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복희 소품상점, 첫 번째 ‘쟁이상점’으로 도예가 은성민 조명



📅 2026.6.29(월) - 2026.7.4(토)

🏛️ 고복희 소품상점

📍 서울시 동대문구 고미술로 21, 1층 158호

⏰ 12:00 - 17:00

❓ 문의: 박효성 @hyosung486


f148958a9b76c.jpeg

답십리 고미술 상가에 자리한 고복희 소품상점이 새로운 기획 시리즈 ‘쟁이상점’을 선보인다. 첫 번째 주인공은 경남 양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조선시대 분청과 백자를 탐구해 온 도예가 은성민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의 도공을 뜻하던 ‘그릇쟁이’라는 오래된 호칭을 오늘의 공예 언어로 다시 불러내며, 전통 기술이 현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전시의 출발점은 19세기 말 화가 기산 김준근의 풍속화 속 '사긔만들고' 장면이다. 흙을 빚고 그릇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담은 이 이미지는 과거의 풍경으로 머무르지 않는다. 은성민 작가는 흙과 물레, 불을 다루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조선 도공들의 손기술과 태도를 현재의 감각으로 이어간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 분청사기의 대표 기법인 덤벙, 귀얄, 철화 작업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15~16세기 조선 도자의 조형성과 제작 방식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작가는 20여 년에 걸친 탐구를 바탕으로 전통 기법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와 감각으로 번역해 왔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작품뿐 아니라 전시를 구성하는 방식에도 있다. 고복희는 오랜 시간 고가구와 고미술을 발굴하며 과거의 물건이 오늘의 삶 속에서 다시 쓰일 수 있도록 연결해 온 공간이다. 한편 은성민은 조선 도예를 연구하고 자신의 조형 언어로 풀어내며 전통과 현대를 잇는 또 다른 연결자다.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 온 두 주체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적 미감이 시간 속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변주되는지를 보여준다. 


관람객은 완성된 그릇의 형태만이 아니라 표면에 남겨진 붓질의 흔적, 유약이 흐르며 만들어낸 우연한 결, 손의 움직임이 남긴 미세한 차이에도 주목해볼 만하다. 전통 공예의 가치는 과거의 양식을 보존하는 데만 있지 않다. 오히려 오랜 기술이 현재의 삶 속에서 다시 사용되고 새로운 의미를 획득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가 된다.


고복희 소품상점은 전시 기간 동안 옛 시장의 정취를 전하기 위해 짚풀생활사박물관의 협조 아래 짚풀과 새끼줄을 활용한 포장도 함께 선보인다. 과거의 물건과 기술, 그리고 오늘의 감각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는 이번 ‘쟁이상점’은 공예가 지닌 시간의 깊이와 생활의 온기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이미지 제공: 고복희 소품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