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호영아티스트


기간: 2020. 04. 01 - 2020. 05. 05

위치: 금호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8)

관람시간: 10:00 ~ 18:00 (입장마감 17:30)

전시 문의: 02-720-5114


금호미술관은 2020년 4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신진작가전 《2020 금호영아티스트》를 개최합니다. 금호미술관은 금호영아티스트 공모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작가의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고 이들의 잠재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해 왔습니다. 2004년 시작된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17번의 공모를 통해 73명의 작가를 선정하였습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는 금호영아티스트 프로그램은 실험적인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선을 제시해 왔습니다.

《2020 금호영아티스트》 전시는 2019년 제17회 공모에서 선정된 김세은, 노기훈, 박아람, 조민아 4명 작가의 개인전으로 구성됩니다. 각각의 전시는 도시의 주변적 풍경을 관찰하며 경험한 감각과 운동성을 재현하는 김세은 작가의 회화 작업, 근현대사가 낳은 도시와 사회의 공간을 관찰자의 시점으로 추적해 나가는 노기훈 작가의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 디지털상의 평면과 물리적인 사물의 환경을 넘나드는 심상과 이미지 운동을 다양한 매체로 탐구하는 박아람 작가의 회화 작업, 부조리가 공존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순응하고 반동하는 개인의 삶을 파편적인 서사와 상징들로 그려내는 조민아 작가의 동양화 작업을 선보입니다.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조민아 Minah Cho


조민아_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조민아 작가는 모순과 부조리가 공존하는 사회 구조 속에서 순응하고 반동하는 개인들의 삶과 그 양태를 우화적인 화면으로 그려내는 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동양화를 주 매체로 하는 작가의 작품은 무수히 교차하고 흩어지는 파편적 알레고리와 상징들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대체로 반복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무표정한 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연과 동식물, 사물 이미지 등의 모티프와 어우러지는 복잡다단한 장면들이다.


조민아_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콜라주 하듯 모티프들을 조합하여 보여주는 작가 특유의 화면은 기저에 무력감의 정서를 담고 있다. 작가는 기존 작업에서 사회 속 자신의 자리를 찾아 생존하기 위해 분투하는 청년 세대의 불안과 자발적 순응, 무의미한 노동의 반복 등을 그려왔다. 있다. 작가가 경험하는 환경과 관심사가 변모함에 따라 작품에서 등장하는 모티프와 행위, 화면의 구성, 상징 구조 또한 변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정한 계층이나 불합리한 상황의 구체적인 양상보다는 분열과 갈등의 집합체로서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전체 사회에 대한 시선을 담아낸다.


조민아_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작가는 사회와 문화의 여러 양상 속에서 다양한 대립과 적대의 구조들을 발견한다. 세계는 끊임없는 차별과 갈등, 혐오, 폭력적인 상호작용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보편성을 가면으로 삼아 각자의 개별성을 은닉하거나 타자에 대한 혐오를 분출하는, 편향된 정보 속에서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는 비관적 현실을 바라본다. 연극적 화면 위에서 어우러지는 모티프와 인물들은 반복, 확대, 축소되며 관람자와의 거리를 가까이하고 또 멀리한다. 유쾌하게 현실을 희화화하는가 하면 때로는 날카롭게 폐부를 찌르는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태도나 결론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서로 다른 층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회 속에서 그 안의 주체들은 상황마다 각자의 입장과 위치를 달리하고, 어떤 구성원의 본질이나 본성을 온전하게 파악하여 구별하기는 어렵다. 결국, 우리는 판단과 결정을 유보하게 된다.


조민아_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전시 제목은 배제와 분열을 계속하면서도 어느 순간 다시 만나고 연대하며 자정과 통합으로 나아가는 시대상에 대한 작가의 관조를 담고 있다. 서로의 안온함을 찾아가는 ‘느슨한 연대'와 ‘미약한 시도'에 주목하면서,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하나의 순환하는 구체로서 바라본다. 위태위태한 균형을 유지하는 사물들과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행위를 이어가는 인물들은 빈틈없이 짜여진 화면 속에서 동시대의 물질문명을 함께 구성하고, 오늘을 지나 내일로 향해 간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은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므로 우리가 견지해야만 하는 희망의 단초에 가깝다.


<잠수교> 김세은 Seeun Kim


김세은_잠수교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김세은 작가는 자신이 경험한 주변 도시 풍경의 감각과 운동성을 회화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도시는 정지된 시각적 단면이 아닌 운동하는 힘을 가진 유기적 대상으로서 작가에게 특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적 자극이 된다. 자연스럽게 계획된 시가지와 주거 지역, 도시의 토목 시설과 조경 공간 등 계속해서 구축과 보완을 반복하며 모습을 바꾸는 도시는 작가에게 시각적 규칙과 운동하는 에너지를 가진 대상으로 다가온다.


김세은_잠수교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작가가 그려내는 것은 자신이 경험한 구체적인 시공간이지만 그 장면은 실제의 현실과는 분명 다른 무엇으로 변화된다. 도시의 규칙 속에서 구멍과 터널, 다리와 같은, 아무것도 아닌 공간들은 커다란 면의 주변부를 채우고 연결하면서 자투리의 풍경을 구성하는 요소이다. 작가는 이러한 ‘이름 없는' 공간들을 발견하고 이로부터 구조의 움직임을 상상한다. 각기 다른 공간을 관찰하고 이를 회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작가는 마치 카메라 앵글 속 장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듯이, 그림의 대상과 작가의 신체 사이의 거리를 조정한다. 초점이 향하는 대상의 물성과 운동성을 극대화시켜 가까이 보는가 하면, 멀리 두어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관찰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조정의 과정에서 발생하고 발견되는 시각적 구조의 운동성과 형상들을 포착하여 회화의 화면으로 획득한다.


김세은_잠수교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이와 같은 장면들은 실존하는 공간으로부터 비롯되었기에 실재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작가의 신체와 감각을 통해 변형된 형상으로 전달된다. 작가는 신체의 조건 속에서, 또는 신체의 한계를 확장해 가며 자신이 감각한 시각 경험을 가능한 한 충실하게 재현하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도시 환경 – 세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김세은_잠수교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감상의 단계에서 관람자의 더욱 적극적인 감각 경험과 운동을 유도하기 위해 공간의 구성 또한 전시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는 시각적 요소들의 배치와 긴장감을 치밀하게 계산하여 연출하고, 다양한 재질의 구조체를 설치하여 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견고하고 따뜻한 느낌을 누르고 새로운 감각을 창출하였다. 회화 작품을 전진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철 구조물은 작품이 감상될 수 있는 서로 다른 레이어들을 만들어내면서, 도시 구조체의 조형성과 질감을 전시 공간으로 이끌어 온다. 바닥면을 연출한 알루미늄 플레이트가 주는 차가운 속성과 반사 효과는 기존의 전시장이 가지고 있던 속성들을 탈바꿈시키면서 관람자에게 도시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하게 한다.


<타임즈> 박아람 Rahm Parc



박아람_타임즈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박아람 작가는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여 동시대의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환경 속에서 유효한 이미지와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타임즈》는 그동안 작가가 여러 매체를 통해 탐구해 온 회화성에 대한 고민을 다시 회화의 형태로 종합함으로써, 다양한 레이어가 중첩된 오늘날의 시공간을 표상하는 전시이다. 작가는 회화를 하나의 상징 언어 체계이자 소통의 도구로써 이해하고, 동시대의 테크놀로지 환경을 작동하게 하는 연산의 작용을 내면화시켜 제시하고자 한다.


박아람_타임즈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작가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상의 ‘셀'이 각각의 행과 열을 참조하는 행렬의 구조를 가진 것에 착안하여, 회화의 ‘색'이 일종의 색인(index)으로 기능함으로써 작동되는 일종의 원근법을 고안한다. 작가는 먼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디지털 드로잉을 수행하는데, 시트 속 각각의 셀에 색을 채우거나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이렇게 도안된 이미지를 물리적인 캔버스 위로 옮겨낸다. 전시 전체는 동력을 얻어 움직이는 가상의 기계 장치로서 제안되며 이러한 운동을 발생시키는 것은 색면이 또 다른 색면을 지시하고 참조하는, 행렬의 원리를 차용한 임의적인 상징체계이다.


박아람_타임즈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표준화된 색상의 페인트를 안료로 한 회화는 차곡차곡 쌓이는 모듈 구조의 형태로 전시실 벽면을 구성한다. 스텐실 붓을 사용해 디지털 화면상의 그라데이션을 재현한 색면은 각기 다른 색을 지시하고 참조하면서 무한히 하나의 소실점으로 수렴하거나 운동 에너지를 생산하고, 마치 계단을 오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크기를 달리하여 위치한 두 개의 파란 공, 〈아이-핑거〉는 눈과 손이 하나의 기관처럼 연동되는 동시대의 지각 경험을 형상화한다. 공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축척처럼 기능하는 〈아이-핑거〉를 이용해 작가는 관람자가 바깥 전시장에서 안쪽 전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줌업 하여 들어가도록 이끈다. 


박아람_타임즈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작가가 제시하는 회화는 자유로운 이미지의 운동을 제안하고 유도하는 장치에 가깝다. 여덟 개의 캔버스로 거대한 면을 만들어낸 작업 〈타임즈〉는 행렬의 색인 원리를 바탕으로 무작위의 시각 운동을 발생시킨다. 작품은 거꾸로 돌아가는 가상의 시계처럼 작동하면서 단단한 전시 공간의 벽면, 나아가 견고한 시간과 공간을 심상의 차원 위에서 유연하게 늘리거나 접고, 펼치면서, 재구성한다.


<달과 빛> 노기훈 Gihun Noh


노기훈_달과 빛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노기훈 작가는 광학 기기가 매개하는 예술의 형식을 통해 역사적인 현실의 풍경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특수한 지역과 지리적 경로를 설정하고, 이러한 경로를 축으로 다양한 대립과 분열이 공존하는 현재 사회상의 시원을 더듬어 찾아 나감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들을 발견한다. 동시에, 사진 매체가 크게 변모하고 대중화된 동시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유효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고민하며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노기훈_달과 빛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구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는 현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도시 구미의 특수한 성격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근현대사의 태동과 100여 년 정도 지속된 근대화의 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옛 경인선의 지하철 1호선 26개 역을 따라 걸어가며 발견한 철로 주변의 정서와 인물들을 담은 〈1호선〉(2013-2016) 시리즈에서, 작가는 철저한 관찰자로서 풍경과 개인의 거리를 유지하며 현재의 사회가 가진 균열들을 낳은 기원을 찾고자 했다.


노기훈_달과 빛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이번 전시에서는 요코하마 사쿠라기초역에서 도쿄의 신바시역을 향해 걸어가며 야간의 풍경을 촬영한 〈달과 빛〉(2017-2018) 시리즈를 발표한다. 작가는 2017년과 2018년, 여러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하며 〈달과 빛〉 시리즈를 진행했다. 1호선을 따라 걸으며 서울의 풍경 속에서 채 발견하기 어려웠던 근대의 흔적과 잔상을, 일본이라는 지역으로 위치를 바꾸어 다시 찾고자 한 것이다. 〈일식〉, 〈달과 빛〉, 〈표면〉 등의 몇 가지 세부 연작으로 구성되는 이 작업들은 특정한 사진의 양식을 모티프로 소재와 장소, 작품의 형식 등을 달리한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달과 빛〉 시리즈는 야간 촬영한 디지털 사진을 통해 근대화의 시기를 거쳐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진보한 사진 매체의 변화를 살펴본다.


노기훈_달과 빛 / 사진제공: 금호미술관


요코하마시의 사쿠라기초 역은 1872년 개업한 일본의 최초의 철도역 중 하나이다. 그날의 마지막 열차를 타고 중간의 어느 역에서 내려 도쿄를 향해 걸어가며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첫차를 타고 요코하마로 다시 돌아온다. 작가는 네 번의 촬영을 통해 사계절의 밤 풍경을 담았다. 작업의 결과물은 작가가 도쿄를 향하는 경로 위에서 발견한, 가공되지 않은 우연한 장면들이다. 인공의 빛과 달이 함께 비추는 도시의 번화가와 어느 주변부는 고요한 적막에 휩싸여 있다. 인공과 자연, 근대와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는 심야의 빛만이 남겨진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바깥 전시장에 설치된 라이트박스는 관람자의 위치와 시점에 따라 상반된 화면을 조합하여 보여주며 가상의 거리를 배회하게 한다. 안쪽 전시장에서는 디아섹 액자로 인화된 작품을 통해 빛과 도시가 만들어내는 장면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고, 작품 선별 과정에서 탈락된 촬영 이미지들을 시간 순서에 따라 나열한 인덱스와 함께 작가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본다.

 

글, 사진 제공: 금호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