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55] 그리스 신화 속 악녀들 (feat. Badass bi*ch)
2021.07.22 | vol. 55 | 구독하기 | 지난 호
그리스 신화 속 강렬한 여성 캐릭터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하기 전 클리템네스트라와 그녀를 부추기는 아이기스토스
그리스 신화엔 위대한 능력을 가진 신부터 뛰어난 힘을 가진 영웅들까지, 다양하고 유명한 인물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제우스, 포세이돈, 헤라클레스, 하데스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신화 속 여성들은 어떤가요? 아램이는 왠지 비극적인 사랑과 설움이 느껴지는 그녀들의 삶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과연 그리스 신화 속 여성들은 항상 이런 신파의 주인공이었을까요?🤷♀️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는 영악한 여왕부터 사람을 죽이는 마녀에 이르기까지, 그리스 신화에서 가장 흥미롭고 강력한 다섯 명의 만만치 않은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1. 헤라 (Hera)
Andrea Appiani, Juno Dressed by the Graces, 1811, Civic Museum of Brescia, Brescia, Italy. Wikimedia Commons.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신들의 여왕으로 천하를 통치했습니다. 결혼, 출산, 가정의 여신이었지만, 속지 마세요. 헤라는 남편에 대한 끈질긴 질투와 복수심에 차 음모를 꾸민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그러고 싶었을까요? 명색이 가정의 여신인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죠. 제우스는 헤라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바람을 피웠고, 수많은 자녀들을 낳았습니다.🤬
헤라가 제우스나 그의 바람피운 정부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가장 악녀로 여겨지는 순간은 그녀가 제우스에게 반란을 일으켰을 때입니다. 헤라는 남편이 지속적으로 바람을 피운 것에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제우스가 처음부터 자기를 속이고 결혼한 것에 대해서도 씁쓸했습니다. 제우스는 신들의 신이었고, 매우 강력한 힘을 가졌는데 어느 날, 나머지 신들을 매우 괴롭히고 힘들게 했습니다. 헤라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올림푸스의 있는 신들에게 그녀의 남편, 즉 그들의 왕인 제우스에게 반항하도록 설득하고 위협을 했습니다.
헤라의 성화에 못 이겨 모인 신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제우스에게 몰래 다가가 번개를 훔쳐 소파에 그를 묶으려고 했습니다. 마침 그때! 아킬레우스의 어머니 테티스는 제우스의 경호원인 백수 거신(백개의 손을 가진 신)을 불러 이를 저지했고 헤라의 계획은 실패에 그쳤습니다.
제우스는 아내가 자신을 배신한 점에 매우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자신을 남들 앞에서 깎아내리지 않겠다고 맹세할 때까지 그녀를 하늘에 사슬로 묶었습니다.
2. 메데이아 (Medea)
Giaquinto di Corrado Bottega, Medea, 1752, Hinton Ampner National Trust, Bramdean, England, UK. Art UK.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와 비극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마녀이자 인간의 몸을 한 반신입니다. 그녀는 이아손을 보는 순간 사랑에 빠져, 그녀의 아버지인 아이에테스 왕으로부터 황금 양털을 훔치는 것을 도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메데이아는 이아손이 황금 양털을 얻기 위해 시련을 겪을 때 목숨을 건질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해주었고, 불같은 숨을 내뿜는 황소 두 마리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약을 주었습니다. 또 이후엔 양털을 지키는 용을 단 한 손으로 죽일 만큼 용맹하고 뛰어난 싸움 실력을 보여주었죠.🤺
메데이아는 아버지와 왕국을 배신한 후 고향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이아손과 함께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화가 난 그녀의 아버지와 그의 부하들은 바다를 건너 그들을 쫓아갔습니다. 이때 메데이아는 결코 저질러선 안될 끔찍한 일을 저지릅니다. 그녀의 남동생을 배로 불러내서 죽이고 시체를 토막 내서 바다에 하나씩 던진 것이죠.😱 그녀는 그렇게 해야만 슬픔에 빠진 아버지가 죽은 남동생을 찾느라 자신을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큰 일들을 벌이고 10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아손은 다른 공주와 사랑에 빠져 메데이아를 떠났습니다. 슬픔과 복수심에 사로잡힌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새 신부에게 독이 든 드레스를 주었고 옷을 입은 그녀는 죽었습니다. 메데이아는 자신과 피가 섞이지 않은 이아손의 아이들을 산 채로 땅에 묻었고, 이아손의 대를 이어갈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했습니다. 이후, 그녀는 용을 타고 날아가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메데이아가 온갖 끔찍한 일들을 벌인 뒤에도 그리스 신화답지 않게 큰 처벌 없이 잘 살았다는 점입니다. 또, 그리스 해군, 영국 해군 등에서 그녀의 이름을 딴 전함들이 나온 것으로 보아, 악녀라기 보단 여성 영웅이라는 평판을 듣기도 합니다.😯
3. 클리템네스트라 (Clytemnestra)
John Collier, Clyntemestra, 1882, Guildhall Art Gallery, London, England, UK. Wikimedia Commons.
트로이 전쟁 당시 유명한 지휘관이었던 아가멤논은 그리스 병사들을 이끌고 헬레네의 납치에 대한 복수를 위해 트로이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신들은 이 계획을 반대했고, 그리스 배들이 항해하지 못하도록 바람을 멈췄습니다. 아가멤논은 트로이에 가기 위해선 뭔가 과감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의 딸인 이피게니아에게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해야 한다고 속여 아테나 신전으로 불러냈습니다. 이피게니아가 신전에 도착했을 때, 아가멤논은 딸을 죽이고 신들에게 제물로 바쳐 그 대가로 강풍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가멤논의 아내인 클리템네스트라는 남편이 딸을 죽인 것에 대해 굉장히 분노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벌인 딸의 살인이나 자신에게 무관심한 것을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었습니다.🤨 그리고 아가멤논이 트로이에서 10년 동안 전쟁을 치르는 동안 간부(姦夫) 아이기스토스와 눈이 맞아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조용히 지켜본 이가 있었는데, 바로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또 다른 딸인 엘렉트라였습니다. 엘렉트라는 어머니의 부정에 대해 치를 떨었고, 이 두 사람이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고 생각해 친척 집에 머물던 그의 남동생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세월이 흘러 전쟁이 끝나고 아가멤논은 아내에게 축하와 사랑을 받기를 기대하며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클리템네스트라는 마음을 숨기고 남편의 축하연을 열겠다며 목욕하기를 권했고, 아가멤논이 물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담요를 던져 그를 찔러 죽였습니다.🗡️
자신의 예상대로 아버지가 죽자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남동생과 사촌 필라데스를 불렀고, 자신들의 어머니인 클리템네스트라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분노에 관하여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일화는 기원전 5세기에 소포클레스가 쓴 고대 아테네 비극 《엘렉트라》의 내용입니다. 또,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여성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의미로 ‘엘렉트라 콤플렉스’(여자아이가 어릴 때 자기 어머니를 미워하고 아버지를 좋아하는 시기를 겪는 경향)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습니다.👨👧
4. 아탈란테 (Atalanta)
Guido Reni, Atalanta and Hippomenes, 1620-1625, Prado, Madrid, Spain.
아탈란테의 아버지 이아소스 왕은 아들을 꿈꾸었는데, 왕비가 딸을 낳자 화가 나서 아기를 숲에 버렸습니다. 숲 속의 곰이 아기를 발견하고 곰의 젖을 먹여 키우며 그녀는 야생에서 자라게 되었습니다. 아탈란테는 용맹스럽고도 아름다운 사냥꾼으로 성장했는데, 여러 번의 영웅적인 모험을 했습니다.
아탈란테라는 이름 자체가 ‘남자 못지않은 여걸’이라는 뜻을 지녔고,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가졌습니다. 또, 자신을 겁탈하려던 켄타우로스에게 화살을 쏘아 죽일 만큼 사냥 실력도 좋았습니다.🏹
아탈란테의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녀의 달리기 경주일 것입니다. 아탈란테의 아버지는 멋지게 성장한 그녀를 재발견했고 딸을 결혼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아탈란테는 결혼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결혼하면 파멸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달리기에 자신이 있었고, 달리기 경주에서 자신을 이기는 자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만, 경기에서 진다면 죽게 될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조건도 함께 걸었죠.☠️ 아탈란테의 아름다움에 반한 구혼자들은 달리기 경주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녀를 이길 수 없었고, 사망자 수는 늘어갔습니다. 아탈란테를 흠모한 포세이돈의 손자인 히포메네스는 경주에서 이길 수 있도록 아프로디테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프로디테는 히포메네스에게 누구든지 거부할 수 없는 황금 사과 세 개를 주었습니다. 경주는 시작되었고,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테가 자신을 앞지를 때마다 뒤로 황금 사과를 던졌습니다.🍏 그녀는 황금 사과를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지 못하고 잡으러 다니다가 결국 히포메네스에게 져서 둘은 결혼하게 됩니다.
후일담이지만 이 둘은 급격히 사랑에 빠졌고 제우스의 신전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다가 신성모독죄로 괴팍하고 사나운 사자 한 쌍으로 변합니다.🦁🦁
5. 키르케 (Circe)
John William Waterhouse, Circe offering the cup to Ulysses, 1909, Oldham Art Gallery, Oldham, England, UK. Wikimedia Commons.
키르케의 이름 뜻은 ‘독수리’로, 사람들을 짐승으로 만들어서 부리는 아름답고 강력한 마녀입니다. 어느 날,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은 그녀의 섬(아이아이에 섬)에 들어가게 됐고, 그녀는 오디세우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집니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동료 병사들을 집으로 초대해 환영 잔치를 열어 대접했습니다. 오디세우스는 연회에 입장하기 전에 헤르메스로부터 특별한 약초를 얻었고, 키르케가 주는 음식을 만지기 전에 그 약초를 먹었습니다.🌿
연회장에서 오디세우스만이 키르케의 마법에 걸리지 않았고 다른 부하들은 모두 동물로 변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오히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를 무서워하며 그가 신성한 존재라고 여겼고, 그의 부하들을 저주에서 풀어준 뒤 이후 1년 동안 오디세우스와 함께 살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하들은 오디세우스를 설득해 키르케로부터 떠나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둘은 마지못해 작별인사를 했고, 키르케는 그의 돌아가는 여정을 돕기 위해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습니다. 다른 어떤 인간도 하지 못했던 지하세계에 들어갔다 오는 방법도 알려주었죠.💫
비록 키르케는 남자를 동물로 바꾸는 습관을 가진 마녀였지만, 오디세우스와 그의 부하들에게만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관대했고 그리스로 돌아가는데 일조한 중요한 협력자였습니다.🧙♀️
신화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기에 좋은 교과서인 것 같습니다.📖
악녀로 일컬어지는 신화 속 인물들은 무엇보다도 본능적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여성, 남성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점차 비극에 가까워질 거예요.💣
마음속에 품은 분노를 조금 내려놓고, 나만큼 상대도 소중하다고 의식해보세요.😌 스스로의 가치를 올리고, 삶의 윤활제가 되는 배려와 존중을 실천한다면 더욱 좋은 세상일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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