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침묵하는 곶 ≫ - 최향유


2021. 11. 22 (월) - 2021. 11. 28 (일)

갤러리 아미디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31길 10 갤러리 아미디 아현 다락2

관람시간: 월-토 12:00~19:00 일 12:30~18:00

전시 문의: wenza@amidi.kr



그런 때가 있다. 우연히 들리는 노래에서, 어떤 냄새에서, 또는 특정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한 순간으로 보내어지는 순간이 있다. 끊임없이 미래로 향하는 현재 속에서 채 맺지 못하고 사라지는 순간의 과거가 현재의 지각과 연결된다. 그 순간 우리는 연속된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난다. 그렇게 연결된 과거는 현재에 대한 답이 되기도 한다.



 이곳은 경계이다. 연약하나 분명하다. 나는 연결된 시간 안, 경계 언저리에서 나를 둘러싼 것들을 바라본다. 가늠할 수록 희미해지는 선상 위에 서서 그 어떠함을 측량한다. 형체 없는 무언가로 잣대를 짓는다. 그 속엔 측량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한 벽과 질척한 늪도 있다. 기쁨도 있고 끝없는 무력감과 같은 우울도 있다. 이러한 행위는 캔버스 앞에 선 예술가의 그것과 닮아 있으나 그보다는 무한히 황량한 토지를 계측하는 관측자의 시선과도 같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나는 공허하기만 하다.



 나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어느 곳에 있어도 이방인이었던 존재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가?



 전시는 작가의 과거 순간과 현재의 지각이 연결되는 순간을 영상과 글로 담아 전시의 형태로 구현한다. 그렇게 구성된 전시는 작품의 호흡을 따라 관객을 작가의 선상 위로 올린다. 관객의 의식 안에서 사회적 틈을 형성한다. 그 틈은 끝없이 확장될 수도, 전혀 다른 속도로 흘러갈 수도, 답하지 못하고 흩었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한히 황량하고 망망한 토지에 완결되지 못할 답을 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