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멈출 새도 없이 이 말이 튀어나와 버렸지요≫ - 이연경


📅 2022. 05. 18 - 2022. 06. 04

🏛️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616-4

⏰ 12:00 – 18:00 (월, 화요일 휴무)

❓info.yeongdeungpo@gmail.com


이연경 , 멈출 새도 없이 이 말이 튀어나와 버렸지요 , 설치(부분), 2022 ©이연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 5월 18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연경의 개인전 “멈출 새도 없이 이 말 이 튀어나와 버렸지요”를 개최한다.

‘낙서’라는 수행적인 드로잉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연경의 작업방식은 구조화 되어 있는 세계에 무의식을 기습적으로 발현시키는 행위로 보여진다. 기표와 기의의 관계, 문장법 등의 언어구조가 흐트러지면서 가독성이 떨어지는 낙서는, 그 관점을 대상으로부터 신체로 옮기며 글을 쓰고 있는 주체를 전면에 등장시킴으로써 이성 중심의 사고에 의해 주변부로 치부되었던 영역을 신체를 통한 대안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조명하여 주체로서의 존재를 회복하려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연경, 에세이의 확장된 형식가능성 탐구 , 2020-2021 ©이연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이연경의 작업은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언어적 구조가 각 개인을 구성하고 있으며, 누군가를 읽어내고 구조 안에 위치시키는 거대한 타자로서 작용한다는 비판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이는 타자의 시선이 개인 스스로를 규정하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각으로 이어진다. 그와 관련하여, ‘삶’을 뜻하는 ‘bio’와 ‘그리다, 적다’라는 뜻의 ‘graphein’의 복합어인 (auto)biography의 개념은 이연경이 작업을 통해 어떻게 삶을 적어낼 것인가의 문제를 잘 드러낸다. 한 사람 안에 축적된 다수의 형상 때문에 어떠한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나’라는 사람을 규정하여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고, 때문에 입구와 출구가 분명한 선형적 형태의 서술이나 완결된 이미지가 아닌 ‘글과 이미지’의 경계를 오가는 수행적 낙서의 형태와 몸짓으로서 자신을 적어내는 것이 그의 작업이다.


이연경, 에세이의 확장된 형식가능성 탐구, 2020-2021 ©이연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고정적인 형태가 아닌 유연한 방식, 능숙함을 구사하지 않는 방식으로 오브제를 제작하고, 그것들을 가변적인 상태로 제시하면서 체계와 통제를 무력화시키는 낙서의 속성을 그대로 유지한다.

산만하며 완결되지 않은 형상들로 가득 채워진 상태의 전시장은 이성적 글쓰기 가 배제해왔던 내밀한 무의식과 욕구, 욕망들이 깃든 신체를 회복시키며, 전체를 조망할 수 없고, 예측 불가능한 생략된 실재를 가시화하는 공간으로서 작용한다.


거주공간 내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전시공간으로 연계되는 작업 과정은 거주가 일어나는 삶의 공간에 서서히 스며들어가는 방식으로 공간을 점유하면서 탈 중심적 구조를 만들어 낸다. 신체의 유기체적 움직임을 담은 오브제들은 현실세계의 표면 위에 생략된 실재를 투사하는 풍경이 되기도 하며 공간을 뒤엎고 얽히면서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 이는 타자를 향해 서서 끝없이 마주하고 변형하며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여성적 특질들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 세계가 인간과 환경과의 '관계'라는 접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역동하는 상태에 놓여있음을 상기시킨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공존하는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에 작가가 본인 스스로의 존재를 지지하고 회복하는 지점을 삶과 예술로써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탐구로서, 잃어버린 영역들을 되찾고 스스로의 존재를 다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예측 불가능한 직관적인 작업방식과 즉흥적인 창작과정의 일시적 형태 들이 공유되는 전시양상은, 될 수 있으면 완전하게 완결된 상태로서 자아를 제시해야 하는 사회적 요구에 대해 반문하며, 온전하지 않은 상태로 과정을 살아내는 존재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고 있다.


이연경, 몸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 설치 (부분), 2021 ©이연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About Artist


이연경

이연경(b.1983)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 동양화과 (복수전공) 학사, 서양학과 석사를 수료한 뒤 독일의 무테지우스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아트 석사,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The body, theory and poetic of the performative (KTPP) 석사졸업 하였다. 개인전으로는 2010 년 브레인팩토리에서의 "Say a Word", 2021년 오시선에서 "몸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을 개최하였고, 독일과 서울에서 다양한 기획의 단체전에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