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8.27(목) - 2026.11.5(목)
🏛️ 마이어리거울프 서울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29길 6, 1층
⏰ 화-토 10:00-18:00
💬 info@meyer-riegger-wolff.com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이 8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전시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을 선보인다. 파리의 한 컬렉터가 약 30년에 걸쳐 수집한 작품과 자료 약 250점을 통해, 레디메이드의 발명가라는 익숙한 이미지 너머 뒤샹의 작업을 살펴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하나의 대표작보다 작품을 둘러싼 방대한 기록과 매체다. 뒤샹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작에 관여한 서적과 카탈로그, 포스터, 초대장, 에페메라, 콜로타이프 등이 한자리에 놓인다. 이 가운데 약 50점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귀 자료다.
레디메이드 너머, 뒤샹이 다룬 ‘복제’와 ‘에디션’
전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에디션(edition)’이다. 뒤샹은 이미 만들어진 일상의 사물을 선택해 예술로 제시하는 레디메이드를 통해 작품의 유일성과 작가의 손, 저자성에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복제와 반복, 출판과 유통을 작업의 중요한 방식으로 끌어들였다.
1938년 제작된 '커피 분쇄기'(Moulin à café)는 이러한 태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행가방 속 상자'(La Boîte-en-valise)에 수록하기 위해 1911년 자신의 회화를 재현한 채색 전 콜로타이프다. 1937년 '체스를 두는 사람들'(Joueurs d’échec) 역시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1911년 회화를 다시 제작한 것으로, 뒷면에는 라벨 인쇄를 위해 뒤샹이 직접 붙인 자필 메모가 남아 있다.
'에나멜을 칠한 아폴리네르'(Apolinère Enameled, 1937) 역시 '여행가방 속 상자'를 위해 제작된 채색 전 콜로타이프 원본이다. 이들 자료는 뒤샹에게 복제가 단순히 원본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작품이 다른 형태와 맥락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음을 보여준다.
만 레이부터 로즈 셀라비까지, 뒤샹을 둘러싼 관계들
아카이브를 따라가다 보면 뒤샹 혼자만의 작업 세계가 아니라 당대 예술가들과 형성한 관계도 드러난다. 마르셀 뒤샹과 만 레이의 '삭발'(La Tonsure, 1921), 만 레이의 '먼지 배양'(Élevage de poussière, 1921–1975)을 비롯해 뒤샹이 참여한 잡지와 출판물 등이 함께 소개된다.
1945년 발행된 《뷰, 더 모던 매거진: 시리즈 5, 1호, 뒤샹 특집호》는 뒤샹에게 헌정된 초판이다. 뒤샹이 직접 표지 삽화를 그렸으며, 디럭스 에디션 100부 가운데 하나가 전시에 나온다. 속표지에는 뒤샹이 직접 채색하고 번호와 날짜를 기입해 서명한 '약국'(Pharmacie)의 컬러 재현작이 수록돼 있다. 조셉 코넬,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브르통, 미나 로이, 만 레이 등 18인의 자필 서명도 포함한다.
뒤샹이 1920년대부터 사용한 여성 페르소나 ‘로즈 셀라비(Rrose Sélavy)’와 관련된 자료도 그의 저자성과 정체성에 관한 실험을 들여다보게 한다. 피에르 드 마소의 1924년 초판 《경이로운 책, 로즈 셀라비에 대한 단상》과 다키구치 슈조가 뒤샹의 글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더한 1968년 초판 《뒤샹 어록 / 로즈 셀라비에게, 그리고 로즈 셀라비로부터》 등이 대표적이다.
‘제발 만지시오’… 책과 전시도 뒤샹에게는 작품이었다
1947년 출판된 《1947년의 초현실주의》에서는 뒤샹의 작업이 출판물의 물성까지 어떻게 확장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뒤샹이 엔리코 도나티와 협업한 '가슴'(Le Sein)이 손으로 채색한 고무 스펀지와 검은 벨벳으로 제작돼 슬립케이스 전면에 부착됐으며, 뒷표지에는 ‘제발 만지시오(Prière de toucher)’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슬립케이스 역시 뒤샹이 직접 디자인했다.
1963년 패서디나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의 포스터 '현상수배, 현상금 2,000 달러, 마르셀 뒤샹 또는 로즈 셀라비에 의하거나, 그들에 관한 회고전'도 전시에 포함된다. 뒤샹이 직접 서명한 20부 한정 에디션 가운데 7번 작품이다.
이처럼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은 뒤샹의 대표작을 다시 나열하기보다 이미지와 텍스트, 책과 잡지, 포스터와 사진, 복제물이 서로 이어지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약 30년에 걸쳐 한 컬렉터가 모은 자료를 따라가면서, 뒤샹이 작품의 경계를 사물에서 출판과 편집, 전시와 유통으로 어떻게 넓혀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예술 작품은 반드시 하나뿐이어야 하는가’, ‘작가가 직접 만든 것만 작품인가’라는 뒤샹의 질문은 복제와 이미지의 유통이 일상이 된 오늘에도 낯설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작은 인쇄물과 자필 메모, 에디션의 번호까지 눈여겨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한국에서 바라보는 마르셀 뒤샹’은 8월 29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에서 열린다. 이지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와 조슬린 울프 갤러리 조슬린울프 설립자이자 마이어리거울프 공동 설립자가 대담자로 참여한다.
📅 2026.8.27(목) - 2026.11.5(목)
🏛️ 마이어리거울프 서울
📍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29길 6, 1층
⏰ 화-토 10:00-18:00
💬 info@meyer-riegger-wolff.com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이 8월 27일부터 11월 5일까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전시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을 선보인다. 파리의 한 컬렉터가 약 30년에 걸쳐 수집한 작품과 자료 약 250점을 통해, 레디메이드의 발명가라는 익숙한 이미지 너머 뒤샹의 작업을 살펴보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볼 것은 하나의 대표작보다 작품을 둘러싼 방대한 기록과 매체다. 뒤샹이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작에 관여한 서적과 카탈로그, 포스터, 초대장, 에페메라, 콜로타이프 등이 한자리에 놓인다. 이 가운데 약 50점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귀 자료다.
레디메이드 너머, 뒤샹이 다룬 ‘복제’와 ‘에디션’
전시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에디션(edition)’이다. 뒤샹은 이미 만들어진 일상의 사물을 선택해 예술로 제시하는 레디메이드를 통해 작품의 유일성과 작가의 손, 저자성에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복제와 반복, 출판과 유통을 작업의 중요한 방식으로 끌어들였다.
1938년 제작된 '커피 분쇄기'(Moulin à café)는 이러한 태도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행가방 속 상자'(La Boîte-en-valise)에 수록하기 위해 1911년 자신의 회화를 재현한 채색 전 콜로타이프다. 1937년 '체스를 두는 사람들'(Joueurs d’échec) 역시 같은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1911년 회화를 다시 제작한 것으로, 뒷면에는 라벨 인쇄를 위해 뒤샹이 직접 붙인 자필 메모가 남아 있다.
'에나멜을 칠한 아폴리네르'(Apolinère Enameled, 1937) 역시 '여행가방 속 상자'를 위해 제작된 채색 전 콜로타이프 원본이다. 이들 자료는 뒤샹에게 복제가 단순히 원본을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작품이 다른 형태와 맥락으로 이동하는 하나의 방법이었음을 보여준다.
만 레이부터 로즈 셀라비까지, 뒤샹을 둘러싼 관계들
아카이브를 따라가다 보면 뒤샹 혼자만의 작업 세계가 아니라 당대 예술가들과 형성한 관계도 드러난다. 마르셀 뒤샹과 만 레이의 '삭발'(La Tonsure, 1921), 만 레이의 '먼지 배양'(Élevage de poussière, 1921–1975)을 비롯해 뒤샹이 참여한 잡지와 출판물 등이 함께 소개된다.
1945년 발행된 《뷰, 더 모던 매거진: 시리즈 5, 1호, 뒤샹 특집호》는 뒤샹에게 헌정된 초판이다. 뒤샹이 직접 표지 삽화를 그렸으며, 디럭스 에디션 100부 가운데 하나가 전시에 나온다. 속표지에는 뒤샹이 직접 채색하고 번호와 날짜를 기입해 서명한 '약국'(Pharmacie)의 컬러 재현작이 수록돼 있다. 조셉 코넬,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브르통, 미나 로이, 만 레이 등 18인의 자필 서명도 포함한다.
뒤샹이 1920년대부터 사용한 여성 페르소나 ‘로즈 셀라비(Rrose Sélavy)’와 관련된 자료도 그의 저자성과 정체성에 관한 실험을 들여다보게 한다. 피에르 드 마소의 1924년 초판 《경이로운 책, 로즈 셀라비에 대한 단상》과 다키구치 슈조가 뒤샹의 글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더한 1968년 초판 《뒤샹 어록 / 로즈 셀라비에게, 그리고 로즈 셀라비로부터》 등이 대표적이다.
‘제발 만지시오’… 책과 전시도 뒤샹에게는 작품이었다
1947년 출판된 《1947년의 초현실주의》에서는 뒤샹의 작업이 출판물의 물성까지 어떻게 확장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뒤샹이 엔리코 도나티와 협업한 '가슴'(Le Sein)이 손으로 채색한 고무 스펀지와 검은 벨벳으로 제작돼 슬립케이스 전면에 부착됐으며, 뒷표지에는 ‘제발 만지시오(Prière de toucher)’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슬립케이스 역시 뒤샹이 직접 디자인했다.
1963년 패서디나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의 포스터 '현상수배, 현상금 2,000 달러, 마르셀 뒤샹 또는 로즈 셀라비에 의하거나, 그들에 관한 회고전'도 전시에 포함된다. 뒤샹이 직접 서명한 20부 한정 에디션 가운데 7번 작품이다.
이처럼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은 뒤샹의 대표작을 다시 나열하기보다 이미지와 텍스트, 책과 잡지, 포스터와 사진, 복제물이 서로 이어지는 과정을 펼쳐 보인다. 약 30년에 걸쳐 한 컬렉터가 모은 자료를 따라가면서, 뒤샹이 작품의 경계를 사물에서 출판과 편집, 전시와 유통으로 어떻게 넓혀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예술 작품은 반드시 하나뿐이어야 하는가’, ‘작가가 직접 만든 것만 작품인가’라는 뒤샹의 질문은 복제와 이미지의 유통이 일상이 된 오늘에도 낯설지 않다. 이번 전시에서 작은 인쇄물과 자필 메모, 에디션의 번호까지 눈여겨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한국에서 바라보는 마르셀 뒤샹’은 8월 29일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에서 열린다. 이지회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와 조슬린 울프 갤러리 조슬린울프 설립자이자 마이어리거울프 공동 설립자가 대담자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