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숨, 쉼 ≫ - 정채희


2021. 10. 08-2021. 10. 29

누크 갤러리

위치: 서울 종로구 평창 34길 8-3 누크 갤러리

관람시간: 화~토 오전 11시~오후 6시 공휴일 오후 1시~오후 6시, 매주 일, 월 휴관

전시 문의: 02-732-7241, nookgallery1@gmail.com




누크갤러리는 2021년 10월 8일부터 10월 29일까지 정채희 개인전 <숨, 쉼>전을 개최한다. 옻칠을 주된 재료로 하여 작업하고 있는 정채희작가는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 재료들과 동양 전통 기법을 평면회화와 설치 등 현대적인 방식과 접목하여서 기억 속에 퇴적된 심상의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본 전시실에 옻칠 회화작품 20 여점이 전시되고, 작은 전시실에는 고택에서 얻은 21 개의 고목과 함께 종이 풀을 쑤어 만든 동자 21 점이 설치된다. 고목으로 세워진 기둥 위에서 오랜 숨을 가다듬으며 조용히 쉼을 이어가는 동자들은 보는 이들과 함께 편안한 호흡으로 소통하리라 기대한다.


정채희, 緣2017, 난각,옻칠, 120.0x100.0cm, 2017. © 정채희, 누크 갤러리




<작가 노트>


작가가 어떤 재료를 선택하고 주로 사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하느냐를 보면 그 작가의 성향이나 작품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의 많은 부분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손으로 작업한다는 의미에서의 ‘수작업 보다 더 견실한 작업은 이 세상에 없다며 화가의 작업이 대단한 노동이라고 말했던 고흐도 그 과정을 직접 본다면 두 손을 들 만한 노동집약적인 장르가 옻칠작업인 듯하다. 그가 주로 사용했던 재료가 유화였던 걸 생각하면 그가 했던 것보다 몇 배 더 지독한 수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작품하기에 적당한 크기의 나무판을 짜서 다듬고 생칠을 앞뒤로 먹여 스며들게 하고 그 위에 옻칠과 찹쌀 풀을 잘 섞은 호칠로 접착하여 천을 싸고 옻칠에 황토를 섞어 발라서 천의 눈매를 메우고 검은 칠을 여러 번 칠하고 갈아내기를 반복하여 그림 그릴 판을 만든다.
여기까지가 작업을 시작할 태판을 만드는 초기 작업이다.

그 판 위에 표현하고자 하는 기법에 따라 필요한 난각과 나전 등 부재료들을 다듬고 자르고 옻칠물감, 색분을 만들고...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이미지를 표현할 기본재료들을 준비하는 일련의 작업 과정과 그 재료들을 판에 붙이고 뿌리고 칠하고 갈아내는 무수한 반복 속에서 이루어지는 나의 작업방식은 일반적으로 ‘그림 그린다‘라는 말의 의미와는 많이 다른, 재료와 기법이 상호 작용해야 하며 많은 레이어를 쌓아가는 복합적인 과정을 거친 후 작품이 비로소 완성되는 작업이다.

한편으로는 완성된 결과물 이전에 작업의 단계마다, 각 재료와 기법이 나의 의도와 만나는 순간마다 최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며 이는 나의 작업과 삶과의 접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다루고 있는 재료와 그것이 화면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도록 하는 행위의 순간에 집중하고 과정을 묵묵히 이행하는 그 자체로 작업의 의미가 전부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듯싶다.

어떤 풍경이나 소재들을 담은 개개의 작품 이미지는 전체 작업의 크고 작은 흔적과 부수적인 조각들일 따름이고 작업의 a부터 z까지의 매 순간의 과정-작업하는 행위를 통해 숨을 쉬고 때로는 작업을 하면서 마음이 쉬어지는-그 자체가 작업의 骨氣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분명히 일반 회화와는 다른, 재료가 주는 재질적 특별함이 존재하긴 하지만 오랜 작업 과정 속 순간순간 마주하는 여러 상황을 무사히 지나 온 작품에서 ‘단순하게 재료나 소재를 그림 속으로 잘 옮겨 놓은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이 화면을 통해 보여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정채희, 緣2021-8, 난각, 色粉, 옻칠, 60.0x50.0cm, 2021. © 정채희, 누크 갤러리



About Artist


정채희


1981 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으며 2001 년 중국 북경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전공으로 대학원을 마쳤다. 전통과 현대의 여러 기법과 재료를 연구하였고 중국 전역과, 일본, 인도, 네팔, 티벳 등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다양한 동양문화를 경험을 하였다.
1987 년부터 다수의 국내외 단체전에 참가했으며 19 번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03 년부터는 옻칠을 주된 재료로 하여 작업하고 있으며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 재료들과 동양 전통 기법을 평면회화와 설치 등 현대적인 방식과 접목하여서 기억 속에 퇴적된 심상의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주요 경력으로는 2005 년부터 1 년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창작스튜디오 고양 2 기 입주작가로 참여하였고, 남인도 코타얌시 국제 벽화축제 벽화제작에 초청작가로 참가하여 작품을 제작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대학원에 출강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