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공기와 꿈≫ - 윤정원


📅 2022. 09. 30 - 2022. 10. 29

🏛️ 갤러리JJ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745

⏰ 화-토 11am-7pm (일, 월요일 휴관)

❓galleryjjinfo@gmail.com


윤정원, 비바체 Vivace, 2022, Mixed media and lightbulb, ø60 x 55(h)cm ©윤정원, 갤러리JJ


“우리의 인생은 너무도 꽉 차 있어서,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비로소 행동한다.”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합리와 지성을 추구하는 현대 문명화 과정에서 인간이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환상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인간 본연의 욕망과 판타지를 시각화하는데 있어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여온 윤정원의 전시가 갤러리JJ에서 다시 열린다. 2020년 《윤정원: 정령의 노래》 전시가 회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면, 2년만에 같은 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윤정원: 공기와 꿈》은 최근 새롭게 제작한 영상 작업을 선보이며 다수의 샹들리에 및 오브제 작업과 함께 공간을 아우르는 구성으로써 우리를 다채로운 조형의 세계로 초대한다. 


윤정원, 뭐 없나 Anything Else, 2022, Mixed media on photography, mounted on aluminum, 210 x 137.5cm ©윤정원, 갤러리JJ


윤정원의 작업은 삶에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간다. 그것은 설치부터 평면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자유로운 구성력과 판타지가 돋보이는 회화는 물론 기발한 상상력으로 다채로운 소품들을 조합하여 예술의 영역으로 엮어내는데, 특히 ‘바비’와 샹들리에 작업은 잘 알려져 있다. 더 이상 쓸모 없어진 놀이감, 인형이 새로운 조형성을 내보이고, 각종 자잘하고 하찮은 플라스틱 소품들은 아름다운 샹들리에로 변신한다. 또한 실제 성인의 키만큼 훌쩍 커버린 ‘바비’의 채색되고 콜라주된 초상사진 작업은 가히 초현실적이다. 한편 이러한 사물들이 평면으로 들어가면, 세상 만물이 위계 없이 어우러지고 공존하는 파라다이스를 구현한 밀도 높은 회화 작품이 된다. 자연이 예술과 더불어 회복과 구원의 이미지로 나타나며 그것은 신화적이면서 또한 사랑으로 하나되는 종교적 이미지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평면과 입체작업은 서로 모습을 바꾸면서 생활 속 즐거운 상상력을 불어넣으며 예술과 사물,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의 작업은 우리의 잃어버린 상상력, 아름다운 꿈의 기억을 되돌려준다.


윤정원, 독일에서 온 엽서 Postcard from Germany, 2021-2022, Acrylic on canvas, 130.3 x 162.2cm ©윤정원, 갤러리JJ


작가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대학에서 수학하면서 쾰른 쿤스트페어라인에서 국제미술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으며 활동해왔다. 그는 2007년 ‘스마일플래닛’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전시공간과 작업실, 가게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새롭고 실험적인 복합공간을 제시했고, 이 같은 행보는 이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의 ‘동대문 Spirit!’ 공간으로 이어졌다. 이는 디자인과 일상용품, 예술품 사이를 오가며 예술과 산업과의 연결을 꾀하고 일상에서 예술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본격적으로 ‘우주의 꽃’, ‘최고의 사치’ 시리즈와 회화를 발표하는 등 그의 끝없는 예술적 역량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왔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벽면을 가득 에워싼 400개의 ‘바비’ 오브제들이 스펙터클한 광경을 연출하는 등, 경쾌하고 독창성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등 미술관은 물론 호텔과 백화점, 기업 체험관 등 다양한 곳에 소장되어 있다.


윤정원,  정원사 Gardener, 2021, Acrylic on aluminum, LED, 32 x 25cm ©윤정원, 갤러리JJ


이제 작업은 다시금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독일과 서울에서만 거주했던 작가가 1년 전부터 도시가 아닌 낯선 제주도의 바닷가 마을에 머물게 되었고, 이번 전시는 이렇게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자연’ 환경에서 작업한 신작들로 구성된다. 자연의 밝은 기운과 눈부신 대기에 힘입어 명랑하고 화려한 색채를 쓰는데 주저하지 않거나, 아침 별 내음을 느끼고 무지개, 딸기와 오렌지, 새와 염소, 오리 등 구체적인 자연과 교감하면서 시적 감성이 드러나는 내용 및 제목들이 눈에 띈다. <하얀색 눈 선물>, <나뭇잎 우산>… 과거 ‘최고의 사치’와 ‘우주의 꽃’이었던 샹들리에는 <비바체>의 역동적 리듬이 되고, 파란 접시 구름과 하늘을 나는 양탄자가 등장한다. 


시야가 온통 하늘로 가득한 장소에서 그의 이미지들은 소비사회와 끝없는 물질적 욕망에 대한 비판적 시각보다 드넓은 하늘의 대기, 그 공기적 가벼움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공기와 꿈’은 바슐라르의 저서 제목에서 가져왔다. 예술이 늘 그러하듯 전시는 우리 안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깨우고 꿈을 꾸도록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