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매뉴얼/MANUAL》 - 이명호


2021. 09. 10 - 2021. 11. 17

소울아트스페이스

위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30 제 1전시실 | 제 2, 3전시실

관람시간: 화 - 금 11AM ~ 6:30PM | 토 12 ~ 5PM

전시 문의: Tel: 051-731-5878 | 이메일 info@soulartspace.com


Tree #19_2  l  (L)780x(W)1080mm  l  Glass+Ink+Paper+Wood  l  2021 © 이명호, 소울아트스페이스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1년 9월 10일(금)부터 11월 17일(수)까지 이명호의 <매뉴얼/MANUAL>展을 개최한다. 작가가 제안하는 작품 사용 설명에 관한 이번 전시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전시의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매뉴얼’은 곧 이용, 활용, 응용, 적용 등의 단어와도 대체될 수 있다. 한 점의 사진이 어디까지 변주할 수 있는지, 작품의 다양한 재료와 표현의 방법이 작가의 관점에서 소개된다. 전시 이후 감상자나 소장자에게 작품이 어떻게 이해되고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기획인 만큼 환경과 공간에 따른 사용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향유자의 입장에서도 다루었다. <매뉴얼/MANUAL>展에서는 신작 및 다양한 시리즈의 근작 35점이 공개될 예정이다.


Horizon_[drənæda] #1  l  (L)1040xW)1040mm  l  Whole(Glass+Ink+Paper+Wood)-Part(Ink)  l  2020 © 이명호, 소울아트스페이스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드러나 있던 것을 지워버리기도 하는 이명호의 작업 전반은 심오하고 철학적이며 시적이다. 늘 배경으로만 존재했던 캔버스가 그의 작품에서는 존재 자체로 힘을 가지는 대상이 되고, 9미터 높이의 캔버스가 일상에 가려졌던 나무 한 그루 뒤에 놓이는 순간 존재 의미가 치환된다. 그의 작업이 김춘수의 ‘꽃’ㅡ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중략)ㅡ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시가 감춘 풍경 속에 존재하나 주목하지 않는 나무 한 그루, 왜소한 잡초, 작은 돌, 누군가 버린 종이컵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호명한 피사체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이 이명호가 대상을 풀어내는 방식이다. 결과만큼 과정을 중시하는 그의 ‘사진-행위(Photography-Act)’는 완성된 사진의 표면을 긁어내어 결과물을 사라지게 하는(<[드러내다]/[drənæda]>시리즈 참조) 파격적인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Tree... #13  l  (L)1800x(W)1000mmX3pcs  l  Acrylic+Ink+Paper+Aluminium  l  2021 © 이명호, 소울아트스페이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시리즈의 작품들은 다양한 사이즈와 미디움으로 완성되었다. 9장의 디아섹(Diasec)으로 이루어진 <Tree... #8>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던 방식에서 여러 피사체를 한 작품에 담아내는 변화를 시도했다. 제주의 사계절을 치밀하게 관찰하며 촬영된 작품은 가로 길이가 총 9미터에 달해 당시 풍경 속으로 빠져들 만큼의 현장감을 전해준다. 낮은 풀들이 비슷한 형태로 여러 장 놓인 <9 Minutes' Layers> 연작은 유리에 프린트되었다. 투명하지만 중첩된 유리에 의해 어른거리는 대상이 마치 실재와 가상이 혼재된 분위기를 선사한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종이에 프린트된 <Tree #16_1>, <Near Scape #1>과 같은 작품을 통해서는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향한 작가의 시선이 형태상으로 드러난 지점을 엿볼 수 있다.


전시 설치는 작품과 공간의 관계성에 보다 집중했다. 모든 작품은 놓인 섹션마다 각기 다른 컨셉을 부여, 어떻게 작품이 활용/응용될 수 있는지 다양한 예를 제시하는 셈이다. 프랑스 생테밀리옹 지방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 ‘사토 라호크(Château Laroque)’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Wine #1> 작품은 와인색 벽에 해당 작품이 레이블링 된 2016년 보르도 최고의 빈티지 와인과 함께 설치되었고, 해수가 빠져나간 갯벌 위에 곧게 선 캔버스가 인상적인 <Nothing But #2>는 세월의 흔적을 머금은 반닫이 위에서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낸다. 블랙과 다크그레이의 배경에 걸린 대형 작품들은 원형의 러그와 낮은 테이블, 소파가 매치된 전시실에서 차분한 무게감을 더한다. 이외에도 곳곳에 배치된 의자, 테이블, 화분들이 일상을 연출하며 공간을 환기하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전시 전경 © 이명호, 소울아트스페이스


<매뉴얼/MANUAL>展은 이명호의 예술 행위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관객의 입장에서 수용할 것인지를 되묻는 전시이다. 그동안 ‘사진 이전’과 ‘사진 이후’에 주목하며 작업을 해왔던 것처럼 ‘전시 이전’과 ‘전시 이후’, ‘작품 소장 이전’과 ‘작품 소장 이후’를 예견하여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이명호는 작가가 의도한 작업의 개념이 감상자를 통해 새로운 은유로 덧입혀지는 상호작용을 주시한다. 감상자의 다양한 해석을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겠다는 그의 말처럼 작가와 작품을 넘어 향유자로 귀결되는 미술세계의 흐름을 이번 전시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사진이 놓이는 전시 공간 혹은 일상 공간에서의 맥락을 탐구하며 작품이 공간과 어떠한 관계를 지니고, 공간에 따라 어떻게 연출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About Artist>


이명호

기존의 관념들을 역전시키며 함축과 절제의 미학으로 예술을 넘어 사회와 환경, 지구와 인류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에 녹여내고자 하는 이명호(1975~ )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외 유수의 갤러리, 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스위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러시아, 미국 등의 세계적인 비엔날레 및 아트 페어 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국립도서관(파리, 프랑스), 빅토리아국립미술관(멜버른, 호주), 장폴게티미술관(LA, 미국), 푸시킨국립미술관(모스크바, 러시아), 암스테르담사진박물관(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살타현대미술관(살타, 아르헨티나),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를 역임하였고, 현재 국립문화재연구소 홍보대사 등으로도 다양한 역할을 하며 그만의 폭넓고, 깊은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