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재현의 방법》 - 그룹전 (강석호, 김혜원, 노은주, 박정인, 서동욱, 손현선, 이호인, 정용국, 조우빈, 최모민)


2020. 12. 17 - 2021. 1. 17

원앤제이 갤러리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31-14

관람시간: 화요일 – 일요일(오전 11시 – 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전시 문의: 010-6721-2988, sy@oneandj.com


▶ 20대부터 50대까지의 구상회화와 구상조각 작가 10인의 작품 60여점을 볼 수 있는 그룹전 《재현의 방법》
▶ 총체적 감각으로서의 시지각으로 바라본 대상과 그것을 통해 대상을 사유한 작품 60여점을 소개


전시 전경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메를로 퐁티는 보는 행위에  ‘거리를 둔 소유'라고 표현했다. 그에 의하면 보는 행위는 다만 망막에 상이 맺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총체적인 감각이다. 나의 시지각과 타인의 시지각을 모두 이해하게 될 때 - 내가 보면서 동시에 보여지는 총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게 될 때 - 우리는 모두가 가시적 세계에 놓여져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시지각을 통해 세계와 관계를 맺는다. 

그렇다면, 본 것을 그려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다시 한 번 메를로 퐁티의 생각을 빌리자면, 예술가에 의해 탄생한 회화는 다만 물감 덩어리, 또는 이미지의 복제가 아닌, 세상과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존재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세상에 대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지각을 몸짓으로”만든다.  


전시 《재현의 방법》은 이러한 관점 - 사유로서의 회화라는 - 아래 열 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최근의 구상회화들을 살펴본다.

강석호(b. 1971)는 신체의 부분을 클로즈업하여 화면 가득 그린다. 확대된 이미지는 연결된 서사적 맥락, 인물의 정보 없이도 그 자체로 어떤 사건이나 욕망을 드러낸다.

강석호, 〈무제〉, 2009. 캔버스에 유채, 135 x 150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김혜원(b. 1993)은 바라보고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면서 주변에서 쉽게 얻어지는 장면들을 화면에 담는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각 단계를 최소한의 행위로 작업할 수 있도록 나누어 각 행위에 집중하여 그림을 그린다.

김혜원, 〈해 질 무렵 뭉게구름〉, 2019. 캔버스에 수채화, 111.9 x 83.8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노은주(b. 1988)는 도시 풍경을 구성하는 사물들의 본질적인 형태를 그린다. 그렇게 만들어진 회화는 일종의 정물화이자, 풍경화로, 운동-시간을 내포한, 소멸과 생성 사이에 잠시 출몰하는 형태를 포착한다.

노은주, 〈녹는형태연습〉, 2017. 캔버스에 유채, 116.8 x 80.3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박정인(b. 1991)은 연필과 종이라는 친숙하고 미완결적인 재료로, 빛이라는 조건부 아래 일시적으로 생성되는 대상을 그린다. 구체적 외형이 시간과 빛에 의해 그것의 그림자로서 나타날 때 미세한 흐름으로 연결되어 감각되는 대상, 시공간, 시선의 관계를 드러낸다.

박정인, 〈Windscreen Wiper〉, 2018. 종이에 연필, 120 x 160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서동욱(b. 1974)은 인물 초상화를 통해 인물의 미세한 표정 묘사를 통해 한 인물에게 순간적으로 드러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서동욱, 〈소매를 걷는 WW〉, 2020. 캔버스에 유채, 40.3 x 100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손현선(b. 1987)은 시각의 바깥에 존재하나, 감지할 수 있는 것들의 시각화에 관심을 갖는다. 그는 시지각의 총체적 감각을 통해 대상을 이해하고, 그것을 화폭으로 옮기기 위한 기술적, 매체적 연구를 한다.

손현선, 〈마주한 면〉, 2019. 캔버스에 아크릴릭, 52.8 x 45.3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이호인(b. 1980)은 풍경화로서의 도시 야경을 그린다. 그는 도시가 갖고 있는 표면적, 이면적 특성들과 함께 자신의 이해와 감정을 함께 담아내기 위해 속도감 있는 스트로크를 체화하여 드러낸다.

이호인, 〈인왕산 야경〉, 2017. 종이에 유채, 54.5 x 79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정용국(b. 1972)은 강, 호수, 바다의 물결을 그린 남송(南宋)의 화원 마원(馬遠)의 십이수도(十二水圖) 화첩을 재전유하여 Flow 시리즈를 그렸다. 습윤한 먹의 붓질로 그려낸 그의 그림은 검은 먹색이 푸른 물결로, 흰 종이가 눈부신 빛으로 나타난다.

정용국, 〈Flow 202013〉, 2020. 한지에 수묵, 90 x 90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조우빈(b.1993) 은 대상에 대한 묘사를 극대화 시키며, 물감과 나무, 레진으로 형상을 만든다. 실제 대상의 형상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전혀 다른 물질과 스케일, 표면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서의 대상은 원본을 떠올리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언캐니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신체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조우빈, 〈Three Pieces of Ginkgo〉, 2018. 나무, 42 x 39 x 156.5(h)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최모민(b. 1985)은 실제로는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상황들을 연출하여 촬영하고 그것을 다시 회화로 옮긴다. 그림이라는 특성과 그림 속 상황은 작가의 심리가 반영된 초현실적 묘사로 보이지만, 그림의 부분들은 실제 벌어진 사건이기도 하다. 그의 그림은 사실과 연출, 심리와 현상이 교차되면서 다층적인 아이러니함을 드러낸다. 

최모민, 〈기울어진 여자〉, 2019. 캔버스에 유채,193 x 150 cm (사진 제공: 원앤제이갤러리)


어떤 것을 오랫동안 응시하고 그것의 형태를 떠냄으로써 존재에 다가가고자 하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메를로 퐁티의 철학 아래에 있다. 작가의 시선이 세계로 향해 현상을 관찰하고, 관찰한 것을 다시 육화한다는 점 역시 그렇다. 물리적 덩어리를 가진 작품은 세계 속에 존재하는 어떤 것이며, 다른 것들과 이웃하여 관계를 맺는 무엇이다. 그런 점에서 구상화에서의 조형성에 대한 문제는 현상과 존재에 대한 이해의 뒤에 따라오게 된다. 즉 캔버스 옆에 놓인 사건과 캔버스 위에 그려진 그림의 관계, 눈과 손이 결합된 신체가 만들어내는 관계가 그에 앞서 놓여진다. 대상의 표면을 몇번이고 훑어내는 눈과 손은 세계에 대한 지속적이고 끈질긴 질문이며, 내 앞에 - 또는 옆에 - 놓여진 것과 내 존재와의 관계를 쉼 없이 탐색한 결과이다. 전시 《재현의 방법》은 이러한 총체적 사유의 결과로서의 작품들을 더듬어가며 만들어낸 지도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About Artists>

강석호 작가(b. 1971, 한국)는 서울대학교 조소과와 독일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를 졸업했다. 《더 쇼룸: 300》(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Untitled》(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 《The Other》(페리지 갤러리, 2017), 《독백》(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15)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회색의 지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2019) 등이 있다. 2000년에는 스위스 바젤 아트페어에서 주관하는 'UBS Art Award'를 수상했고, 2004년 제23회 석남미술상을 수상했다.


김혜원 작가(b. 1993, 한국)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장식전》(오래된 집, 2020),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대림미술관, 2020), 《Ivy Room》(어쩌다갤러리2, 2019) 등이 있다.


노은주 작가(b. 1988, 한국)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Walking—Aside》(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 《상황/희미하게 지탱하기》(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3)을 가졌고,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눌변가》(d/p, 2020),  《기하학, 단순함 너머》(뮤지엄 산, 2019), 《세 번 접었다 펼친 모양》(브레가 아티스트 스페이스, 2018), 《White Shadows》(우민아트센터,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박정인 작가(b. 1991, 한국)는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으로는 《Falling, Hanging, Off.》(공간 사일삼, 2017)을 개최하였으며, 참여한 단체전으로는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Spacing to Spacing》(의외의조합, 2019),《의외의조합 판화전: cross-plane》(의외의조합, 2018), 《제3회 뉴드로잉 프로젝트》(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18) 등이 있다..


서동욱 작가(b. 1974, 한국)는 2001년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2005년 Paris-Cergy 국립 고등미술학교에서 공부하였다. 《그림의 맛》(원앤제이 갤러리, 2020), 《더 쇼룸: 여름-바다-눈부신Ⅱ》(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분위기》(노블레스 컬렉션, 2019), 《분위기》(원앤제이 갤러리, 2017), 《야행》(갤러리 소소, 2015), 《회화의 기술》(원앤제이 갤러리, 2013), 《Day for Night》(원앤제이 갤러리, 2011)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그 외 《Flashback》(원앤제이 갤러리, 2019), 《Dialogue》(수애뇨339, 2018), 《밤의 가장자리》(OCI미술관, 2016), 《The Shadow of the Future: 7 Video Artists from Korea》(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 MNAC, 2013), 《Move on Asia》(대안공간 루프, 2012), 《감각의 몽타주》(서울시립미술관, 2009)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손현선 작가(b. 1987, 한국)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Standstill – Spin – Sphere》(챕터투, 2017), 《눈 숨 새》(갤러리 175, 2016)를 개최하였고,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궤도공명》(스페이스 이수, 2020), 《미치지 않는》(페리지 갤러리, 2019), 《아크로바틱 코스모스》(원앤제이 갤러리, 2018), 《두산아트랩 2017》(두산갤러리 서울, 2017), 《트윈 픽스》(하이트컬렉션,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이호인 작가(b. 1980, 한국)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개인전으로는 《On the Surface》(두산갤러리 뉴욕, 2018); 《번쩍》(케이크 갤러리, 2015), 《미끄러진다》(갤러리현대 16번지, 2012) 등이 있으며, 참여한 주요 단체전으로는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현대 회화의 모험: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2020), 《메타-스케이프》(우양미술관, 2017), 《아트스펙트럼 2016》(리움미술관, 2016) 등이 있다. 이중섭미술관, 몽인아트스페이스, 뉴욕 두산갤러리 레지던시, Harlem Studio Fellowship에 입주해 작업한 바 있으며, 2016년에는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했다. 


정용국 작가(b. 1972, 한국)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영남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더 쇼룸: Flow》(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피-막》(상업화랑, 2020), 《첫 번째 사람》(상업화랑, 2018), 《수면의 원근법》(인천아트플랫폼, 2015) 등 다수의 개인전을 가졌다.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한국화, 新-와유기》(대전시립미술관, 2019), 《나의, 국가, Arbeit Macht Frei》(탈영역우정국, 2018), 《스코어: 나, 너, 그, 그녀{의}》(대구미술관, 2017), 《거시와 미시: 한국∙대만 수묵화의 현상들》(서울대학교미술관, 2015), 《Testing Testing 1.2.3》(송은아트스페이스, 2012)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5년에는 제5회 송은미술대전 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제27회 중앙미술대전에 선정되었다. 현재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금호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학교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에 소장되어있다. 


조우빈 작가(b. 1993, 한국)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화와 조소를 공부했고, 동대학원에서 조소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Take Off》(스페이스 55, 2019), 《Flowing Air, Moving Wind》(유중아트센터, 2018)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모민 작가(b. 1985, 한국)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에서 회화를 공부했고, 동대학원에 조형예술학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식물 극장》(원앤제이 플러스원, 2019), 《꿈 같은 삶》(산수문화, 2019), 《태양 아래》(은평문화재단, 2018), 《익명의 풍경》(갤러리 175, 2017) 총 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재현의 방법》(원앤제이 갤러리, 2020), 《또 다른 밤》(금호미술관, 2020), 《홀로 작동하지 않는 것들》(아마도예술공간, 2020), 《이름 없는 말들》(금호미술관, 2019), 《그림과 그림》(누크 갤러리, 2017) 외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8년에는 <의정부 예술의 전당 신진작가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