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세요? 살바도르 달리의 흘러내리는 시계와 르네 마그리트의 커다란 사과같이 현실을 뛰어넘는 무의식 속 이미지가 강렬하게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지 않나요? 이처럼 강렬한 시각적 자극 때문에 초현실주의는 미술에만 국한된 운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초현실주의는 문학운동으로 출발해 시각예술, 예술 비평 등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 운동입니다.
2. 초현실주의 창시자, 앙드레 브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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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앙드레 브르통인데요.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의 창시자로, 1924년에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에서 모든 도덕과 미의 규범에서 벗어나 아무것에도 속박되지 않는 순수한 무의식의 세계에 접근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은 앙드레 브르통이 최초로 정의내린 '초현실주의'입니다.
초현실주의. 남성명사. 순수한 심리적 자동기술(automatisme)로서, 이를 통해 말로든 글로든, 그 외 어떤 방식으로든, 사유의 실제 작용을 표현하는 것. 이성에 의한 모든 통제가 부재하는,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모든 선입견에서 벗어난, 사유의 받아쓰기.
문학적이든, 시각적이든 초현실주의자들에게 중요한 기법은 바로 자동기술(automatisme)법이었습니다. 이는 브르통이 1차 세계대전 중 근무했던 병원에서 노이로제 환자들이 뱉어내는 독백과 같은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을 빠르게 받아 적는 방식에서 출발했어요.
미술 분야에서 사용하는 자동기술법은 앙드레 마송이 고안해낸 것이 대표적입니다. 시각미술에서 시각을 차단하게 되면 어떤 그림이 나타날까요? 위 그림을 보면 마치 뇌 속의 신경회로망처럼 얼기설기 얽혀있는 그림같지 않나요? 자동기술법은 보이는 것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기 자신 안으로 파고들어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내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방식은 미술 기법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자동기술법 말고도 우리에게 익숙한 초현실주의 기법이 있어요. 막스 에른스트가 고안한 프로타주(문질러 탁본 뜨기)나 그라타주(물감을 긁어내기), 데칼코마니(물감을 칠한 화면을 접어서 찍어내 대칭 만들기)기법입니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한 번쯤은 이러한 기법을 이용한 미술수업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기법이랍니다. 이처럼 막스 에른스트는 자유로운 연상을 단순한 낙서로 끝내지 않고 미술의 세계로 끌어들인 인물입니다.
이처럼 초현실주의는 현대미술이 발전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겠죠. 초현실주의는 세계대전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국제정세와 앙드레 브르통의 횡포, 그리고 집단 내 정치적 견해 차이로 발생한 분열이 맞물려 쇠퇴의 길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앙드레 브르통은 집단의 멤버가 자신보다 유명하거나 경제적으로 풍족한 경우 등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핑계를 지어내어 집단에서 축출하곤 했어요. 결국 앙드레 브르통은 초현실주의의 탄생과 발전에 있어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씁쓸하게도 쇠퇴에 이르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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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상상력에 자유를 부여하고 오직 순수한 정신적 세계 자체에 초점을 맞춰 미술이 미술 다울 수 있도록 만든 초현실주의는 어쩌면 지금도 우리 안에 꿈틀거리고 있을지도 몰라요. 다가오는 주말에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세상을 펼쳐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 아램'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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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문화발전소, <정진경 - 시선의 움직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예술을 발견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전시.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던 대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은 누구의 몫일까요. 정진경 작가는 일상 속 보잘것없는 요소를 포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상자와 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특별함을 찾아볼 수 없는 일상에 상심하기보다는 시선을 돌려 나만의 특별함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문기전 작가(@kijeon_moon)는 “삶과 죽음”을 시작으로 ‘나’라는 한 생명체의 물리적 신체와 정신을 해체하며 관찰합니다. 피부-신경-세포-분자-원자, 그리고 양자에 이르기까지 물리적 육체를 해체하고, 정신이라는 자아세계의 형성과 이것들이 발현되는 과정을 작가적 상상으로 추론하며 조합해 나갑니다. 작가는 자신 안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과 자아 형성 과정 및 잔상을 드로잉으로 표현합니다.
미국의 초현실주의 사진가 만 레이. 카메라 없이 감광지에 직접 물건을 배치해 촬영하는 자신만의 기법(Rayograph)을 발명해 사진이라는 매체에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 넣었다.
오늘은 금요일! 바쁘게 한 주를 보내다 보면 모든 규제와 속박에서 벗어나 정신적 자유를 갈망하게 되는 순간이 있죠. 이런 생각과 딱 들어맞는 예술운동이 있습니다. 바로 초현실주의예요!
현실을 뛰어넘는 상상의 세계 속으로 떠나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