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인사미술공간 주제기획전 《슈퍼 히어로》 - 김한샘, 우한나, 황민규


2020. 6. 19 - 2020. 8. 22

인사미술공간 1,2층

위치: 서울 종로구 창덕궁길 89

관람시간: 11:00 ~ 19:00 (휴관일: 일, 월)

전시 문의: 02-760-4721

전시관람 온라인 사전예약 링크:  https://m.booking.naver.com/booking/12/bizes/386618


전시 포스터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슈퍼히어로(Superhero)의 통상적인 정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역할에 한정적이었고 대체로 악과 맞서 싸우는 선(善)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흔히 히어로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슈퍼맨’ 이 1938년 처음 대중에게 선보인 이후 만화책, TV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에서 히어로물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했고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는 1세계 히어로들의 논리에 반기를 드는 안티 히어로들이 탄생하기 시작했으며 여성 히어로, 비서구권 히어로 등의 등장으로 꾸준히 히어로의 정의와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2020년 6월. 우리는 포스트 팬데믹(Post-Pandemic) 시대에 직면하였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정해진 규칙과 논리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지켜보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꼽히는 위기 대처능력은 시험대에 올랐다. 이러한 시대에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은 가능할 것인가? 과연 이 시대의 히어로는 누구일까? 과연 히어로는 존재하는 것일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에서는 2020년 6월 19일(금)부터 8월 22일(토)까지 주제 기획전 《슈퍼 히어로》를 선보인다. 본 전시에 참여하는 김한샘, 우한나, 황민규 작가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에 태어나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 활발히 활동하는 신진예술가들의 작업 경향을 살펴보고 새로운 위기의 시대를 맞이한 현재, 시각예술의 언어로 위기 대처 방법이 유효한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기획되었다.

 

인사미술공간 전시장 1층에는 우한나 작가의 신작 <파자마파티>을 선보인다. 지금껏 그녀가 창조해 낸 캐릭터들은 거칠지만 우아한 이미지가 전면적으로 드러났었다. 하지만 이번 《슈퍼 히어로》에서는 작년 개인전 《물라쥬 멜랑콜리크》(사루비아다방)의 연장선상에서, 주인공이 사라진 무대가 조성되어 공간을 점유한다. 질서가 무너진 공간. 마치 위기에 처한 현실과 환상이 혼재된 듯 보이는 1층은 캐릭터가 사라진 배경이 압도한다. 누군가가 놀고 간 흔적들만이 곳곳에 존재할 뿐 행위의 주체는 명확하지 않다. 우리는 탐정처럼 이 공간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상상해본다. 삐딱하게 걸린 파스텔 톤 회화, 불규칙하게 꿰매진 패브릭 보드, 어딘가는 잘려나간 행잉 커튼, 분홍빛 카펫에 얼룩진 물감들의 흔적, 미지의 유니콘 캐릭터, 벽에 새긴 추상적인 페인팅, 무질서하게 배치된 오브제들은 흘러나오는 음악(<괴롭힘의 냄새>, 음악: 고담)과 동시에 춤추며 재생하는 듯 보인다. 스스로 ‘디즈니 키즈’로 명명하던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이전보다 조금 더 광기 어린 여성들을 영웅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남성 편향적 시선에서 벗어나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여성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낸다.


우한나, <파자마파티> 중 일부,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0
Woo Hannah, Part of 〈Pajama Party〉,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 2020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2층 입구에는 황민규 작가의 신작 〈Star Gazing〉이 상영된다. 어두운 공간에 떠있는 태양과도 같은 이미지는 사실 NASA에서 제공하는 행성 영상을 여러 겹 결합하여 제작한 영상이다. 작가는 우연한 계기로 프로그램의 오류가 발생한 것을 발견한 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흔들리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이는 현재 위기 상황의 메타포로서 위기의 서막을 알려주는 신호와도 같다. 작가는 주로 직접 겪은 사건사고, 혹은 현 상황을 바탕으로 가상의 시나리오를 결합한 모큐멘터리를 제작해왔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이를 토대로 한 신작 <야생 속으로>를 선보인다. 영상 1막에서는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 2막에서는 위기에 닥친 상황이, 마지막 3막에서는 새로운 여행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묘사된다. 위기에 빠져있는 현재의 상황을 신랄하게 조명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가는 히어로가 꼭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어본다. 이전 개인전 《기적을 노래하다》(더 레퍼런스)에서 선보였던 사진 2점도 함께 전시되어, <전조>는 ‘위기’가 도래하기 전을, 그리고 <히치하이킹의 결말>은 그 이후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황민규, <야생 속으로>, 단채널 영상, 00:12:00, 2020
Hwang Minkyu, 〈Into the wild〉, Single Channel Video, 00:12:00, 2020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마지막으로 김한샘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퇴마도>를 선보인다. 그는 대중문화에 남아있는 설화적 내러티브를 기반으로 마치 종교적 기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이번 《슈퍼 히어로》에서는 19세기 말 영국에서 한 마술 교단이 구성했던 ‘4대천사 소환마술’의 매뉴얼과 무속신앙을 함께 혼용한다. 그만의 독특한 제의실을 조성하며 지난 개인전 《드래곤즈 퐈이어》(취미가)에서 사용한 용과 천사의 대결 구도를 번복하면서 더 강력해진 수호자의 귀환을 염원한다. 민속 신앙 중 복을 끌어오는 행위 중 하나인 자신이 태어난 곳과 가까운 산, 강, 바다에서 획득한 돌들과 함께 칼은 든 천사, 영험해 보이는 용, 유니콘으로 만든 술, 제사용 단검, 마법 진 등은 작가가 만들거나 수집한 성물들이다. 이들을 미로 혹은 동굴과도 같은 장소에 펼쳐 보임으로써 작가는 초월적 공간을 생성한다. 이는 신을 모시는 신전일 수도, 혹은 소환을 위한 비밀적인 장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김한샘, <퇴마도>, 혼합재료, 95x82x2cm, 2020
Kim Hansaem, 〈A Painting for Exorcizing〉, mixed media, 95x82x2cm, 2020  (사진 제공: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기의 시대에 작가들은 ‘슈퍼히어로’의 통상적 의미에 의심을 품고 기존 영웅서사에 함몰되지 않는다. 위기는 항상 있어왔고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일지도 모른다. 이번 《슈퍼 히어로》전시를 통해 스테레오 타입의 ‘히어로’를 지우고 잠시나마 자기만의 히어로를 상상하여 작은 희망을 함께 품어보는 것은 어떨까?



<About Artist>


김한샘은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게임, 신화와 무속, 대중문화 등에서 얻은 모티브를 평면과 설치 작품으로 풀어낸다. 얼핏 익숙하게 느껴지는 작품 속의 도상들은 사실 작가에 의해 원래의 의미와 기능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맥락을 부여 받은 상태이다. 김한샘의 작업에서 특히 돋보이는 장식적인 프레임은 그의 작업을 회화의 평면이나 게임의 스크린 너머로 확장시킨다. 개인전으로는 최근 ‘취미가’에서 열렸던 《드래곤즈 퐈이어》(2020)와 ‘공간 형’에서 진행했던 《FORBIDDEN ALCHEMY》(2018)가 있으며, 《Can Games detour?》(2020), 《아편굴(Opium dive)》(2019), 《2019 PACK》(2019)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우한나는 조형예술을 전공하였으며, 서사의 주인공과 그 이면을 상상하고 이를 설치로 구현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서사 속의 주인공은 신화 속의 인물에서부터 행인, 길가에 쓰러져있는 물건까지 다양하다. 우한나는 주로 유연한 패브릭을 재료로 크고 작은 입체물을 제작하고, 때에 따라 커튼, 카펫, 벽화작업을 더해 궁극적으로 한 공간을 이야기로 완성시킨다. 2016년 작가의 작업실에서 열렸던 첫 개인전 《시티 유니츠》(2016)를 시작으로, 두 차례의 개인전 《스윙잉》(2018), 《물라쥬 멜랑콜리크》(2019)을 열었다. 또한 《프루프록의 평행우주》(2020), 《사실 시체가 냄새를 풍기는 것은 장점이다》(2019), 《두 번의 똑같은 밤은 없다》(201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황민규는 조소를 전공하였으며 사진과 영상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루며 주로 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형식과 세기말적 정서를 참조한 모큐멘터리 영상을 제작한다. 그는 직접 촬영한 영상, 대상과의 인터뷰, 파운드 푸티지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현실과 가상, 일상과 허구 사이를 넘나들며 사회가 처한 문제를 직시하게 만든다. 황민규는 최근 ‘더 레퍼런스’에서 열렸던 《기적을 노래하다》(2020) 외에도, 《이것은 사랑인가요? これは愛ですか。》(2018)를 포함한 세 차례의 개인전을 더 선보였다. 또한 《미니미니미니의 황금:돌》(2020), 《평행한 두 직선 사이의 거리》(2019), 《코끼리 그림자 바람》(2019) 등 다양한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자료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