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 꽃을 든 남자, 그들이 사랑한 식물🌿

짜릿해, 늘 새로워, 예쁘고 잘생긴 게 최고야😝

꽃을 든 남자, 그들이 사랑한 식물
꽃과 식물을 든 남성의 모습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습니다. 최근 해외에선 이 주제에 대해 새롭게 재해석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시각적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요. 바로 인스타그램의@boyswithplants계정입니다. 식물의 심미성을 살리면서도 개성 있고 남성미가 돋보이는 사진들로 가득하죠? 🌴👱‍♂️👨🏻👨🏿🌵

BOYS WITH PLANTS ON INSTAGRAM
식물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뭘까요? 가장 먼저 아름다움이 떠오릅니다. 고대 신화와 종교에서는 식물을 미(美)와 악(惡)으로 비유했고, 꽃은 주로 순결을 상징하곤 했죠. 신성한 약효가 있다고 표현되기도 했고요. 특히 15~16세기의 예술가들에겐 자연이 떠오르는 주제가 되면서 이것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힘을 실었습니다. 이제 아래의 초상화를 보면서 여심을 뒤흔드는 꽃을 든 남자, 그리고 그들이 사랑한 식물을 소개할게요!

Albrecht Dürer, Self-portrait with Holly (Self Portrait with a Thistle), 1493, 56×44 cm, Oil on Vellum, Musée du Louvre, Paris.
엉겅퀴를 든 알브레히트 뒤러

이 그림은 1493년, 독일 출신의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가 그린 “서양에서 그려진 최초의 독립 자화상”입니다. 이 자화상은 어두운 배경에 비스듬히 앉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그렸기 때문에 포즈와 눈빛이 조금 어색해 보여요.👀 술이 달린 작은 빨간 모자와 희고 대조적인 독특한 블라우스가 평생 옷, 신발 등 의상에 공을 들이던 그의 취향을 드러냅니다. 22살의 초상화 속 청년 뒤러는 앳된 얼굴을 띄면서도 남자다운 목과 강한 코, 힘찬 손에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뒤러가 들고 있는 식물은 엉겅퀴예요. 그는 왜 하필 손에 엉겅퀴를 조심스럽게 쥐고 그림을 그렸을까요?🤔 여기엔 2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집안에서 정한 약혼자에게 보내는 선물로 그려졌어요. 엉겅퀴는 독일에서 “남편의 충절”을 의미하는 식물이었거든요.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생활 두 달 만에, 그는 ‘충절’을 약속한 상대를 고향에 두고 혼자 이탈리아로 떠나 르네상스 미술에 흠뻑 빠져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하게 됩니다.

엉겅퀴에 대한 두 번째 해석은 그림 상단의 날짜 옆에 쓰인 글귀에서 나왔습니다. “높은 곳에 쓰일 때 내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글은 마치 엉겅퀴그리스도의 정열을 암시하거나 가시덤불에 있는 뾰족탑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러한 해석으로 보았을 때 1500년에 그린 뒤러의 가장 마지막 자화상에서 자신을 그리스도 같은 인물로 표현한 것이 연결이 됩니다. 어떤 해석을 하건 뒤러의 자화상은 예술가의 자존심과 겸손함이 돋보이는 세계적인 명화인 게 확실해 보이죠?

Anthony van Dyck, Self-portrait with a Sunflower, 1632, Oil on Canvas, 73 x 60 cm, Private Collection. 
해바라기를 든 안토니 반 다이크 

안토니 반 다이크(1599~1641)는 바로크 시대의 전문 초상화가입니다.👨‍🎨 1632년 해바라기가 그려진 자화상은 반 다이크가 영국의 찰스 1세의 궁정 화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명성이 높고 인기가 절정인 시기에 그려졌어요. 특히 권위를 나타내는 힘 있는 묘사에 탁월한 반 다이크는 찰스 1세의 그림을 200점 이상 그리며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자, 이제 초상화에 집중해보세요. 자신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존재에 놀란 듯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오른손은 자신보다 큰 해바라기의 꽃잎 아래쪽에 닿아있어요. 왼쪽 손가락은 그의 어깨를 가로질러 아래로 뻗은 황금 체인을 살짝 잡고 있네요. 황금 체인은 그가 화려하고 명망 있는 모습, 즉 후원자인 찰스 1세로부터 많은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장치처럼 보입니다. 이제 빛에 한번 주목해보시겠어요? 광원이 아래에서부터 해바라기에 비춰 마치 반사판처럼 작용해 그의 얼굴이 유독 빛나는 것 같지 않나요? 이 남자, 정말 보통이 아니네요.🤭

해바라기는 태양을 따라다니는 꽃으로 유명하죠.🌻 따라서 헌신과 충성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하늘이자 신, 즉 왕의 의미도 가졌습니다. 반 다이크는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지만, 찰스 1세에게 무척 헌신적이고 충성스러웠다고 해요. 이후 영국의 남북전쟁 때 그의 그림은 시민들을 설득하는 선전물로 사용되며 왕실의 충성을 높이는 데 사용됩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왕국을 통합하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죠.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Joseph Roulin, 1889, Oil on Canvas, 65 × 54 cm, Kröller-Müller Museum, The Netherlands.
여름꽃에 둘러싸인 조셉 룰랭

프랑스 남부 아를의 우체국 직원인 조셉 룰랭의 초상화는 1889년 반 고흐(1853~1890)가 그린 여섯 장의 초상화 중 하나입니다. 1888. 8 ~ 1889. 4 사이에 고흐는 조셉의 초상화 6개를 연속으로 그렸는데, 그중 3개의 배경에는 꽃이 있었습니다. 1888년, 반 고흐는 예술가들의 공동체를 만들기를 꿈꾸면서 아를로 이사했지만, 그 계획은 결실을 맺지 못하며 그는 외롭고 고립되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어 발작을 일으키며 주민들이 그를 정신병원에 감금하려 했을 때에도, 룰랭 가족은 고흐와 지속적인 교제를 하며 친구로 남아주었죠.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형 반 고흐는 조셉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그는 심술궂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고, 항상 완벽하게 정직하지도 않은 사람이야. 하지만 그게 좋은 사람이야. 현명하고, 감정적이고, 또 그렇게 충실한 사람 말이야.”

그림 속 조셉의 소크라테스 같은 얼굴과 풍성한 수염은 여름 꽃인 양귀비, 수레국화, 데이지, 장미와 대조적이라 더욱 완벽하게 어울립니다. 반 고흐는 그의 특징인 빠르고 유창한 붓놀림으로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친구이자 은인같았던 룰랭 가족의 초상화를 고흐는 무려 스무 장이나 그렸습니다.💚

Paul Gauguin, Young Man with a Flower Behind his Ear (Jeune Tahitien ou Jeune homme a la fleur), 1891; Private collection.
티아레 꽃을 꽂은 청년

귀 뒤에 곱게 꽃을 꽂은 청년, 1891년에 그린 젊은 폴 고갱(1848-1903)이 그린 초상화입니다. 고갱은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로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같은 많은 현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어요. 고갱은 화가, 조각가, 인쇄공, 도예가, 작가로서 상징주의 운동을 한 중요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타히티를 비롯한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10년을 보냈고 그곳에서 지역 사람들과 풍경을 그린 작품들은 그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고갱이 1891년 타히티 섬에 도착한 후 완성한 최초의 그림 중 하나예요. 그림 속 청년의 왼쪽 귀에는 타히티를 대표하는 전통 꽃인 작고 흰 티아레가 꽂혀 있습니다. 고갱은 이 초상화를 조테파라고 불리는 젊은이를 위해 그렸습니다.👦🏾 조테파는 고갱이 타히티에 처음 온 뒤 몇 달 동안 알고 지낸 청년입니다. 고갱이 타히티로 이주한 것은 예술가에게 개인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크게 변화된 사건이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이 젊은 청년이 타히티에 정착할 수 있는 촉매이자 귀중한 스승 같은 역할을 한 것이지요. 조테파는 나무 조각상을 만들려는 고갱과 함께 목재를 찾아다니며 섬의 이국적인 풍경으로 앞장서서 이끌었습니다.🏝 그 결과, 고갱은 자신이 예술가로서 추구하던 돌파구를 타히티에서 발견하게 되죠. 태곳적 모습을 가진 자연 본성의 토착문화에 완전히 빠지게 것입니다.

#꽃을든남자 #꽃을든여자

예술가들은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혹은 직업적인 예술활동을 위해 그림에 식물과 꽃을 소재로 사용해 왔습니다. 엉겅퀴와 해바라기는 왕 또는 신에 대한 충절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또, 타인을 그린 초상화 안에 있는 식물과 꽃들은 우정, 아름다움, 감사를 상징하지요.💐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의 상징, 꽃. 오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예술 활동으로 꽃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 또는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날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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