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연, 조각으로 공간을 밀도 있게 채운 개인전 《꽉꽉》 개최



📅 2026.5.30(토) - 2026.6.20(토)
🏛️ 피코(PCO)
📍 서울시 중구 서애로 15-6, 3층
⏰ 12:00 - 19:00 (월요일 휴관)
❓ pco.seoul@gmail.com


12fc109d7795a.png


서울 충무로의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 피코(PCO)가 박재연의 세 번째 개인전 《꽉꽉》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공간을 오직 조각만으로 채운다는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조건에서 출발해, 작가가 이어온 조형 실험의 궤적을 한자리에서 보여준다. 전시는 6월 20일까지 진행된다.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서 3D 디자인과 조각을 공부한 박재연은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하는 작업을 통해 조각이 의미나 서사 이전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해 왔다. 기존 형상을 파괴한 뒤 남겨진 파편을 다시 결합해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단순한 제작 방식이 아니라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태도에 가깝다. 작가에게 해체는 재건을 위한 방법론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성을 품고 있다. 


《꽉꽉》에서는 이러한 실험이 보다 극단적인 밀도로 전개된다. 전시장에는 30여 점의 조각이 설치돼 있으며, 상당수는 평균적인 신체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준대형 작업들이다. 관객은 작품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이동하며 공간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조각처럼 경험하게 된다. 조각을 감상하는 행위보다 조각 사이를 통과하는 몸의 움직임 자체가 전시의 중요한 감각으로 작동한다. 


작품들은 목재, 석고, 산업 재료 등 서로 다른 물성과 형태가 충돌하듯 결합된 구조를 보여준다. 익숙한 형상을 암시하는 듯하지만 특정한 의미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단일한 해석이나 서사를 거부하며, 관객이 조각을 이해하려는 과정 자체를 유예한다. 무엇을 의미하는지보다 무엇으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전시 전반에 흐른다. 


전시 제목인 《꽉꽉》 역시 이러한 태도를 함축한다. 작가는 공간을 조각으로 가득 채우고, 형태를 압축하고,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전시 서문은 "피코는 꽉 채워졌을까?"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이는 물리적 충만함에 대한 물음이기보다 조각이 공간과 관객의 감각을 얼마나 점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가깝다. 


이번 전시는 박재연이 귀국 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조각 작업의 현재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조각을 하나의 완결된 결과물이 아닌, 해체와 재구성 사이에 머무는 상태로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오늘날 조각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 전경 이미지 및 자료 제공: 피코(PCO), 촬영 이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