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2022 OCI YOUNG CREATIVES≫ - 신선우 | 이수지


📅 2022. 08. 25 - 2022. 09. 28

🏛️ OCI미술관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OCI미술관 1, 2층 전시실

⏰  화~토 오전 10시~오후 6시 | 일, 월 휴관

02-734-0440,  cuy@ocimuseum.org


출발합니다, oil on canvas, 130.3×194㎝, 2022

Composition 01, paper, thread, ink, 81×181㎝, 2022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2022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 6명의 개인전을 7월 1일부터 11월 24일까지 약 5개월에 걸쳐 연달아 개최한다.


최종 선정된 김예솔, 신선우, 이수지, 임지현, 한상아, 황규민 작가는 OCI미술관 1층 또는 2층 전시장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톡톡 튀는 아 이디어와 열정은 물론, 한국 현대미술을 이끌 신세대 작가들의 향방을 가늠해 볼 기회이다. 2022 OCI YOUNG CREATIVES에 선정된 김예솔, 신선우, 이수지, 임지현, 한상아, 황규민 작가 중 8월 25일부터 9월 28일까지 신선우, 이수지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다.


《환상특급 시즌 4 : 블루, 볼케이노, 썸머》


중앙을 등진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유색인종의 뒤에서 피를 흘리는 원시 부족, 그 옆을 롤러코스터가 쌩하고 지나간다. 이번 전시 출품작의 배경은 놀이동산, 물놀이 시설과 같은 테마파크이다. 바로크 양식의 회전목마부터 이집트 신전에 이르는 “특급 환상”적 형상으로 포화한 장소로부터 작가는 여러 문화권의 이미지들이 맥락을 탈락당한 채 가쁘게 소비되는 오늘날의 사회문화 현상을 떠올린다.


슬라이드, oil on canvas, 130×162.2㎝, 2022


신선우가 그려낸 화면은 의미심장한 도상들로 가득 차 있다. 얼핏 이들이 하나의 대서사를 이루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종잡을 수 없는 수수께끼만 커진다.


같은 상황이 여러 해석을 낳는 것은 국가나 환경에 따라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서일 터이다. 그래서 작가는 옳고 그름을 판단하거나 진리를 제시하는 대신, 새로운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방법을 택했다. 무심한 듯 나열된 일련의 사건들이 어지럽게 혼합되며,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형상들의 군집은 낯선 관계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전시 부제인 "블루, 볼케이노, 썸머" 역시 특정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단서를 던져 그림 속에서 또 다른 방향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고자 한 작가의 의도로 파악할 수 있다.


수상한 사람, oil on canvas, 53×45.5㎝, 2022


이번 전시에서 신선우는 디스플레이 방식에 변화를 주어 전시실 중앙에 우두커니 서 있는 봉에 캔버스를 매달거나, 행성과 같이 떠 있는 것처럼 천장 높이 설치했다. 내용뿐 아니라 설치 방식의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하여 그림을 공간으로 확장한다.


컷 X, oil on canvas, 53×72.7㎝ each (3 pcs), 60.6×72.7㎝, 2022


또한 유화를 사용하였지만, 건식 재료를 활용한 듯 건조하게 마감된 표면이 독특하다. 더불어 과감한 구도와 세밀한 묘사력으로 팽배한 화면, 강렬한 색감, 붓의 스트로크, 흐르는 물감을 활용한 우연의 효과 등 다채로운 회화의 매력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층 밀도 높은 작품을 선보인 작가가 펼쳐낼 앞으로의 향방이 기대된다.




<About Artist>


신선우 (1987~) 는 프랑스 마르세유 보자르 학사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석사를 취득하였다. 이번 OCI미술관 전시 《환상특급 시즌 4 : 블루, 볼케이노, 썸머》는 그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복잡한 사회문화 현상의 현주소를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화폭에 담아냈다.




《Liminal Phase : 4장과 5장 사이》


모노톤의 화면에는 조밀한 격자를 이루는 무수한 선들이 가득하고, 그 사이에 알파벳과 도형이 묵묵하고도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프린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의 실을 직접 수놓아 만들어낸 노동집약적 화면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때는 제작 과정 및 방식에 보다 귀를 기울여야 한다. 쉬운 길도 어렵게 돌아가려는 수행적 태도를 통해 표면의 이면에 누적된 고뇌의 시간과 노력의 가치를 드러내려 애쓴다. 


Composition 01 (detail)_paper, thread, ink, 81×181㎝, 2022


이수지는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가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Liminal Phase”는 중간 지대를 의미하는데,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를 가시화하기 위해 연구하는 그의 작업을 더욱 직관적으로 나타내는 단어로 해석할 수 있다.


가늘고 연약한 선들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세계와 반복적으로 동작하는 손의 노동이 쌓여 눅진한 화폭이 완성된다. 고도화된 프린터가 수 천장의 인쇄물을 단숨에 뱉어낼지라도, 꾹꾹 눌러 가만가만 써 내려간 손 편지가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처럼 언뜻 얇고 가벼운 종이처럼 보일지라도, 그 이면이 함유한 무게는 프린트된 그것과는 분명 다를 것이다.



Extruding 01, paper, thread, 81×81㎝, 2021


전시실 한 켠을 고요하게, 그러나 당당하게 점유하고 있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무려 100가닥의 실을 하나로 모아 보다 큰 양감을 부여하는 합사 기계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동적 장치의 설계부터 제작까지 작가가 직접 도맡았다. 어딘가 서툰 작동법에 삐걱거리지만 그렇기에 생겨나는 유일무이, 예측불허의 가치가 스며 있다. 


Spindle for 100 strings of thread, wood, thread, dimensions variable, 2022


이수지는 자신의 작업을 "그래픽을 공예 하는 아주 사적인 방법론"이라고 설명하는데, 여기에서 집중해야 할 지점은 "아주 사적인"이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그래픽을 손으로 직접 구현할 방법을 연구해왔다. 첨단 인쇄술과 손의 예민함은 달랐고, 그 간극에서 발생한 차이는 분명했다. 그는 이 지점에서 작업의 가치를 발견한다. 인간이기에 가질 수 없는 정확성과 인간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비정형성. 이것이 곧 이수지만의 "아주 사적인" 방법론이 아닐까.




<About Artist>


이수지 (1986~) 는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에서 학사를 취득하고 네덜란드 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Information Design을 전공하였다. 이번 OCI미술관 전시 《Liminal Phase : 4장과 5장 사이》는 귀국 후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대규모 개인전으로, 과정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그만의 고민과 실험의 흔적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