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이건용 소장전 - 身念/信念[신;념]


📅 2023. 05. 18 - 2023. 06. 16

🏛️ 갤러리 X2 (GALLERY X2)

📍서울 강남구 학동로 146 PCN빌딩 1층

02-6207-59331, jykim@galleryx2.co.kr


ⓒ 갤러리현대


강남 한복판에서 맨발로 걸어본 적 있는가

화려함의 정점인 강남 한복판에서 모든 껍데기를 벗어던진 채 맨발로 걸어본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고유하고 근본적인 ‘알맹이’인 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전시가 있다.


ⓒ 갤러리 X2


“난 그리지 않는다” 이건용의 미술 세계를 탐구

한국 1세대 행위 예술가 이건용 작가의 소장전 <身念[신;념]>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갤러리 X2(GALLERY X2)에서 개최된다. 한국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건용은 신체라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로 자신의 미술 세계를 펼쳐나간다. 붓을 들고 몸의 궤적을 따라 그려낸 이미지를 어째서 ‘그리지 않는다’고 하는 것일까. 이번 전시는 이건용 작가의 신체에 관한 사유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발이라는 사회적 약속 즉, 관념에서 벗어나 신발을 벗고 진실한 상태로 갤러리 안을 거닐며 전시를 관람하도록 기획되었다. 결과를 예술이라고 칭하는 전통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몸이 움직이는 과정 자체에 집중한다. 따라서 결과에서 과정으로, 관념에서 신체로 확장된 예술의 경계를 온몸의 감각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건용 작가의 미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는 그의 신체다. 그의 작품은 신체를 통해 장소나 시간 등 다양한 요소와 관계를 맺는 일종의 사건이다. 즉, 중요한 것은 정신이 아니라 실재하는 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이건용 작가의 작품은 실존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 자신의 신체를 작품의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 아니다. 움직임이 낳은 궤적, 그 흐름 자체가 예술이다. 결국 신체에 관한 그의 사유는 인종이나 성별, 나이와 장애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예술에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다.


ⓒ 갤러리 X2


‘내가 가진 그대로의 모습을 세상에 내어놓는 것’

"화가는 모름지기 자기 앞에 현전해 있는 평면에 무언가를 그리지만, 저는 화면을 제 앞에다 놓고 제 신체가 허용하는 것만큼만, 화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선을 그리는 겁니다. 그것은 제가 평면을 보고 그 위에 무언가를 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제 팔이 움직여서 그어진 선을 통해서, 내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존의 회화가 캔버스와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행위였다면 이건용 작가는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캔버스를 등진 채 화면을 채워나간다. 여러 제한 조건 속에 남겨진 그의 신체 흔적들은 독특한 회화적 언어를 가진다. 


몸이 움직인 궤적을 따라 그은 선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그 자체로 신선한 매력이 있다. 특별함을 뒤따라가지 않고 세상을 향해 묵묵히 걸어간 그가 남긴 자리에는 유일무이의 매력이 가득하다. 이건용 작가는 미술 밖에서 미술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 핵심에 파고들 수 있었다. 작품 밖에서 작품을 느끼는 행위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대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왼쪽부터) 단체전에 참여한 윤진석, 황성제, 신현채, 심승보, 임이정 작가 ⓒ 갤러리 X2


아르브뤼 미술상 수상자와 함께하는 전시 

이번 전시는 이건용 작가의 정신을 본받아 순수한 미학적 관점으로 작품에 접근해 장애인 예술의 가치를 재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따라서 1층에서는 이건용의 원화를 직접 감상할 수 있고, 지하 1층에서는 아르브뤼 미술상 최우수상 수상자인 윤진석 작가와 우수상 수상자인 신현채 작가는 물론 황성제, 임이정, 심승보 작가의 작품 또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윤진석, 신현채, 황성제, 임이정, 심승보 작가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아가고 있다. 윤진석 작가는 시계를 통해 기억을 기록으로 변환한다. 그에게 시계는 삶의 축적이자 세계를 보는 안경이다. 신현채 작가는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묘사를 통해 시각 너머의 감상을 안긴다. 황성제 작가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로봇의 형태로, 임이정 작가는 비정형의 색면으로, 심승보 작가는 자연합일의 정신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각기 다르지만 이것만은 확실하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하게 대우하기보다는 동등한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자신을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소박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