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헤드, 안은미 첫 조각 개인전 《안은미조각쑈》… 춤에서 물질로 이어지는 40년의 궤적

📅 2026.8.29(토) - 2026.10.3(토)

🏛️ 뮤지엄헤드

📍 서울시 종로구 계동길 84-3, 1층 및 야외

⏰ 12:00-19:00 / 일·월요일 휴관

💬 02-742-9146 / museumhead.seoul.team@gmail.com


7a841b4666076.jpg


현대무용가이자 안무가 안은미가 이번에는 ‘신인 조각가’로 나선다. 뮤지엄헤드는 8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안은미의 첫 조각 개인전 《안은미조각쑈》를 선보인다. 1986년 신인상을 받으며 현대무용가로 데뷔한 지 약 40년 만에 다시 ‘신인’을 자처한 안은미가 춤과 퍼포먼스에서 축적해온 움직임의 언어를 조각과 설치로 확장하는 자리다.


안은미가 조각가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내건 것은 2024년 베니스 산 자코모에서 열린 〈핑키핑키굿〉부터다. 당시 ‘신인 조각가’를 선언하며 꼭두 조각을 선보였고, 올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대규모 설치 작업으로 그 흐름을 이어갔다. 《안은미조각쑈》는 이러한 시도들을 계동의 작은 전시장과 마당으로 옮겨 응축하고 변주한다.


지전과 꼭두,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조각

전시를 이루는 주요 사물은 지전(紙錢), 꼭두, 매안(埋安)처럼 전통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매개해온 것들이다. 이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소재라기보다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이어진 '무덤' 연작을 비롯해 안은미가 30여 년간 다뤄온 삶과 죽음의 문제를 물질의 형태로 옮긴 결과에 가깝다.


뮤지엄헤드의 야외 마당에는 거울못 위로 18겹의 지전 벽이 들어선다. 그 사이에는 그릇과 잔, 거울의 깨진 파편을 몰탈에 결속해 만든 징검돌 'Please Come Walk With Us'가 놓인다. 일정한 간격으로 정돈된 길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은 돌을 건널 때마다 자신의 다음 보폭과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작품을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움직여야 전시의 구조가 작동하는 셈이다.


실내에는 지난 5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진행한 굿의 흔적도 이어진다. 당시 100m 길이의 천 위에 안은미가 거대한 붓으로 보라색 획을 긋고 물로 씻어낸 뒤, 이를 통나무에 감고 지전을 얹어 만든 '산다선다굿굿'의 두 몸이 전시장에 자리한다.


아홉 그루의 옷걸이-나무를 천으로 연결한 '서낭서낭'에서는 개별적인 몸 사이의 연결 자체가 또 하나의 몸을 만든다. 손으로 깎은 1,000개의 꼭두를 3단의 매안에 안치하는 '플리즈헬프미'도 소개된다. 망자의 저승길에 동행했던 꼭두는 안은미의 작업에서 죽음의 상징에 머물기보다 곁을 지키는 존재로 다시 등장한다.


완성된 물체가 아닌, 계속 발생하는 ‘조각’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개념은 안은미가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상호조우체(Encounterface)’다. 작가는 관객이 작품을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대신 직접 경험하고 재해석하며 다시 발신할 수 있도록 자신의 작업을 ‘불확실성으로 안무된 만남’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안은미조각쑈》의 조각은 고정된 물체로 완결되지 않는다. 퍼포먼스를 지나온 천과 통나무, 붓의 획, 꼭두와 나무, 깨진 파편에는 앞선 몸의 시간이 남고, 관객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몸에서 물질로, 물질에서 관계로, 다시 다른 몸으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조각의 일부가 된다.


안은미가 오랫동안 무대에서 다뤄온 ‘안무’ 역시 이 지점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안무해야 할 대상이 무용수의 신체만이 아니라 사물과 공간, 관객 사이의 관계까지 넓어지는 것이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 개인전 《안은미래》에서 미술관을 사람들이 움직이고 배우고 만나는 장소로 바꾸고, 이후 극장 밖에서 설치와 퍼포먼스를 결합해온 흐름도 이번 전시와 연결된다.


예고 없이 펼쳐지는 18번의 '필묵무'

전시는 개막과 동시에 완성되지 않는다. 36일의 전시 기간 가운데 예고되지 않은 18일, 안은미가 직접 전시장에 등장해 '필묵무(筆墨舞)'를 수행한다.


필묵무는 붓으로 글씨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먹을 묻힌 붓으로 선을 긋는 행위 자체를 춤으로 다루는 작업이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서로 다른 붓이 각기 다른 움직임을 요구하고, 몸이 지나간 자리에는 한 점의 '무흔도(舞痕圖)'가 남는다. 이렇게 18번의 일회적 수행이 전시 기간 동안 차곡차곡 축적되면서 전시 역시 계속 형태를 바꾼다.


춤은 흔히 순간에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예술로, 조각은 물질로 남는 예술로 구분된다. 안은미는 이 두 시간의 차이를 맞붙인다. 사라진 몸의 움직임은 천과 획, 통나무와 꼭두에 남고, 그렇게 남은 물질은 다시 관객의 움직임을 불러낸다.


그래서 《안은미조각쑈》에서 눈여겨볼 것은 조각의 형태만이 아니다. 지전 사이를 흔드는 바람, 거울못에 비친 움직임, 징검돌을 건너기 위해 달라지는 보폭, 서로 묶인 나무 사이로 전달되는 흔들림처럼 사물과 몸 사이에서 벌어지는 변화가 전시의 중요한 일부다. 40년 가까이 몸을 안무해온 예술가가 조각이라는 이름 아래 세우는 것은 결국 또 하나의 고정된 형상이 아니라, 몸과 물질이 계속 서로를 움직이게 하는 관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