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Slow City≫ - 이지은


📅 2022. 04. 12 - 2022. 05. 22

🏛️ 이대서울병원 아트큐브

📍서울 강서구 발산1동 공항대로 260 2층 아트큐브

⏰ 10am - 5pm


이지은, 푸른 광장_Soluble oil on canvas_175.0x220.0cm, 2021


벌써 3년째이다. 팬데믹은 도시의 삶을 오래도록 가라앉게 만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바라본 도시는 어느 때보다 느리게, 조용히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의 의식은 성장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더욱 빠르고 조급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지은, 당현천의 오월, Soluble oil on canvas, 33.0x33.0cm, 2022


도시를 살다 보면 호흡이 짧고 얕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도시의 숨결’은 도시의 삶에 녹아있는 여러 가지 층위들을 회화라는 매체로 찬찬히 바라봄으로써 도시에 사는 우리네 삶의 호흡이 여유 있고 깊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시리즈이다.



이지은, 덕수궁 산책, Soluble oil on canvas, 33.0x33.0cm, 2022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도시를 부드럽게 살아간다는 감각이었다. 도시를 어루만지듯 오래도록 바라보고, 그것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 조급하거나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그리다 보니 붓질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고 나긋나긋해졌다. 하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프레임 속 모든 대상들은 속도의 차이를 짐작할 수 없게 비슷한 결로 공존하게 된다. 그렇게 풍경을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캔버스에 새로운 차원의 공간이 창조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현실을 기반으로 그렸지만 그 공간은 어느새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공간이 된다. 그러한 공간을 통해 사유하고 싶은 것은 결국 유형의 것들 이면에 쌓인 무형의 것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지은, 정동의 봄_Soluble oil on canvas_90.9x60.6cm, 2021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천천히, 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도시가 좀 더 사색하는 장소로서 환기되는 공간이길 바란다. 그 느림을 통해 잠시나마 단지 목적을 달성하고 성취하는 것 이면에 있는 지속되어 왔고, 계속 지속되어갈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 글 제공: 이지은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