2020. 12.06

아트사이드 갤러리

위치: 서울 종로구 통의동 33번지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 10 am - 6 pm | 월요일, 공휴일 휴관

전시 문의: +82 2 725 1020, info@artside.org



‘진짜와 가짜, 아름다움의 놀이터’
깊어진 주제의식으로 7년 만의 개인전을 갖는 정명조의 신작


THe Paradox of Beauty #19-03, Oil on canvas, 80x100cm, 2019 ⓒ정명조, 아트사이드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020년 10월 22일부터 12월 6일까지 《Play-Ground》을 개최한다. 정명조(b.1970)는 ‘얼굴을 보이지 않는 여인’을 통해 여성과 아름다움의 문제를 조명해 왔다. 일관된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꾸준한 호평을 받은 작가는 2013년 《The paradox of beauty》 이후 7년 만에 더욱 깊어진 시선으로 아트사이드 갤러리를 찾아온다.

정명조의 작품에는 언제나 한복을 입은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극사실주의(Hyperrealism) 기법을 사용해 정밀하게 그려낸 의복과 장신구는 마치 사진인 것처럼 정교하다.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복식을 떠올리게 하는 집요함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누군가에게는 디테일에 따른 전통의 아름다움을,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의 유지에 부과된 통증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익명의 모습을 통해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을 내맡기는 것이 작가의 의도라고 할 수 있다. 


Play-Ground #20-02, oil on canvas, 116.7x72.7cm, 2020 ⓒ정명조, 아트사이드 갤러리


《Play-Ground》,
아름다움의 역설이 자유롭게 노니는 놀이-터


이번 전시의 제목인 ‘Play-Ground’는 ‘놀이-터’로 번역할 수 있다. 작가는 아름다움의 가치가 내포하는 역설적 의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사실은 그것이 일종의 자유로운 ‘놀이’임을 드러내고자 한다. 작품 속 여인의 돌아볼 듯 말 듯한 기묘한 동세, 그리고 문인화와 일월오봉도 위에서 노니는 듯한 모습을 통해 그들 역시도 아름다움이라는 놀이에 공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신작에서는 사실적인 묘사와 질감 표현이 더욱 두드러진다.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사진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정교함을 통해 작가는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의 의미를 계속해서 되묻게 한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가 느끼는 주관적 영역이기도 하므로, 관객 역시 그 놀이 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다.


The Paradox of Beauty #19-02 부분, Oil on canvas, 162.2x112cm, 2019 ⓒ정명조, 아트사이드 갤러리


“Follow me, Follow back”
눈에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세상에서


작품 속 여인은 어떠한 말도, 사연도 보여주지 않는다. 뒤돌아 침묵하는 대상을 보며 관객은 각자 나름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이는 SNS를 통해 익명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요즘의 세태를 닮았다. ‘Follow’라는 행위를 통해 연결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기 어렵다. SNS의 피드(feed) 속에는 상대방이 공유한 포장된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모든 현실감이 지워진 사진에서는 상처와 고뇌, 슬픔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사진’이지, ‘보이지 않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SNS는 서로의 마음이 확인되지 않는 일종의 놀이터(playground)가 된다.


Play-Ground #20-06, oil on canvas,112x162cm, 2020 ⓒ정명조, 아트사이드 갤러리


이번 전시에서는 다채로운 배경들이 돋보인다. 사군자, 문인화 등 축제처럼 보이는 듯한 배경 앞에서 여인들은 적극적으로 놀이에 공모한다. 그들은 관객이 어떤 이야기든 던져주기를 바라며 진심을 숨기고 있다. 작품의 서사는 이들 사이의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완성된다.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작품이 마치 사진처럼 보이는 것 역시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About Artsit


정명조(b.1970)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학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관훈갤러리, 인사아트센터,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독일, 홍콩, 중국 등 해외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