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최고의 한국 문화유산 70가지 (6)

Features, Opinion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
25. 깨달음의 진리를 건축조각으로 완벽히 구현한 석굴암
석굴암
석굴암 본존불, 석가여래좌상(釋迦如來坐像)

세상 어디에도 석굴암과 같거나 비슷한 종교사원은 없다. 신라만의 독창적인 기술로 완성된 석굴 암은 인도나 중국의 자연석굴과 다르게, 360개가 넘는 대형 화강암 판석을 다듬고 조립하여 만 들어낸 세계에서 하나뿐인 인공 석굴사원이다. 석굴암은 믿을 수 없으리만큼 정확한 기하학적 비례와 균형으로 깨달음의 진리를 표현한 예술품이다. 본존불이 앉으신 대좌(臺座)를 기본단위로 하여 주실(主室)의 지름이 결정되고, 각 공간의 크기가 계산되었다. 주실(主室)과 전실(前室)을 잇는 복도는 정확히 주실의 절반 크기이고, 석굴암 전체를 감싸는 큰 원을 그리면 그것은 정확하게 주실의 2배가 된다. 평면뿐만 아니라 수직으로 보아도 똑같은 기하학적 분할과 균형이 적용되었 다. 서울대 물리학과 남천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석굴암을 짓기 위해 신라인들은 원주율 파이 (π)값을 적어도 소수점 7번째 자리 이상 알고, 싸인 9도 함수를 계산하는 기하학적 지식을 갖추 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석굴암 건축의 오차가 고작 1만분의 1이라는 것이다. 1만분의 1이란 10m를 만들어낼 때 겨우 1mm밖에 틀리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정밀한 기계로 석조건 물을 지을 때 전문가들은 오차가 300분의 1, 즉 30cm를 만들 때 1mm 이내의 오차로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비교하면 1200년 전에, 그것도 조각하기 가장 어렵다는 화강암으로, 겨우 1만분의 1의 오차로 만들어낸 한국의 석굴암은 경이로움 자체이다. 108개의 돌로 이루 어진 돔형 천장은 어떤 접착제도 사용하지 않고 돌을 서로 짜맞추는 공법으로 지어졌다. 동서양 의 미술사가들은 “영원의 걸작”(일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 “동양의 파르테논”(미국 학자 존 코 벨), “동양의 가장 고전적인 작품”(독일 학자 에카르트)이라며 석굴암에 대한 경외감을 표했다.

26. 성덕대왕신종
성덕대왕신종
경주 성덕대왕신종

진리의 원음을 울리다 국보 29호인 성덕대왕신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으로 꼽힌다. 일찍이 이 종을 본 일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아마 미에 있어서 동양무비(東洋無比)의 종일 것”이라고 표현했고, 수십 년 전 신종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을 방문한 독일 국립박물관의 큄멜 박사는 신종 에 관한 박물관 설명서에 ‘조선 제일’이라고 쓰인 것을 ‘세계 제일’로 고쳐 쓰면서 “이는 실로 세계 제일로 말할 것이지 조선 제일이라 할 것이 아니다. 독일이면 이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박물관 하나가 설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 성덕대왕신종의 높이는 3.75m, 무게는 중형차 12대 무게와 맞먹는 18.9톤에 달한다. 놀라운 점은 직경 8.5cm의 쇠막대기가 18.9톤짜리의 종을 지탱하고 있 다는 사실이다. 1975년 옛 경주박물관에서 현재의 박물관으로 종을 옮기면서 종을 거는데 쓰던 낡은 쇠막대를 포항제철에 의뢰해 새 것으로 교체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현대 기술로 새로 만든 쇠막대들은 신종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모두 휘어지고 말았다. 비파괴검사를 해본 결과 신종 의 쇠막대는 여러 금속을 합금해 얇은 종잇장처럼 돌돌 말아가며 두들겨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쇠가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고 유연하기만 하면 휘기 때문에 강하면서도 유연한 것을 합금과 단 조로 절묘하게 조절한 것이다. 현재에도 이 막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성덕대왕신종은 새겨 진 비천상의 아름다움으로도 유명하지만, 무엇보다 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소리에서 세상의 모든 종을 압도한다. 일본의 범종학자 쓰보이 료헤이(坪井良平)에 의하면 일본 NHK 방송국에서 세계적인 명종들의 종소리를 모두 녹음하여 일종의 종소리 경연대회를 연 일이 있었는데, 성덕대 왕신종의 종소리가 단연 으뜸이었다고 한다. 신종의 정상부에는 다른 나라의 종에서는 볼 수 없 는 음관이라 불리는 원통 모양의 관이 솟아올라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서울대 엄영하 교수는 모형실험을 통해 음관이 음향학적 여과장치(acoustic filter)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엄 교수는 종을 칠 때 외부 진동은 멀리 잘 전파되지만, 종 내부에서 일어나는 진동은 안에서 서 로 충돌하거나 반사하여 잡음이 나게 되는데, 종 상부의 음관은 이러한 잡음을 뽑아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한국 종의 특징은 명동이다. 서양의 종들은 높은 종각에 종을 매달아 종 내부 한가운데 매달린 추를 이용해 종의 내벽을 쳐서 소리를 낸다. 반면 한국의 종은 땅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높이에 종을 매달고 종목으로 종의 외벽을 쳐서 소리를 낸다. 이 때 종 아래 지면에는 바닥이 우묵 패어 있어서 공명동(共鳴胴)의 역할을 하여, 음량을 극대화 시킨 다. 조용한 한 밤중에 신종을 타종하면 60km 떨어진 곳에서도 그 소리가 들린다. 또한 신종은 물리학에서 ‘맥놀이(beats)’라 불리는, 반복적으로 커졌다 잦아들었다 다시 커졌다 잦아드는 신비 롭고 깊은 여음을 만들어낸다. 종의 몸체에는 종이 만들어진 내력과 제작과정에 대해 기록한 총 1,037자의 명문이 정연하게 새겨져있다. 대개 이 시대의 청동유물의 명문은 음각으로 주조하는 것이 보통이다. 음각보다 양각으로 새기는 것이 아름답지만 제작과정이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종에는 일천 자가 넘는 긴 글이 한 자 한 자가 또박또박 도드라지게 주조되어 있다. 여기에 먹을 묻혀 종이에 찍어내면, 이것이 바로 금속활자 인쇄이다. 이러한 뛰어난 금속주조기술 이 한국이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여 사용하는 원천이 된 것이다.

27.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물 한국은 금속활자의 발명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본의 보유국이기도 하 다. 1966년 10월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 이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되었다. 그것은 목판으로 인쇄한 높이 8cm, 총 길이가 6.2m에 이르는 두루마리였다. 불국사는 751년에 완성되었으므로, 그 속에서 발견된 이 경전의 인쇄 시기는 최소 한 751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에서 『다라니경』이 발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 래된 목판인쇄물은 영국의 고고학자 스타인(Marc Aurel Stein)이 중국 둔황에서 발견한 『금강반 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이었다. 이 『금강경』의 인쇄 시기는 868년이므로 한국에서 발견된 『다라니경』은 이보다 최소한 117년 이상 앞선 유물이다. 다라니경의 정확한 인쇄시기를 밝히려 는 노력이 계속되어 마침내 이 경전은 751년 이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706년경에 인쇄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라니경의 인쇄시기를 706년으로 추정하는 첫번째 근거는 이 경전에 690~704년에만 사용되었던 4글자가 10여 차례에 걸쳐 나타난다는 점이다. 무주제자라 불리는 이 글자들은 722년 사용이 완전히 중지되었다. 둘째, 같은 경주에 있는 황복사지 삼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함(706년 제작)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함께 안치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 글씨와 석가탑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권미제 글씨의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같은 사람이 쓴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다라니경이 이르면 황복사지 삼층석탑 사리함의 제작 시기인 706년경에 인쇄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편집자 주>

초당대학교‘세계 최초·최고의 한국 문화유산 70가지’ 시리즈는 초당대학교 협찬으로 진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