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LUCID》 - 성낙희


2020. 11. 5. - 2020. 12. 26

PIBI GALLERY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5-6  1층

관람시간:  화-토   11:00 am - 6:00 pm

전시 문의: 010-3359-0721 /  info@pibigallery.com


성낙희, Elation 1, acrylic on canvas, 91x117cm, 2020 (ⓒ Nakhee Sung, PIBI Gallery)


피비갤러리는 11월 5일부터 12월 26일까지 성낙희의 첫 개인전 <LUCID>를 개최한다. 성낙희는 회화가 가지는 평면적인 조형언어를 사용해 유기적이고 추상적인 화면을 직관적이면서도 구조적 짜임을 가진 형태로 캔버스에 담아왔다. 이번 피비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신작 <Elation>은 지난 2018년 <Transpose>와 2019년 <Sequence> 연작과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지만 한층 더 심화된 성낙희만의 추상회화를 보여줄 것이다.


성낙희, Elation 8, acrylic on canvas, 97x130cm, 2020 (ⓒ Nakhee Sung, PIBI Gallery)


성낙희의 추상화는 유기체적으로 미끄러지듯이 유영하는 색들의 운동감이 붓선을 따라 그려지는 면과 자율적인 형상을 통해 화면 위에서 균형을 이룬다 . 작가는 밑그림 없이 직관적으로 다양한 색감과 유연한 붓질 등을 통해서 유기적인 공간을 평면위로 구축하며 자신만의 화법을 연구해 왔다. 즉흥적인 붓선이 지나간 자리는 그 움직임이 반복되며 레이어를 생성하고 이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물결처럼 흐름이나 경로를 만들기도 하는데 화면에 안착된 각 부분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채워지면서도 비워 , 엉키면서도 짜여진 일종의 주고받는 소통을 그리며 점층적인 결을 가지게 된다. 이때 작가의 움직임이 만들어 낸 조화로운 구성은 질서나 규칙을 찾도록 우리의 시선을 이끌기도 하지만 작가는 정해진 틀이나 방법이 아니라 직관적이고도 자유로운 붓질 속에서 캔버스에 새겨진 공간의 전체적인 균형을 찾는데 좀 더 초점을 맞춘다.


성낙희, LUCID, installation view (ⓒ Nakhee Sung, PIBI Gallery)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Elation> 연작들은 2018년 <Transpose>와 2019년 <Sequence> 연작과 구성적인 공통점을 가지는데, 꾸준히 연결 짓고 표출 되어진 추상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심화되며 변주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성낙희는 즉흥성을 띄면서도 집중력 있는 감각으로 색면과 색형을 선택적으로 쌓아 올려 그 조합이 발화하는 에너지를 마치 음악의 운율처럼 리드미컬하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2018년 시작된 <Transpose> 연작과 2019년 <Sequence> 연작부터는 회화적인 요소들이 좀 더 줌인(zoom in)되어 밀도감 있게 그려진 색과 면이 밀집된 공간성을 가지며 새로이 화면위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은 기존에 작가가 가진 추상에 대한 시각은 그대로 가져가지만 화면 속에 확대되어 중첩된 이미지들은 그 안을 점유하는 공간들 사이에 느긋이 머물면서 작가의 움직임을 더욱 주시하도록 만들었다. 성낙희는 붓선이 지니간 자리로 다시 돌아와 붓길을 증축하 듯 만들어가고 섬세하게 조율하며 다듬기 때문에 그녀의 화면은 자연스레 그로 인한 붓자국과 흔적이 남게 된다. 또한 균형을 맞춰가며 반복적으로 생성된 면들의 구성은 동적이지만 차분한 에너지를 갖고 서서히 쌓이면서 지어져 가는 화면 위의 공간성을 더욱 주목하게 하는데 이는 어떤 행위 후에 뒤따라오는 것들 가운데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인 간격을 유지하며 그 결이 시각화 되는 추상적인 구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관적인 붓질이 만들어내는 조형적인 미는 자유로우면서도 나름의 건축적인 구성과 구축을 이루는 듯 보인다 .


성낙희, LUCID, installation view (ⓒ Nakhee Sung, PIBI Gallery)


성낙희의 추상 작업들은 절제된 결정(decisiveness)으로 이루어진 간결한 색면들이 차곡차곡 더해 가면서 서로 밀리고 당기는 짜임을 가진다고 했는데, 이러한 구조는 찰나의 선택으로 이루어 지기에 예측하기 어렵고 각각의 요소들이 뒤엉켜 팽팽하게 주고받는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하지만 한편 서로 어우르고 감싸 안는 하모니를 보여주기도 한다. 성낙희의 회화는 채워져 있지만 채워진 것이 아닌, 완성 되었지만 완결되지 않은 부분들 하나하나에 지속적으로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완전함을 향해 가며 시간성을 획득한다. 나아가 부분과 전체, 내부와 외부의 힘이 공존하면서 깊이를 가진 화면을 구성하고 회화 그 자체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접근 방식에 진지하고 흥미로운 시선을 불러 일으킨다.


성낙희의 이번 <LUCID> 전시는 이전 작업들의 구성적인 측면을 공유하면서 꾸준히 연구해 가는 그녀의 추상세계를 가늠해본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가 있을 것이다. 특히 최신작 <Elation>은 수평적 형태의 하드 엣지(hard-edged) 구성을 늘리면서 직관적인 성낙희의 평면 공간이 가진 내적 힘을 더욱 주시하도록 이끈다.




About Artist


성낙희(b.1971)는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으로 추상 이미지를 그려온 작가로 회화의 가장 기본적 표현 요소를 사용하여 음악과도 같은 리듬과 운율 혹은 유기체적으로 미끄러지듯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색들의 운동감이나 형태를 그려오고 있다. 성낙희의 작업은 초기의 자유롭고 에너제틱한 화면 속 움직임부터 최근의 좀 더 조형적 균형에 초점을 맞춘 작업까지 작가만의 화법으로 꾸준히 발전시켜 온 추상에 대한 깊은 시각이 흥미롭다. 특히 색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성과 직관적이지만 구조적인 짜임을 갖는 구성은 그녀의 회화를 주목하게끔 이끄는 주된 요소이다.


성낙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을 졸업하고 런던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트선재센터, 두산갤러리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일민미술관, 밀라노현대미술관 등 주요미술관의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2005년 제51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된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뉴욕 두산 레지던시, 쌈지 레지던시, 파리 시떼 국제 레지던시 등 국내외 레지던시에 참여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LG, UBS 아트컬렉션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