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8.26(수) - 2026.10.10(토)
🏛️ 더페이지갤러리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 info@thepage-gallery.com / 02-3447-0049

프랑스 디종의 콩소르시움 미술관(Consortium Museum)이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반세기와 앞으로의 시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시작한다. 더페이지갤러리는 8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콩소르시움 미술관과 함께 기획전 《Up Against the Walls!》를 선보인다.
콩소르시움 미술관 공동 디렉터 김승덕과 프랑크 고트로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장-마리 아프리우, 존 암리더, 이사벨라 두크로트, 나탈리 뒤 파스키에, 앙헬라 페라리, 실비 플뢰리, M/M(파리), 우고 론디노네, 비비안 장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1980년대부터 미술관과 관계를 이어온 작가와 최근 프로그램에 합류한 새로운 세대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
1977에서 2077까지, 미술관의 시간을 다시 펼치다
1977년 설립된 콩소르시움 미술관은 신디 셔먼, 리처드 프린스, 존 암리더를 비롯해 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마우리치오 카텔란, 우고 론디노네 등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장기적으로 협업해왔다. 전시뿐 아니라 국제 비엔날레와 공공미술, 출판과 영화 제작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온 것도 특징이다.
2027년 설립 50주년을 맞는 미술관은 이를 하나의 회고전으로 정리하는 대신 세계 여러 갤러리와 기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Up Against the Walls!》는 그 글로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장이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시간은 ‘1977-2027-2077’. 설립부터 50주년,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100주년까지를 하나의 축 위에 놓는다. 서울 전시는 과거의 아카이브를 나열하기보다 콩소르시움과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의 현재 작업을 통해 기관의 역사를 다시 살핀다.
작품의 배경이었던 ‘벽’을 작품 안으로
전시의 출발점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너무 익숙해 쉽게 의식하지 않는 ‘벽’이다. 더페이지갤러리가 벽과 직접 관계 맺는 작업에 주목하자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구체화됐다.
콩소르시움 역시 오랫동안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실험해왔다. 1993년 바닥에 놓이거나 기대어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Pièces au sol(바닥에 놓인 작품들)》을 열었고, 1998년에는 이에 대응하는 《Tableaux aux murs(벽에 걸린 회화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질문을 현재의 공간에서 다시 이어간다.
벽화와 벽지, 포스터, 회화, 영상, 조각이 갤러리의 벽을 적극적으로 점유한다. 작품을 지지하는 중립적인 배경이었던 벽이 이미지와 건축, 회화와 장식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소로 전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존 암리더는 대형 회화와 트럭의 스포일러를 결합한 'Untitled (FS 203)'(1988)을 통해 회화와 일상적 사물, 벽을 동등한 구성 요소로 다룬다. 나탈리 뒤 파스키에는 서로 마주 보는 벽에 기하학적인 벽화를 그리고 그 위에 소형 회화를 배치해 벽 전체를 하나의 회화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실비 플뢰리는 반복되는 수직 줄무늬를 변형한 벽화로 모더니즘의 엄격한 형식을 비튼다. 비비안 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고안한 벽지 위에 회화를 설치해 캔버스와 배경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M/M(파리)는 두 전시장을 연결하는 복도를 총 42장의 포스터로 채운다. 서로 겹치는 포스터가 낮과 밤을 오가는 연속적인 이미지를 만들면서 이동을 위한 통로였던 복도 자체가 하나의 그래픽 공간으로 바뀐다.
우고 론디노네의 영상 설치 'thanx 4 nothing'에서는 고인이 된 파트너이자 예술가 존 조르노가 자신의 시를 낭독한다. 검은 턱시도와 흰 턱시도를 입은 조르노의 영상이 서로 마주 보는 두 벽에 투사되며 하나의 목소리와 두 이미지가 공간을 구성한다.
이사벨라 두크로트는 종이의 가볍고 유연한 물성을 건축적 규모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Terra'는 가로 5.9m에 이르며, 두 점의 'Vaso' 역시 각각 높이 2.7m 규모다. 앙헬라 페라리는 야생동물과 꽃, 작은 생명체가 뒤섞인 대형 삼면화로 벽 전체를 밀도 높은 회화적 장면으로 만들고, 장-마리 아프리우는 바닥의 입체 조각에서 벽에 밀착하는 부조까지 서로 다른 깊이의 작업을 함께 배치한다.
50년을 만든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관계’
참여 작가들의 세대와 국적, 작업 방식은 크게 다르다. 존 암리더는 1983년부터 20회 이상 콩소르시움의 전시에 참여해온 오랜 동료인 반면, 앙헬라 페라리는 2026년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합류한 작가다.
두 기획자는 이 관계를 하나의 양식이나 선언으로 묶인 공동체보다 “자유로운 정신들의 자유로운 결합”으로 설명한다.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황에 따라 다시 만나 작업을 발전시키는 관계다. 그런 점에서 《Up Against the Walls!》는 미술관의 50년을 소장품이나 주요 전시 목록으로 정리하기보다, 작가와 기획자가 오랜 시간 만들어온 관계의 역사로 보여준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여기서 벽은 작품을 가로막는 한계인 동시에 작품이 공간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관람할 때는 개별 작품만큼이나 작품의 주변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캔버스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벽과 이미지가 어디에서 만나거나 충돌하는지, 복도와 모서리처럼 평소 작품 바깥으로 여겼던 공간이 어떻게 전시의 일부가 되는지를 살펴볼 만하다.
과거를 기념하는 대신 아직 오지 않은 2077년까지 시간의 범위를 넓힌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의 역사가 결국 건물이나 연대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지난 50년 동안 이어진 관계를 새로운 장소와 작업으로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Up Against the Walls!》가 시작하는 다음 50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 2026.8.26(수) - 2026.10.10(토)
🏛️ 더페이지갤러리
📍 서울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 info@thepage-gallery.com / 02-3447-0049
프랑스 디종의 콩소르시움 미술관(Consortium Museum)이 설립 50주년을 앞두고 지난 반세기와 앞으로의 시간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시작한다. 더페이지갤러리는 8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콩소르시움 미술관과 함께 기획전 《Up Against the Walls!》를 선보인다.
콩소르시움 미술관 공동 디렉터 김승덕과 프랑크 고트로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장-마리 아프리우, 존 암리더, 이사벨라 두크로트, 나탈리 뒤 파스키에, 앙헬라 페라리, 실비 플뢰리, M/M(파리), 우고 론디노네, 비비안 장 등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1980년대부터 미술관과 관계를 이어온 작가와 최근 프로그램에 합류한 새로운 세대가 한 공간에서 만난다.
1977에서 2077까지, 미술관의 시간을 다시 펼치다
1977년 설립된 콩소르시움 미술관은 신디 셔먼, 리처드 프린스, 존 암리더를 비롯해 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마우리치오 카텔란, 우고 론디노네 등 동시대 미술의 주요 작가들을 소개하고 장기적으로 협업해왔다. 전시뿐 아니라 국제 비엔날레와 공공미술, 출판과 영화 제작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온 것도 특징이다.
2027년 설립 50주년을 맞는 미술관은 이를 하나의 회고전으로 정리하는 대신 세계 여러 갤러리와 기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했다. 《Up Against the Walls!》는 그 글로벌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장이다.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시간은 ‘1977-2027-2077’. 설립부터 50주년, 그리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100주년까지를 하나의 축 위에 놓는다. 서울 전시는 과거의 아카이브를 나열하기보다 콩소르시움과 관계를 맺어온 작가들의 현재 작업을 통해 기관의 역사를 다시 살핀다.
작품의 배경이었던 ‘벽’을 작품 안으로
전시의 출발점은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너무 익숙해 쉽게 의식하지 않는 ‘벽’이다. 더페이지갤러리가 벽과 직접 관계 맺는 작업에 주목하자고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구체화됐다.
콩소르시움 역시 오랫동안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실험해왔다. 1993년 바닥에 놓이거나 기대어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Pièces au sol(바닥에 놓인 작품들)》을 열었고, 1998년에는 이에 대응하는 《Tableaux aux murs(벽에 걸린 회화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당시의 질문을 현재의 공간에서 다시 이어간다.
벽화와 벽지, 포스터, 회화, 영상, 조각이 갤러리의 벽을 적극적으로 점유한다. 작품을 지지하는 중립적인 배경이었던 벽이 이미지와 건축, 회화와 장식의 관계를 결정하는 요소로 전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존 암리더는 대형 회화와 트럭의 스포일러를 결합한 'Untitled (FS 203)'(1988)을 통해 회화와 일상적 사물, 벽을 동등한 구성 요소로 다룬다. 나탈리 뒤 파스키에는 서로 마주 보는 벽에 기하학적인 벽화를 그리고 그 위에 소형 회화를 배치해 벽 전체를 하나의 회화적 공간으로 확장한다.
실비 플뢰리는 반복되는 수직 줄무늬를 변형한 벽화로 모더니즘의 엄격한 형식을 비튼다. 비비안 장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고안한 벽지 위에 회화를 설치해 캔버스와 배경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M/M(파리)는 두 전시장을 연결하는 복도를 총 42장의 포스터로 채운다. 서로 겹치는 포스터가 낮과 밤을 오가는 연속적인 이미지를 만들면서 이동을 위한 통로였던 복도 자체가 하나의 그래픽 공간으로 바뀐다.
우고 론디노네의 영상 설치 'thanx 4 nothing'에서는 고인이 된 파트너이자 예술가 존 조르노가 자신의 시를 낭독한다. 검은 턱시도와 흰 턱시도를 입은 조르노의 영상이 서로 마주 보는 두 벽에 투사되며 하나의 목소리와 두 이미지가 공간을 구성한다.
이사벨라 두크로트는 종이의 가볍고 유연한 물성을 건축적 규모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Terra'는 가로 5.9m에 이르며, 두 점의 'Vaso' 역시 각각 높이 2.7m 규모다. 앙헬라 페라리는 야생동물과 꽃, 작은 생명체가 뒤섞인 대형 삼면화로 벽 전체를 밀도 높은 회화적 장면으로 만들고, 장-마리 아프리우는 바닥의 입체 조각에서 벽에 밀착하는 부조까지 서로 다른 깊이의 작업을 함께 배치한다.
50년을 만든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관계’
참여 작가들의 세대와 국적, 작업 방식은 크게 다르다. 존 암리더는 1983년부터 20회 이상 콩소르시움의 전시에 참여해온 오랜 동료인 반면, 앙헬라 페라리는 2026년 미술관의 프로그램에 합류한 작가다.
두 기획자는 이 관계를 하나의 양식이나 선언으로 묶인 공동체보다 “자유로운 정신들의 자유로운 결합”으로 설명한다. 각자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황에 따라 다시 만나 작업을 발전시키는 관계다. 그런 점에서 《Up Against the Walls!》는 미술관의 50년을 소장품이나 주요 전시 목록으로 정리하기보다, 작가와 기획자가 오랜 시간 만들어온 관계의 역사로 보여준다.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여기서 벽은 작품을 가로막는 한계인 동시에 작품이 공간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관람할 때는 개별 작품만큼이나 작품의 주변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 캔버스가 어디에서 끝나는지, 벽과 이미지가 어디에서 만나거나 충돌하는지, 복도와 모서리처럼 평소 작품 바깥으로 여겼던 공간이 어떻게 전시의 일부가 되는지를 살펴볼 만하다.
과거를 기념하는 대신 아직 오지 않은 2077년까지 시간의 범위를 넓힌 이번 프로젝트는 미술관의 역사가 결국 건물이나 연대기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게 한다. 지난 50년 동안 이어진 관계를 새로운 장소와 작업으로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 《Up Against the Walls!》가 시작하는 다음 50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