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나비, 사간동 새 공간 재개관전으로 한진수 개인전 《뜸: A Pregnant Pause》 선보여



📅 2026.6.12(금) - 2026.8.1(토)

🏛️ 아트센터 나비

📍 서울 종로구 율곡로1길 37 (사간동 93)

⏰ 화–토 10:00–18:00

02-6949-1021


c78d09a1edcb5.png

한국 최초의 미디어아트 전문기관 아트센터 나비가 종로구 사간동 새 공간에서 다시 문을 연다. 재개관을 알리는 첫 전시는 키네틱 설치 작가 한진수의 개인전 《뜸: A Pregnant Pause》다. 전시는 6월 12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되며, 아트센터 나비가 새로운 공간에서 펼쳐갈 다음 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뜸’은 단순한 멈춤이나 지연을 의미하지 않는다. 밥이 뜸을 들이며 속까지 익어가듯, 아직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부에서 변화와 성장이 진행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빠른 생산과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에 한진수는 결과보다 과정, 완성보다 생성의 상태에 주목하며 ‘결정되지 않은 가능성의 시간’을 관객 앞에 펼쳐 보인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한진수는 오랫동안 기계와 자연, 인공과 유기체의 경계를 탐구해 왔다. 그의 작업은 완결된 형태를 제시하기보다 사물이 스스로의 속도로 생성되고 변화하는 과정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 필연과 우연, 질서와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통해 존재와 시간의 감각을 드러내는 것이 그의 작업 세계의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한진수의 대표 연작과 신작·재구성 작품들이 소개된다. 1층 공간에서는 수천 번에서 많게는 160만 번이 넘는 붓질이 축적된 작업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특히 작가가 설계한 기계 장치가 반복적으로 붓질을 수행하는 연작 '그림형성기'는 결과물보다 시간이 쌓여가는 과정을 하나의 작품으로 제시한다. 기계의 움직임과 중력, 물감의 흐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화면을 형성하는 이 작업은 생성 그 자체를 드러내는 실험에 가깝다.  


대표 키네틱 설치 작품 '화이트 폰드'는 생성과 소멸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면을 보여준다. 모터 장치가 얕은 수면 위에 흔적을 만들고 다시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하며, 흔적의 사라짐마저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으로 읽어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트센터 나비 재개관을 위해 폭 4미터 규모로 새롭게 제작돼 보다 확장된 공간감과 몰입감을 선보인다.  


2층 전시 공간에는 '불확실의 꽃'이 설치된다. 공중으로 떠오른 검은 버블이 낙하하며 바닥에 흔적을 남기고, 그 흔적들이 누적되며 하나의 형상을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꽃이 피어나는 중인지 이미 다른 상태로 변해가는 중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 장면은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이라는 익숙한 구분을 잠시 유보하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한진수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아트센터 나비가 앞으로 지향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암시한다. 지난 26년간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탐구해 온 아트센터 나비는 사간동 단독 건물로 이전하며 보다 자립적인 환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기술 중심의 실험을 넘어 인간의 감각과 생태, 존재의 시간성을 탐구하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이번 재개관전에 담겨 있다.  


결과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시대에 《뜸: A Pregnant Pause》는 오히려 아직 형상이 되지 않은 가능성의 순간에 머문다. 관람객은 작품이 완성된 상태를 보는 대신, 변화가 진행되는 시간을 경험하며 ‘무엇을 완성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새롭게 문을 연 아트센터 나비의 현재와도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지점이다. 새로운 공간에서 시작되는 첫 전시는 끝난 결과보다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에 대한 선언처럼 읽힌다.


이미지 및 자료 제공: 아트센터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