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돌 : 4인의 사진 작가들이 펼치는 연금술


기간: 2020. 3. 28 – 8. 16

위치: 닻미술관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진새골길 184)

관람시간: 수-일요일, 오전 11시 – 오후 6시 | 월·화요일, 설·추석연휴, 선거일 휴무

전시 문의: 031-798-2581, museum@datzpress.com


닻미술관은 올해 첫 전시 <철학자의 돌 : Philosopher’s Stone>에서 미국 서부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네 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빌레 칸사넨 Ville Kansanen, 그레첸 르마이스트레 Gretchen LeMaistre, 론다 래슬리 로페즈 Rhonda Lashley Lopez, 다이앤 피어스 Diane Pierce 네 작가는 각자의 고유한 방법과 창작의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보이는 물질로 구현한다. 자연, 인간, 예술 그리고 그 사이 발생하는 유의미한 진동을 빛으로 담아낸 사진 공간이 오는 28일 개최된다.


사진의 연금술


옛 연금술사들에게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 원소는 물질세계의 근원이다. 그들이 찾던 ‘철학자의 돌’ 또는 ‘현자의 돌’이라 불리는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물질을 금으로 변화시키는 신비의 질료를 뜻한다고 한다. 비록 실패한 과학이지만 연금술은 대립되고 모순된 가치가 함께 공존하여 에너지가 되는 창조성을 상징하기에 현대의 시인과 예술가에게는 아직도 흥미로운 주술이다. 전시에 함께하는 네 명의 사진가는 각자의 삶의 깊이를 사진 매체를 통해 연마한 아름다운 결과물로 보여준다. 이들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이자 철학자로서 우리에게 진지한 삶의 질문을 던진다.


빌레 칸사넨 Ville Kansanen

‘빌레 칸사넨 Ville Kansanen’은 거대한 자연이자 신비한 풍경인 사막에 매료되어 일종의 장소특정적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이를 연출 사진으로 선보인다. 고정된 존재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사막은 작가의 작업을 통해 자연의 순환에 대한 명상으로 이어지며 다시 영원을 꿈꾸는 영적인 존재로 인간을 소환한다.


빌레 칸사넨은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사진, 조각, 영상, 대지 미술을 아우르는 작품을 진행한다. 작가는 형이상학적 공간을 디지털 사진으로 재현하는데 관심을 가지며 특히 자연과 숭고의 유의미한 관계에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인류가 경외해온 초자연적 현상을 모방, 실험하고 이와 교감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2017년 미국 Center for Fine Art Photography와 2016년 독일 Galerie Hiltawsky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 외 여러 나라의 다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2015년에는 Lucie Award, International Photography Award 등을 수상하였다.

좌:Ville Kansanen, Untitled, 2018, archival pigment print, 90x60cm, 우:Ville Kansanen, Earth #10 (880 days), 2019, archival pigment print, 60×39.5cm


그레첸 르마이스트레 Gretchen LeMaistre

‘그레첸 르마이스트레 Gretchen LeMaistre’는 본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섬에서 시간을 거슬러 진행한 작업을 선보인다. 조류의 명료한 흔적을 촬영한 <Tidemarks>와 빛과 물질을 다루며 사진 실험으로 재현한 <Haptics> 시리즈는 작가 개인의 역사와 장소의 역사가 중첩되어 서사가 감춰진 추상 사진으로 전환된다.


그레첸 르마이스트레는 자연, 환경과 관련된 인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이를 사진 작업으로 제시한다. 미국 북부 캘리포니아의 삼나무 벌목 문제를 다룬 <Live Burls>(2016) 시리즈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Tidemarks>, <Haptics> 시리즈 등을 통해 어린 시절을 보낸 북부 플로리다의 역사와 풍경을 사진으로 해석하여 담아낸다. 2018년 미국 San Francisco International Airport와 네덜란드 Schilt Gallery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그 외 닻미술관, SFMOMA Artist’s Gallery,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 등 다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좌: Gretchen LeMaistre, Arrangements in Gray and Black, I, 2019, archival pigment print, 90x60cm, 우: Gretchen LeMaistre, Tidemark VIII, Nov. 23, 2018, archival pigment print, 50.5×40.5cm


론다 래슬리 로페즈 Rhonda Lashley Lopez

‘론다 래슬리 로페즈 Rhonda Lashley Lopez’는 마음의 눈으로 깊이 공명한 자연의 순간을 금을 입히거나 사진 화학적인 고유한 과정을 거쳐 종이 위에 담아낸다. 연금술과도 같은 섬세한 인화 과정은 작가가 품은 자연의 빛이 물질로 전이된 결과이다.


론다 래슬리 로페즈는 저널리즘을 전공한 사진가로 자연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를 다양한 사진 인화 기법을 통해 표현한다. 작가는 특히 금박을 코팅한 종이에 아날로그 사진 기법으로 프린트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특유의 방식과 감각으로 구현해낸다. 작가는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최근 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 Two-person exhibit, Photography at Oregon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또한 IPA International Photo Awards, Shortlisted for Hariban Award 등을 수상하였다.

좌: Rhonda Lashley Lopez, Suspended, 2017, cyanotype on gampi over 24k gold leaf, mounted on acid-free cotton paper, 20.3×15.2cm, 우: Rhonda Lashley Lopez, Suspended, 2017, cyanotype on gampi over 24k gold leaf, mounted on acid-free cotton paper, 20.3×15.2cm


다이앤 피어스 Diane Pierce

‘다이앤 피어스 Diane Pierce’는 이성적인 동시에 비이성적인 주변 사물의 관계성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사진적 방법으로 재구성한다. 드로잉 과정에서 탐구한 재료들의 얽힌 관계는 사진을 통해 포착된 우연성으로 새로운 맥락을 이루며, 2차원으로 전환된 3차원의 관계성은 다시 4차원 상상의 공간이 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


다이앤 피어스는 페인팅, 드로잉, 사진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사진의 아날로그 및 디지털 기법뿐 아니라 대안적 방식까지 아우르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그만의 독창적 작업을 선보인다. 미국 Smith Anderson North, PhotoAlliance, Candela Gallery, Euphrat Museum of Art 등에서 전시를 개최하였으며 그 외 다수 단체전과 출판에 참여해오고 있다. 미국 SF MOMA, The MFA와 프랑스 The Bibliothèque Nationale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좌: Diane Pierce, Untitled, from the series Animated Objects and Other Oddities, photographed 1999, printed 2011, archival pigment print, 42.5x33cm, 우: Diane Pierce, Untitled, from the series Thinking About Drawing, 2016, archival pigment print from a scanned lumen print, 60.9×40.7cm


연금술은 고귀한 것을 얻으려는 인간의 열정 그 자체를 의미하는지 모른다. 이성과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직도 예술가의 상상과 꿈을 발현시키는 상징으로서 연금술은 인간이 과학과 이성의 논리만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자연과 생명, 예술과 영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반증하고 있다. 자연, 인간, 그리고 사진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루어진 네 작가의 작품은 정신이 물질이 되고, 물질이 다시 고귀한 정신의 예술이 되는 순환의 과정을 보여준다. 2020년 유난히 힘든 봄을 맞으며 통제 불가능한 삶을 견디는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것들을 기억할 수 있기를, 연단의 과정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순도 높은 이상을 꿈꾸는 자에게 예술은 지혜의 샘이 되어줄 것이다.



글: 강민정 학예실장
자료제공: 닻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