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안의 여행노트] 2. 빈에서 만난 클래식

Travel

글 사진 정이안 (정이안 한의원 원장)

잠시 동안이라도 지구별 여행자가 되는 일은 즐겁다

진료실을 훌쩍 떠나 바깥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일은 매번 즐겁다. 잠시 동안이나마 진료실을 떠나 온전히 여행자로 지낼 수 있는 시간에 감사하면서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향했다.

천사들의 합창으로 시작한 빈에서의 일요일 아침

빈에서의 첫날, 왕궁 예배당에서 빈소년합창단이 성가를 부르는 일요 아침 미사로 시작한다. 1498년 왕궁 부속 예배당의 합창단으로 창단된 이후 지금까지 매주 일요 미사에 참여해왔다. 슈베르트가 어린 시절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했고, 베토벤이 반주자로 활동했다. 모차르트는 매일 아침 미사 시간에 이 합창단을 지휘했다. 미사에 참가하는 성가대에는 빈소년합창단뿐 아니라 빈 국립가극장 관현악단의 선발 멤버와 솔리스트들까지 함께 하기 때문에 이 미사는 퀄리티 높은 한 시간 동안의 공연이라고 봐도 된다. 예배당 2층 뒤쪽 성가대석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순수하고 맑은 노랫소리가 작은 예배당을 가득 채울 때 눈을 잠시 감아 보았다. 천사들의 목소리가 아마도 이럴 것이다.

미사가 끝난 후 중창으로 인사를 하는 빈소년합창단원들
미사가 끝난 후 중창으로 인사를 하는 빈소년합창단원들

베토벤의 흔적, 하일리겐슈타트

베토벤은 평생 동안 80회 이상이나 집을 옮겼다고 하는데, 빈에서 트램을 타고 20-3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하일리겐슈타트에는 그가 살았던 집이 세 군데나 있다. 그린칭과 하일리겐슈타트의 가로수길을 걸어보니, 무엇이 그로 하여금 ‘합창 ’과 ‘전원’을 작곡하고 싶도록 만들었는지 알 것 만 같다. 시냇물이 흐르고 숲이 많은 이 아름다운 작은 마을에 머무른다면 나라도 교향곡을 만들고 싶어 질 것이다. 이 산기슭 마을은 낡은 농가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선술집, 호이리게에서 그 고장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군데를 골라 들어가 와인을 마시는데 바이올린, 아코디언 연주자들이 흥겨운 민요와 왈츠, 오페레타 곡들을 연주해준다. 와인을 무척이나 사랑했던 베토벤이 이 마을을 마음에 들어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베토벤 마을 그린칭의 저녁모습
베토벤 마을 그린칭의 저녁모습

대중과 함께하는 클래식의 도시, 빈

저녁시간, 베르디의 ‘돈 까를로’를 감상하기 위해 세계 3대 극장 중의 하나인 빈(Wien) 국립오페라하우스를 찾았다. 로비에는 공연을 보기 위해 정장을 하고 온 노부부들이 많다. 주말이어서 그랬는지 좌석표는 벌써 매진.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인터넷 예매 사이트에서 독일어의 압박을 극복하고 여행 출발 전에 예매해놓은 티켓이 위력을 발휘한다. 공연이 끝난 뒤 오페라하우스 밖으로 나오니, 건물 벽 커다란 전광판에는 오페라 DVD가 방송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당에 앉아 DVD 공연을 감상하고 있는데, 관객들의 관람 수준이 상당히 높다. 다음날 저녁은 오페레타 전문공연장, 폴크스오퍼(Volksoper)에서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를 감상했다. 이곳도 관객석은 정장을 차려입은 노부부가 많은 편이다. 빈자리 하나 없이 꽉 찬 관객석의 분위기는 품격과 여유 그 자체다. 빈 시민들에게 오페라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즐거운 퍼포먼스인 것 같다. 대중과 함께하는 클래식이 정말 부럽다.

 폴크스오퍼의 오페레타 공연
폴크스오퍼의 오페레타 공연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 여행

요즘 우리 모두의 화두는 워라밸이다.. 특히 업무 중심의 생활이 연속될 때 만성 피로는 물론이고, 어지럼증, 신경성 고혈압, 만성 두통에 시달리게 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우울증, 공황증, 불면증으로 진료실을 찾아오는 것을 보면 사회적인 성공이 곧 행복은 아닌 것 같다. 워라밸을 이루려면 몸과 마음의 항상성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세로토닌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문화적인 성숙과 차분함을 통해 인간의 품격이 높아지는 것은 덤이다. 그리고 세로토닌이 많이 생산될수록 행복지수도 올라간다.

그렇게 보자면 빈(Wien) 여행은 세로토닌이 충전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세로토닌 충전방법을 찾아보시길…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물론,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