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Volume vs Volume》 - 김온, 홍승혜


2020. 11. 26 - 2021. 01. 09

drawingRoom

위치: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 88길 16 미학빌딩 2층

관람시간: 월 - 금 10am - 6pm / 토 1pm - 6pm

전시 문의: 02-794-5346 / drawingroomseoul@gmail.com


드로잉룸은 소리와 텍스트라는 비물질의 세계를 리딩 퍼포먼스, 설치, 프린트 등을 통해 물질화하는 김온 작가와 픽셀(pixel)을 축적해 기하학적 형태의 생성방식을 탐구하고 이 형태들을 건축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홍승혜 작가의 2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Volume vs Volume> 전시에서 두 작가는 작업의 매체와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각자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volume’이라는 개념과 그 양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들은 가상과 실재의 볼륨, 비물질과 물질의 볼륨 등, 다양한 사물의 ‘부피’를 각자의 언어로 한 전시 공간에서 펼쳐 보인다.


김온, 평면세계의 평행선 (볼륨 #5), 2020,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색 고무줄, 41.9 x 31 cm ©김온, drawingRoom

김온, 평면세계의 평행선 (볼륨 #6), 2020, 종이에 잉크젯 프린트, 색 고무줄, 41.9 x 31 cm ©김온, drawingRoom


김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소리의 볼륨과 책의 볼륨을 시각화한 작업을 보여준다. 그는 불균형한 소리의 높낮이를 평탄하게 하는 핑크 노이즈의 속성을 대입해 소리를 

‘부피화’하고, 책의 체적을 구성하는 종이라는 원천적 재료의 물성을 ‘극단의 평면성’에 천착해 보여줌으로써 볼륨의 본질에 질문을 던진다. 또, 종이 작업과 소리 작업에 등장하는 수직선과 수평선, 그리고 곡선은 일종의 평형장치로, 각각의 볼륨의 조율 범위를 제안한다. 

김온 작가는 그동안 읽기, 듣기, 쓰기라는 퍼포밍을 통해 소리가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에 주목해왔고, ‘소리의 부피’라는 비물성을 시각화했다. 여기서 소리의 부피란 단순히 소리의 크기라는 층위를 넘어선, 소리의 크기를 통해 이끌어내는 그 어떤 무게를 감지하는 감각현상이라 할 수 있다.


홍승혜, 2020 ©홍승혜, drawingRoom


홍승혜 작가는 가상의 부피와 실재의 부피에 관해 고찰한다. 저해상도 그리드 위에 상상이 가능한 부피의 이미지, 그리고 평면적 도형이 실재 공간에서 입체로 자라나는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화면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벽돌 삼아 구축하는 홍승혜의 기하학적 도형들은 중첩과 나열을 통해 무한히 증식되고, 2차원의 평면과 3차원의 공간을 넘나들며 유희한다. 

백지에서 싹이 트고 성장하는 홍승혜의 ‘픽셀 추상’은 ‘유기적 예측 불가능성(organic unpredictability)’을 내포하며 끊임없이 다양한 몸으로 진화한다. 모니터에서 빛으로 그려진 관념적 형태들이 얇은 종이와 잉크로 물질화되고, 나아가 두께와 부피를 갖게 되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


김온, 이퀄라이저 드로잉 #1 2020, 비닐에 마카, 종이, 70.5 x 50.5 cm (부분 이미지) ©김온, drawingRoom


《Volume vs Volume》이 열리고 있는 드로잉룸은 김온 작가와 홍승혜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충돌하고 화해하는 운동장(playground)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공간과 볼륨의 실체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volume’은 소리와 이미지가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절대적 조건으로, 매우 중요한 미술적 의제라 할 수 있다. 실재와 가상,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를 넘나들며 마치 공놀이처럼 굴리고 튕기고 주고 받는 그들의 볼륨 게임을 즐겁게 관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