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레퍼런스, 최성임·강주리·오연진 3인전 ‘Dear Collectors, Yes, You’ 선보여



📅 2026.8.6(목) - 2026.9.5(토)

🏛️ 더레퍼런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24길 44 B1F·2F

⏰ 화요일 - 토요일 11:00 - 18:00

🎉 오프닝 리셉션 2026.8.6(목) 17:00 - 19:30

❓ space@the-ref.kr / 070-4150-3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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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레퍼런스가 8월 6일부터 9월 5일까지 최성임, 강주리, 오연진의 3인전 ‘Dear Collectors, Yes, You’를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전속작가제 지원으로 마련된 전시로, 세 작가의 신작과 기존 작업을 함께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소장해본 적 없는 관람객을 먼저 ‘컬렉터’라고 부르는 데서 시작한다. 작품 구매를 전시의 결론으로 두기보다, 한 작품 앞에 멈추고 관계를 맺는 순간을 컬렉션의 출발점으로 바라본다. 예술을 소유하는 일에 앞서 무엇을 오래 바라보게 되는지, 어떤 작품으로부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지를 묻는 셈이다.


전시 제목 ‘Dear Collectors, Yes, You’ 역시 관람객에게 보내는 편지의 첫 문장처럼 읽힌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편지는 짧게 머문 시선을 조금 더 긴 시간으로 이어보라고 권한다. 작품의 가격을 묻고 집으로 가져가는 일은 그다음의 선택이다. 컬렉터라는 말에 따라붙던 전문성과 자본의 문턱을 낮추고, 감상과 소장의 거리를 현실적인 감각으로 다시 살피려는 제안이다.


최성임은 일상적인 사물을 매개로 서로 다른 개념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해왔다. 공존과 관계가 어떤 형태로 가능해지는지 살피는 그의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플롯 48’, ‘구멍들’과 이전 작품들로 이어진다. ‘플롯 48’은 몸과 시간이 얽혀 남긴 물질적 결과에서 출발한다. 바닥 위에 펼쳐진 일정한 구획과 황금빛 결은 식물이 자라는 땅을 연상시키는 한편, 시간이 쌓이고 삶의 이야기가 형성되는 장소로 확장된다. 작품을 볼 때는 전체 풍경을 한 번에 파악하기보다, 반복되는 구획과 표면의 결을 따라 시선을 천천히 이동해보는 편이 좋다. 몸의 움직임과 축적된 시간이 하나의 장소를 만드는 과정을 감각할 수 있다.


강주리는 자연과 문명의 경계를 오가며 유기체와 무기체, 과거와 현재, 실재와 환영 사이의 관계를 다룬다. 생태 환경의 변화와 진화 속에서 인간을 독립된 존재가 아닌 복잡한 연결망의 일부로 바라보는 태도가 작업의 중심에 놓인다. 이번에 소개하는 ‘네가 물면 난 꽃을 피우리라’는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단절과 격리의 시간에서 시작됐다. 종이 위에 짧은 선을 반복하고 겹치는 방식으로, 서로 대립하거나 일방적으로 종속되지 않은 생명체들의 얽힘을 드러낸다. 가까이에서는 개별 선의 밀도와 방향을, 조금 떨어져서는 그것들이 형성하는 유기적인 흐름을 함께 살펴볼 만하다. 고립의 기억이 여전히 개인과 사회의 감각에 남아 있는 지금, 이 작업은 생존이 홀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용히 환기한다.


오연진은 이미지의 표면과 이면을 오가며 이미지 너머의 구조와 시간성을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 ‘Penumbra’를 중심으로 이전 작업들을 함께 펼쳐 보인다. ‘Penumbra’는 암실에서 부분적인 노광과 현상을 반복해 제작한 아날로그 젤라틴 실버 프린트다. 서로 교차하고 진동하는 명암은 하나의 대상을 명확하게 재현하기보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뒤편의 질서를 앞으로 불러낸다. ‘반그림자’를 뜻하는 제목처럼 작품은 완전히 밝거나 어두운 상태 사이에 머문다. 무엇이 찍혔는지를 서둘러 판별하기보다 명암의 경계와 미세한 흔들림을 따라가면, 이미지 안에 포개진 시간과 보이지 않는 구조가 서서히 드러난다.


세 작가의 작업은 재료와 형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만, 눈에 바로 잡히지 않는 관계를 가시화한다는 점에서 만난다. 최성임이 몸과 시간이 축적되는 장소를 만들고, 강주리가 생명체들의 복합적인 연결을 선으로 조직한다면, 오연진은 이미지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시간과 질서를 빛과 어둠으로 드러낸다. 각 작품은 완결된 대상으로 머무르기보다 관람객의 시선과 체류 시간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얻는다.


책과 전시를 통해 작가와 독자를 이어온 더레퍼런스는 이번 전시에서 그 관계를 독자에서 컬렉터로 넓힌다. 여기서 컬렉팅은 취향을 과시하거나 소유를 축적하는 행위라기보다, 한 작품과 더 오래 살아보기로 결정하는 태도에 가깝다. 작품 앞에서 멈추는 일과 실제 소장 사이의 간격을 전시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Dear Collectors, Yes, You’는 감상 이후의 시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한다.


관람객에게 필요한 것은 미술시장에 관한 충분한 지식보다 자신의 시선이 어디에서 느려지는지 알아차리는 일일지 모른다. 세 작가의 서로 다른 표면과 리듬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전시가 건네는 ‘컬렉터’라는 호칭도 조금은 낯설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자료 및 이미지: 더레퍼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