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8] 예술가들은 정말 정신적 문제가 많을까?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 4인 💊


정신질환을 예술로 승화시킨 예술가들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 MoMA The Museum of Modern Art
화가 반 고흐, 피카소, 작곡가 차이코프스키, 소설가 헤밍웨이. 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적인 예술가이자 크고 작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정말예술가들은 정신적으로 질병을 가진 경우가 많을까요? 진실을 얘기하자면 이 가설은 사실이 아닙니다. 예술가들이 평균 이상의 정신병적 경향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다만, 잠재적인 정신병적 경향이 있다는 암시는 있습니다.

오늘 아트레터는 정신 질환을 앓았던 4명의 예술가들과 이 병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보도록 할게요!

1. 루이스 웨인 (Louis Wain, 1860-1939)

Louis Wain. The Bachelor Party, dates unknown. Private Collection.

루이스 웨인은 영국 태생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의인화한 큰 눈의 고양이를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웨인은 그의 아내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 고양이를 처음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혼한 지 3년 만에 웨인의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그녀의 죽음은 웨인의 우울증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57세의 나이에, 그는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정신분열증은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웨인은 공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고, 가족들이 더 이상 그의 행동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정신병원에 수용됩니다. 그렇게 인생의 마지막 15년을 정신 병원에서 보냈습니다.

병으로 인해 웨인의 예술 작품들 또한 그의 초기 작품들과 점점 달라졌고, 새로운 스타일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고양이들은 서로 웃고 껴안는 등 유쾌한 모습이었다면 후기로 갈수록 고양이는 더 기하학적이고 다채롭게 변했습니다. 밝은 색상, 꽃, 복잡하고 추상적인 무늬를 특징으로 한 고양이들은 웨인이 마지막 숨을 거둔 냅스버리 병원에 입원했을 때 완성된 작품들입니다.

Louis Wain. Kaleidoscope Cat, c.1930. Private Collection.

2.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에드바르 뭉크, 흡혈귀, 1893-1895, ©The Munch Museum, Oslo
“나의 예술은 병으로 인해 존재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병을 고칠 수 없습니다.”

절규로 유명한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가정환경은 어린 나이의 그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했습니다.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가 아주 어렸을 때 결핵으로 죽었습니다. 아버지는 우울증을 앓았고 다른 여동생은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뭉크는 창작 활동을 하며 스스로를 다잡았지만 결국 1908년 알코올 중독으로 심해진 정신쇠약 증세를 보이며 덴마크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알려진 정신적 문제 외에도, 뭉크는 다른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1937년, 퇴폐 예술이라고 불렀던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들이 나치에 의해 몰수됩니다.

뭉크는 "염증, 광기, 죽음이 내 요람을 지켜준 악의 천사였다”라고도 했으며, 히스테리, 건강염려증으로 신경 쇠약 진단을 받게 됩니다. 그의 작품은 절망감과 고뇌가 뚜렷한 인물들이 특징입니다. 뭉크가 작업에 사용하는 붓터치와 색채는 자신의 정신 상태를 보여줍니다.

에드바르 뭉크, 절규, 1893. The National Museum, Oslo.

3.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1746-1828)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의 처형, 1814.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는 46세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인해 매우 고통스러워했고, 결국 청력을 잃게 됩니다. 그의 청각장애는 매독이나 납중독, 콜레라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작품에 영향을 준 정신 질환이 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고야가 청력과 시력을 상실한 것이 뇌 질환인 스삭 증후군(Susac Syndrome)이 아니었을까 추측하기도 합니다.

고야가 병을 앓았던 시기에는 환각과 망상도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외부적으로는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이 고야에게 영향을 주기도 했습니다. 말년에 그는 신경쇠약에 걸려 인간의 깊은 우울감을 묘사했고, 인간의 고통을 그린 검은 그림들을 제작하게 됩니다.

프란시스코 고야, 허공의 마녀들, 1797. 프라도 미술관


4. 야눌리스 할레파스 Yannoulis Chalepas (1852-1938)

그리스 조각가인 야눌리스 할레파스는 이전 예술가들과 조금 다릅니다. 그가 가지고 있던 정신 질환은 그의 예술 스타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독특하게도 그는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수십 년을 보내거나, 작품을 만들자마자 파괴했습니다.

할레파스는 비교적 조용히 예술 활동을 시작했고 뮌헨에서 공부한 후 아테네에 아틀리에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1878년 즈음, 그는 정신 질환의 첫 증상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10년 후, 그는 36세에 불과한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할레파스의 어머니는 예술로 인해 아들이 아프게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할레파스가 조각하는 것을 말렸습니다. 1916년 어머니가 죽은 후에야, 그는 다시 작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그가 더 자유로운 조각품을 만들기 시작했고, 신고전주의적인 이상에 애착을 가지지 않았다고 평가합니다. 

Yannoulis Chalepas. Sleeping Female Figure, 1878. National Glyptotheque, Hellenic Army Park, Goudi.

예술은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편안한 사람들을 방황하게 만든다.” 
정신 질환과 예술에 대한 주제는 최근에 자주 논의되었습니다.🧐 실제로 정신 분열을 앓고 있는 일반인이 그림을 그리면 나타나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전체적인 구성은 해괴하지만 그림의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다는 것인데요. 이는 주의력 결핍으로 인해 모든 사물들에 다 관심을 둔다는 것을 의미하죠.🥴

예술가들은 많은 것을 잘 인식하고 사물을 깊은 시각에서 바라보며 다른 차원의 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일부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적 창작을 질환에 대한 결과로 보기 보다, 질병을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밸브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아닐까요?

한 주에 한 번, 이메일로 아트레터💌가 찾아갑니다. 
온라인 문화생활을 즐기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 아트램프가 보내드리는 아트레터를 구독하세요. 차곡차곡 쌓여가는 예술 상식과 미감(美感)에 마음이 풍요로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