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생의 기억 Life Signature≫ - 김준, 조성연


📅 2022. 08. 27 - 2023. 01. 15

🏛️ 닻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진새골길 184

⏰ 수-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031-798-2581, museum@datzpress.com



사진제공: 닻미술관


닻미술관의 야생정원에 위치한 새 공간 ‘프레임 FRAME’이 탄생했다. 안과 밖의 경계 ‘틀’이라는 제한 아래서 새로운 시지각적 가능성을 담아내는 창작공간으로 불린다. 그 첫 전시로 <생의 기억 Life Signature>이 열렸다. 진새골 숲의 소리를 채집한 김준 작가의 설치 작업과 야생정원의 빛을 담은 조성연 작가의 사진 작업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와 재구성된다. 두 작가에 의해 야생에서 전시장 틀 안으로 들어온 생명의 기억들은 사진과 소리 설치물로 낯선 공간 안에서 관람자의 감각과 다시 공명한다. 외부와 닫힌 중성적인 내부 공간 안에서 선택적인 대상을 새롭게 경험하는 일은 낯섦과 익숙함, 경계의 열림과 닫힘, 생명의 호흡을 인지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예술의 원형을 찾아내는 닻미술관의 새로운 공간 프레임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사진제공: 닻미술관


닻미술관의 야생정원에 위치한 새 공간 ‘프레임 FRAME’은 안과 밖의 경계 ‘틀’이라는 의미로서 장소를 주 매개로 하여 새로운 시지각적 무의식을 열어주는 창작의 가능성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첫 번째 전시는 <생의 기억>으로 생명의 흔적들을 채집해 비워진 틀 안으로 들여 주의 깊게 보고 감각함으로 그 의미를 다시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이 물음은 자연의 소리와 빛을 담아내는 김준, 조성연 작가에게 던져졌고, 이들은 진새골에 위치한 레지던시 공간 ‘실로암’에서 머물며 개별적인 작업의 시간을 보냈다. 두 작가의 탐색이 선행되는 시점에서 짧은 체류 시간에다 날씨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장마시기도 겹쳤지만, 작가들은 자신이 체득해왔던 창작의 관점과 방법을 유지하며, 자연과 사람이 오랫동안 공존해온 그 장소에서 흙, 물, 온갖 생물들의 세월이 지닌 원형의 기억을 찾기 위해 나섰다.


사진제공: 닻미술관


소리를 담는 김준은 해뜨기 전과 해지기 전 숲의 형체가 온전히 드러날 때에 가급적 인적이 드문 곳이나 홀로 몰입하기 좋은 곳을 택했다. 작가는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이 남겨놓은 시간성과 공간성이 교차하며 충돌하는 것에 주목했고,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자생하거나 길러졌던 모든 생물체들이 발생하고 소멸하는 지점의 흔적들 - 낙엽, 새, 돌, 사람, 비행기, 풀벌레, 물 등을 찾아내 소리와 이미지(탁본)로 채집하였다. 그는 며칠간 소리 채집한 것을 아침저녁 하루를 걷는 것처럼, 즉 ‘숲속 낙엽 밟는 소리-돌 구르는 소리-아기 울음소리-하늘을 나는 비행기 소리-풀벌레 소리-물 흐르는 소리’ 등의 흐름이 있는 사운드 타임으로 편집하였다.



사진제공: 닻미술관


빛의 변화를 그려내는 조성연은 숲에서 빛을 온전히 느끼기 위한 새벽 시간 때를 기다렸고 눈으로 호흡하듯 필름 카메라와 한 몸이 되어 사진을 찍었다. 급변하는 날씨 속에서 숲 주변의 자연물에 주목하고, 시간대별로 다른 빛과 만나는 땅의 흔적들을 발견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숲에 다다르기도 하고, 푹신한 낙엽들과 맨땅의 흙을 밟으며 그 감촉을 느꼈고, 곤충들의 날갯짓이나 새들이 내는 소리 등의 다채로운 감각들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만나진 자연물 - 부엽토, 부스러진 나무수피, 뿌리를 드러낸 나무, 거친 덩굴, 죽은 식물의 잔재, 만개한 꽃과 열매, 다음 생을 기다리는 씨앗들에 담긴 태고적 생의 잔영(殘影)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사진제공: 닻미술관


김준의 <흐름의 흔적>과 조성연의 <숲의 숨> 작품들은 전시 공간 전체를 빈 캔버스로 설정하고, 소리 설치와 사진 이미지가 서로 방해되지 않고 전체가 조화로운 하나의 공연 같은 울림을 준다. 그런 면에서 두 작가에 의해 이곳‘프레임’밖에서 발견되고 창작으로 전환된 작품들, 즉 ‘생명’의 흔적들은 중성적인 공간 안으로 들어와 관람자를 주목하게 하고 다시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된다. 이 전시는 자연 속 예술의 원형을 찾아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한편 평소 무심하게 지나치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무감각의 지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물리적인 틀 너머 우리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모든 언어가 예술가의 기억과 교감함으로써 새롭게 재생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