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의 여행노트] 6. 홋카이도(北海島), 오감이 열리는 곳

글 사진 정이안 (정이안 한의원 원장)

홋카이도는 기차와 렌트카로 일주일정도면 천천히 한 바퀴 돌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삿뽀로에서 출발해서 시계 방향으로 니세코(ニセコ)로 이동해서 NCA center에서 래프팅을 하고 차를 몰아 샤코한토(積丹半島)의 바다와 노을을 보며 첫째날을 보낸다.

비에이(美瑛)를 보고 제주 오름을 떠올리다.

삿포로

비에이의 가을

아사히가와 驛 여행안내소의 직원에게서 숙소 몇 군데와 비에이로 가는 짧은 기차여행코스를 추천받았다. 비에이를 돌아본 후 좋아지기 시작한 향은 라벤더. 라벤더 철이 아니어서 보라색 꽃밭을 보진 못했지만 라벤더가 한창일 때의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향기가 느껴진다. 마에다신조(前田真三)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포토갤러리 ‘다쿠신관(拓真館)’에서 감상한 ‘언덕의 마을’ 비에이의 풍경 사진은 제주의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서 보았던 ‘제주 오름’의 풍경 사진과 느낌은 다른데 감상 후 기억에 진하게 남는 것은 비슷하다. 비에이와 제주의 오름을 진정 사랑했던 두 작가의 마음이 전해져서 인 것 같다.

시레토코(知床)의 기푸(季風)클럽

시레토코는 아이누어(語)로 ‘땅이 끝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홋카이도 북동쪽의 시레토코 반도는 국립공원이며 2005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받은 곳답게 침엽수와 활엽수가 울창하게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오후 한 나절을 시레토코의 다섯 호수를 도는 walking route를 따라 풀을 뜯는 사슴들과 함께 걸었다. ‘곰 출몰 주의’ 안내 표지판은 여행자를 약간 당황스럽게 했지만 말이다. 아사히가와역 안내소 직원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시레토코의 숙소 ‘기푸(季風)클럽’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로비의 bar에서 주인장과 차를 함께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큰 호텔의 전문경영인으로 근무하다가 은퇴 후 이 곳을 직접 설계해서 지었다고 한다. 작지만 정갈하고 기품있는 이 곳은 시레토코 지역 특산물로 정성껏 만든 음식도 맛있지만 천연 노천 온천과 2층 로비의 갤러리까지 모든 것이 여행자를 행복하게 만든다.

구시로(釧路) 가는 길, 이토 목장(伊藤牧場)

네무로(根室) 반도 끝의 전통여관 ‘照月’은 탁월한 선택이다. 시골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인지 한국인 손님을 보는 일은 좀처럼 없단다. 초기엔 음식점에서 출발했다가 숙박업소로 탈바꿈한 47년 역사의 료칸旅館으로 주인장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네무로 로컬푸드로 차려진 저녁과 아침 밥상은 환상이다. ‘照月’ 주인장의 소개로 구시로로 차를 몰고 가다가 ‘이토 목장’엘 들렀다. 홋카이도 전체가 낙농이 유명하지만 특히 네무로 쪽은 목장이 워낙 많다. 목장 카페에서 갓 짜낸 신선한 우유와 금방 만들어 싱싱한 크림치즈와 크래커를 먹으면서 목장을 둘러보니, 넓은 땅에서 방목되어 자유로이 풀을 뜯는 젖소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고 생산해낸 우유라 역시 고소하고 신선함이 다르다 싶다.

여행은 가장 사교적인 활동 중 하나다.

여행은 사실 가장 사교적인 활동 중의 하나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어도 여행자가 되면 자신의 의외의 외향성을 발견할 수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여행을 계속 할 수 없으니까. 바로 이점이 개별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홋카이도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 덕분에 멋진 자연과 맛있는 음식이 더욱 큰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여행은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다. 그 점이 또한 여행의 좋은 점이다.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못해 본 것이 여전히 수 도 없이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당신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모든 것들을 기꺼이 껴안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