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철 개인전 《SURFACE》… 도시의 표면에 스며든 시간과 감각을 섬유로 직조하다



📅 2026.5.15(금) - 2026.6.20(토)

🏛️ CDA

📍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20, 2층

⏰ 화-토 13:00-19:00 (일·월 휴관)

❓ 문의 cdagallery.k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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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의 CDA는 오는 6월 20일까지 엄현철 작가의 개인전 《SURFACE》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도시 곳곳에 존재하지만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벽면과 흔적, 물의 깊이와 같은 비가시적 감각을 섬유 작업으로 재구성한 신작 15여 점을 소개한다. 


엄현철의 작업은 회화와 조각, 공예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작가는 도시의 표면에 남겨진 시간의 흔적과 물질의 질감을 실이라는 매체로 번역하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을 새로운 감각의 대상으로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서 표면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기억과 경험, 시간의 층위가 켜켜이 쌓인 장소로 읽힌다. 


특히 작가의 이력은 독특하다. 스위스에서 호텔경영을 공부한 뒤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광고·뮤직비디오 감독과 MTV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했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영상의 장면들 속에서 표면과 질감을 포착해 온 경험은 현재의 텍스타일 작업으로 이어진다. 2019년 터프팅(Tufting)을 시작한 그는 한국 최초의 터프팅 교육 공방을 운영하며 2,000명 이상의 수강생을 배출했고, 이번 전시를 통해 텍스타일 아티스트로서의 작업 세계를 보다 본격적으로 펼쳐 보인다. 


전시에는 도시의 벽면을 재해석한 'Wall' 연작을 비롯해 물의 표면과 깊이를 섬유의 높낮이로 표현한 'Depth 깊이', 회화와 직조를 결합해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흐리는 'Residue 침전', 시간의 축적 과정을 다룬 'Sediment 축적'과 'Trace 흔적' 시리즈가 소개된다. 또한 원형 터프팅 작업을 에폭시 레진에 봉인한 'Afterimage 잔상'은 표면이 인식의 경계를 흐리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를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은 '표면'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우리는 보통 표면을 사물의 가장 바깥층으로 인식하지만, 엄현철은 오히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기억에 주목한다. 낡은 벽의 균열, 스티커가 떨어진 흔적, 물 위로 반사되는 빛처럼 쉽게 지나치는 장면들은 그의 손을 거쳐 촉각적인 풍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섬유의 높낮이와 재료의 물성이 드러나고, 멀어질수록 회화적 이미지로 읽히는 점도 작품 감상의 중요한 요소다. 


전시가 열리는 성수동 역시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가죽 공장과 인쇄소, 철공소 등 수작업 산업의 시간이 축적된 공간 위로 새로운 문화와 감각이 겹쳐지는 성수동의 풍경은,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하나의 표면 안에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SURFACE》는 결국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도시의 표면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전시다. 보이는 것 너머에 남겨진 시간과 감각의 흔적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평범한 풍경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