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9.2(수) - 2026.10.31(토)
🏛️ 운경고택
📍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로 7
⏰ 화-일 10:00-18:30 / 매주 월요일·추석 연휴 휴관
🎟️ 15,000원 / 사전 예약제

집을 이해하려면 건물부터 봐야 할까. 김동희는 오히려 그 아래의 땅을 파고, 계단을 새로 놓고, 집 안에 숨어 있던 다락을 바깥으로 꺼낸다. 익숙한 한옥의 구조를 조금씩 어긋나게 만들어 우리가 장소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김동희의 개인전 《다시 도착한 집(A House, Arrived Again)》이 9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경고택에서 열린다. 2년 만에 다시 전시 공간으로 문을 여는 운경고택을 무대로 신작 14점을 포함한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동희는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두기보다 작품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다뤄왔다. 2010년대 초 도시의 유휴 공간과 틈새를 임시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전환했던 작업에서 출발해, 이후에는 계단과 경사, 높이, 동선 같은 구조에 직접 개입하며 관람자의 움직임과 시선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과거 작업의 도면과 구조, 장소의 흔적을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면서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이 어떻게 다시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번에 작가가 마주한 장소는 1930년대 지어진 운경고택이다. 조선시대 도정궁이 있던 터로 알려진 이곳은 1953년부터 운경 이재형이 거주했으며, 이후 근현대사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에서 동시대 예술을 위한 전시장으로 역할을 넓혀왔다. 여러 시대와 용도가 포개진 집이라는 점에서 운경고택 자체가 김동희의 작업과 맞닿는 셈이다.
전시는 무엇보다 집보다 먼저 땅을 보게 한다. 운경고택은 대문에서 안채 방향으로 갈수록 지형이 높아진다. 평소에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 높낮이가 김동희에게는 집의 구조와 사람의 움직임을 결정해 온 중요한 조건이다.
앞마당의 '육분원을 위한 굴토'(2026)는 땅 약 6톤을 부채꼴 형태로 파낸 작업이다. 관람객의 위치를 기존 지면보다 낮추면서 익숙한 안채를 평소와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게 한다. 중문에서 담을 넘어가는 '검은 선'(2026)과 안채 마당에서 사랑채 내부로 이어지는 '흰 선'(2026)은 집 안팎의 높이와 동선을 하나의 연속된 구조처럼 드러낸다.
안채의 댓돌에서 대청마루를 거쳐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흰 계단 1, 2'(2026)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몸으로 통과하게 한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실내와 실외, 위와 아래로 나뉘었던 한옥의 경계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된다. 건축을 눈으로 감상하기보다 발의 높이와 몸의 움직임으로 읽게 만드는 장치다.
큰마당에는 조금 더 낯선 장면이 등장한다. '뒤집힌 다락'(2026)은 사랑채 내부에 있던 다락의 실제 크기와 구조를 좌우 반전해 바깥으로 옮긴 작품이다. 안에 숨어 있던 공간이 밖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바뀌면서, 같은 구조도 어디에 놓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기능과 시선을 갖게 된다. 내부에는 레코딩 아티스트 김영선이 2024년 운경고택에서 선보였던 사운드스케이프를 재구성한 작업이 설치돼 과거의 소리와 현재의 풍경을 겹친다.
과거의 작업 역시 새로운 장소로 돌아온다. 대청마루의 '뒤집힌 연못'(2026)은 안채 마당의 작은 연못을 뒤집은 형태인 동시에 작가의 2022년 작업 'Reverse Mountain'과 연결된다. 안채와 건넌방의 창에는 서촌의 옛 지도와 운경고택이 위치한 땅을 가늠할 수 있는 지도들이 놓이고, 방바닥에는 이를 조각적으로 옮긴 지형도가 자리한다. 창밖의 현재 풍경과 과거의 지형이 한 시야에 겹쳐지는 방식이다.
전시 제목의 ‘다시’도 이 지점에서 의미를 얻는다. 김동희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일이 아니다. 이전 작업의 구조가 다른 장소에 놓이면 새로운 관계가 생기고, 같은 장소 역시 몸의 위치와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이전과 다른 공간이 된다.
이러한 시선은 다른 장르의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9월 5일 개막 퍼포먼스 '구루미구루미'를 통해 붓끝에 장착된 카메라와 함께 고택을 탐색한다. 전시 기간에는 김동희와 기획자 우혜수 등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 건축가 황두진의 강연 '『한옥이 돌아왔다』, 그 이후', 건축가 조정구와 서촌 골목을 걷는 '서촌야행', 김영선의 사운드 강연과 작가 워크숍도 이어진다.
《다시 도착한 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옥 자체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 달라지는 높이, 평소 지나쳤던 경사, 문과 창을 통과하는 시선, 안에 있던 구조가 밖으로 옮겨졌을 때 생기는 낯섦에 주목해볼 만하다. 김동희가 바꾸는 것은 집 전체라기보다 우리가 집을 인식하는 좌표에 가깝다.
결국 처음과 같은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졌다면, 우리는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땅을 파고 다락을 뒤집는 김동희의 개입은 오래된 집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기보다, 이미 그곳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시간과 구조를 다시 감각하게 한다.
📅 2026.9.2(수) - 2026.10.31(토)
🏛️ 운경고택
📍 서울시 종로구 인왕산로 7
⏰ 화-일 10:00-18:30 / 매주 월요일·추석 연휴 휴관
🎟️ 15,000원 / 사전 예약제
집을 이해하려면 건물부터 봐야 할까. 김동희는 오히려 그 아래의 땅을 파고, 계단을 새로 놓고, 집 안에 숨어 있던 다락을 바깥으로 꺼낸다. 익숙한 한옥의 구조를 조금씩 어긋나게 만들어 우리가 장소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김동희의 개인전 《다시 도착한 집(A House, Arrived Again)》이 9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운경고택에서 열린다. 2년 만에 다시 전시 공간으로 문을 여는 운경고택을 무대로 신작 14점을 포함한 16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김동희는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두기보다 작품을 구성하는 조건으로 다뤄왔다. 2010년대 초 도시의 유휴 공간과 틈새를 임시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전환했던 작업에서 출발해, 이후에는 계단과 경사, 높이, 동선 같은 구조에 직접 개입하며 관람자의 움직임과 시선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최근에는 과거 작업의 도면과 구조, 장소의 흔적을 새로운 공간으로 옮기면서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이 어떻게 다시 관계를 맺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번에 작가가 마주한 장소는 1930년대 지어진 운경고택이다. 조선시대 도정궁이 있던 터로 알려진 이곳은 1953년부터 운경 이재형이 거주했으며, 이후 근현대사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에서 동시대 예술을 위한 전시장으로 역할을 넓혀왔다. 여러 시대와 용도가 포개진 집이라는 점에서 운경고택 자체가 김동희의 작업과 맞닿는 셈이다.
전시는 무엇보다 집보다 먼저 땅을 보게 한다. 운경고택은 대문에서 안채 방향으로 갈수록 지형이 높아진다. 평소에는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이 높낮이가 김동희에게는 집의 구조와 사람의 움직임을 결정해 온 중요한 조건이다.
앞마당의 '육분원을 위한 굴토'(2026)는 땅 약 6톤을 부채꼴 형태로 파낸 작업이다. 관람객의 위치를 기존 지면보다 낮추면서 익숙한 안채를 평소와 다른 높이에서 바라보게 한다. 중문에서 담을 넘어가는 '검은 선'(2026)과 안채 마당에서 사랑채 내부로 이어지는 '흰 선'(2026)은 집 안팎의 높이와 동선을 하나의 연속된 구조처럼 드러낸다.
안채의 댓돌에서 대청마루를 거쳐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흰 계단 1, 2'(2026)는 공간을 바라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몸으로 통과하게 한다. 신발을 벗고 계단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실내와 실외, 위와 아래로 나뉘었던 한옥의 경계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된다. 건축을 눈으로 감상하기보다 발의 높이와 몸의 움직임으로 읽게 만드는 장치다.
큰마당에는 조금 더 낯선 장면이 등장한다. '뒤집힌 다락'(2026)은 사랑채 내부에 있던 다락의 실제 크기와 구조를 좌우 반전해 바깥으로 옮긴 작품이다. 안에 숨어 있던 공간이 밖을 바라보는 전망대로 바뀌면서, 같은 구조도 어디에 놓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기능과 시선을 갖게 된다. 내부에는 레코딩 아티스트 김영선이 2024년 운경고택에서 선보였던 사운드스케이프를 재구성한 작업이 설치돼 과거의 소리와 현재의 풍경을 겹친다.
과거의 작업 역시 새로운 장소로 돌아온다. 대청마루의 '뒤집힌 연못'(2026)은 안채 마당의 작은 연못을 뒤집은 형태인 동시에 작가의 2022년 작업 'Reverse Mountain'과 연결된다. 안채와 건넌방의 창에는 서촌의 옛 지도와 운경고택이 위치한 땅을 가늠할 수 있는 지도들이 놓이고, 방바닥에는 이를 조각적으로 옮긴 지형도가 자리한다. 창밖의 현재 풍경과 과거의 지형이 한 시야에 겹쳐지는 방식이다.
전시 제목의 ‘다시’도 이 지점에서 의미를 얻는다. 김동희에게 돌아온다는 것은 원래 자리로 복귀하는 일이 아니다. 이전 작업의 구조가 다른 장소에 놓이면 새로운 관계가 생기고, 같은 장소 역시 몸의 위치와 시선이 달라지는 순간 이전과 다른 공간이 된다.
이러한 시선은 다른 장르의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현대무용가 안은미는 9월 5일 개막 퍼포먼스 '구루미구루미'를 통해 붓끝에 장착된 카메라와 함께 고택을 탐색한다. 전시 기간에는 김동희와 기획자 우혜수 등이 참여하는 '작가와의 대화', 건축가 황두진의 강연 '『한옥이 돌아왔다』, 그 이후', 건축가 조정구와 서촌 골목을 걷는 '서촌야행', 김영선의 사운드 강연과 작가 워크숍도 이어진다.
《다시 도착한 집》에서 눈여겨볼 것은 한옥 자체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 달라지는 높이, 평소 지나쳤던 경사, 문과 창을 통과하는 시선, 안에 있던 구조가 밖으로 옮겨졌을 때 생기는 낯섦에 주목해볼 만하다. 김동희가 바꾸는 것은 집 전체라기보다 우리가 집을 인식하는 좌표에 가깝다.
결국 처음과 같은 집으로 돌아오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졌다면, 우리는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땅을 파고 다락을 뒤집는 김동희의 개입은 오래된 집에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기보다, 이미 그곳에 있었지만 보이지 않았던 시간과 구조를 다시 감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