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경작_Cultivation ≫ - 현경훈


2021. 11. 19 - 2021. 11. 28

플레이스막3

위치: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721-5 플레이스막3

관람시간: 수~일 오후 12시~오후 7시, 매주 월, 화 휴관

전시 문의: placemak@naver.com



독특한 방식으로 변이된 노동 정신을 그리는 작가 현경훈의 개인전 <경작_Cultivation>이 2021년 11월 19일부터 2021년 11월 28일까지 플레이스막3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변이된 노동과 수확의 여러 조건들에 대한 작가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관람.


현경훈, 경작1, pen on paper, 25x36cm, 2021. ©현경훈, PLACEMAK3


"햇빛이 구름 사이로 쏟아진다, 서서히 드러나는 대지 위의 밭에서는 빌딩들이 자란다. 이 도시는 더욱 더 높이 자란다. 구름에 햇빛이 가려지고 도시의 거대한 그림자만 남는다."


우리 시대의 도시라는 성지는 성과기계들을 앞세워 무한한 경쟁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기계들은 서로 경쟁하며 새로운 일을 끝없이 만들어 내왔다. 이런 그들에게는 노동을 지속하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루트일 것 이다. 만약 이들에게 수확이라는 것이 있다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현경훈, 경작5, pen on paper, 25x36cm, 2021. ©현경훈, PLACEMAK3


인간은 자신의 몸을 노동에 평생 바쳐야 할 사명을 안고 태어났다. 그리고 각 시대의 윤리와 종교는 그로 하여금 단순한 생존의 범위를 넘어서, 독자적인 목적과 성취를 낳게 하는 정신을 부여해 주었다. 나아가 이 정신은 사람을 움직이는 내면의 동기이자 목적이 될 수 있는 숭고함까지 안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시대의 노동정신은 어떤 동기와 종착지를 갖고 있을까.


현경훈, 경작4, pen on paper, 25x36cm, 2021. ©현경훈, PLACEMAK3


현경훈의 <경작_Cultivation>전은 우리 시대에 변이되는 노동과 정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가 보여주는 퍼포먼스 ‘경작’은 전시공간을 토지로 개념화시키고 그 위에 기하학적 밭을 가꾸는 과정인데 이는 메타버스의 임의적 설정과 같은 놀이이다. 토지 위에 수치화되고 반복되는 기호는 노동이라는 매개를 통해 물질세계와 우리 내면의 간극을 관통한다. 특히 여기서 설정된 규칙과 패턴은 작가 개인의 공상을 넘어 강박적인 반복노동을 이끌어내는 메커니즘이 있다. 정해진 회로 안에서 돌고 도는 패널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로 치닫을 운명이다. 이런 선견은 작가 또한 기계라는 정체성에 갇혀버린 상황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농부의 경작이 추수를 위한 것이듯, 우리의 노동 또한 수확을 맞이해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가 하는 ‘일’과 수확의 본질은 ‘가능성-역설에 갇힌 반복’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정지에서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경작_Cultivation>전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작가의 노동 뿐만 아니라 그가 스스로 만드는 수확의 조건이다.


이 수확은 우리 앞에 휴지를 부여함으로서 사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모든 반복회로를 끊어버리고, 해체시키는 이 사건은 거둬야 할 때를 스스로 만드는 결말이다. 작가가 열심히 일군 토지는 무한한 반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작, 더 나은 시작을 알리는 순환의 파편으로써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