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그레고어 힐데브란트 - 스쳐가는 두루미


📅 2024. 05. 14 - 2024. 06. 29

🏛️ 페로탕 서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5길 10

⏰ 월-토 10am - 6pm

02-545-7978


Gregor Hildebrandt, Umatmen erwünschte Lüfte dir die beruhigte Flut (Breathe in the Desired Air on the Calm Tide), 2024, Inlays in plastic cases, wooden case, 213 × 197.5 × 9 cm. Photo: Roman März.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페로탕 서울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를 개최했다. 8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카세트테이프와 LP판 같은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한 그의 대표작과 최근 작품들이 전시된다. 음악과 문학, 영화를 통해 발전해온 그의 작품들은 아날로그적 특성으로 우리의 기억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한다.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는 아침마다 침실 천장에 그려진 두루미를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두루미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이동하며, 그의 작품 제목은 러시아 영화 <학은 날아간다>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테이프와 레코드 같은 음향 매체를 활용해 템포, 리듬, 강조 등 음악의 요소를 작품에 녹여내고, 이를 통해 독특한 내러티브를 전개한다.


Gregor Hildebrandt, Rhein, 2024, Compression-molded records, acrylic, metal bar, marble plinth, 218 × 31 × 31 cm. Photo: Roman März.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다채로운 색상의 바이닐 기둥 작품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끝없는 기둥>에 경의를 표하며, 파트너의 어머니가 입었던 스웨터의 줄무늬 패턴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 매체를 통해 추상적 음악을 실체화하고,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힐데브란트의 그림은 아날로그 필름 사진에서 포지티브와 네거티브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과 유사한 과정을 거친다. 캔버스에 부착된 테이프를 떼어내면서 두 개의 상호 보완적 작품이 탄생하며, 이는 기억과 꿈의 잔상을 연상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예술적 완벽함과 자기 파괴를 다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레고어 힐데브란트는 카세트테이프와 바이닐을 주재료로 미니멀하면서도 낭만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음악과 영화를 통해 우리의 집단적, 개인적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 매체의 광택 있는 표면 너머로 감상자를 초대해 과거와 기억의 아름다움을 포착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