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

[Vol. 88] 🍏 여름의 문 앞에서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2.06.03 Vol. 88

여름을 알리는 작고 유쾌한 위로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신사임당은 조선의 화가로 글과 그림에 능했다.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펼쳐나간 그녀의 작품엔 일상의 따뜻함이 녹아있다.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어요. 푸른 마음을 안고 달려가는 여름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답니다. 이맘때면 여름철에 마당에 둔 풀벌레 그림 한 폭을 보고 닭이 쪼아 종이가 뚫렸다는 신사임당의 멋진 일화가 떠올라요. 🐔

이번 아트레터에선 보기만 해도 톡톡! 청량한 여름의 초록 맛이 느껴지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감상하며 다가올 계절을 만끽해보도록 해요.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초충도는 말 그대로 풀과 벌레를 담아낸 그림이에요. 🌱🐜 풀과 벌레 하면 어떤 계절이 떠오르세요? 탐스럽고 싱그러운 여름의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지 않나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 전체를 휘감는 녹청 빛은 여름의 산뜻함을 가득 안고 있습니다.

수박의 빠알간 속살은 서로 상반된 색이 만들어내는 쾌감을 줍니다. 색채 대비로 탐스런 수박이 주는 감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어요. 자칫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 수박을 쥐가 파먹는다는 이야기를 부여해 해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림으로 완성했습니다. 🐭 씨가 가득한 수박과 패랭이 꽃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해 재미뿐만 아니라 좋은 기운도 담고 있지요. 패랭이꽃과 나비 또한 마찬가지로 녹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주어 화면 안에 통일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동글동글 귀여운 가지가 눈에 띄는 이 작품 또한 초충도의 일부입니다. 🍆 여기서 잠깐! 초충도는 서로 별개의 그림이 아니라 여덟 폭의 병풍에 함께 자리 잡고 있는 그림이랍니다. 일종의 연작같은 셈이죠.

멀리서 작품을 바라보세요. 구도가 독특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수직과 수평이 절묘하게 엮여 시각적인 안정을 주고 있습니다. 동글동글 묵직해 보이는 가지는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수직으로 축 늘어져있고, 작고 가벼운 꿀벌은 수평으로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한 겹 한 겹 차분히 우려낸 나비의 색감은 두말할 것도 없어요. 뿐만 아니라 가지는 다산을, 한 쌍의 나비와 개미, 벌은 부부간의 화목을 의미해 가정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이 작품은 앞서 본 작품에 비해 유독 녹색이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명도와 채도에 변화를 준 다양한 톤의 녹색을 사용함으로써 화면 전체에 통일감과 안정감을 부여하고 있어요. 게다가 중간중간 노란색이나 붉은색 등의 색채를 더해서 생동감을 불어넣었습니다. 🔰

소재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필법을 통해 질감을 표현한 것 또한 인상적입니다. 몰골법으로 표현한 오이는 울퉁불퉁 자연의 미가 가득합니다. 🥒 아주 가는 필선으로 그려낸 개구리는 매끈한 촉감이 손 끝에 느껴질 정도예요. 화면을 구성하는 단순한 요소일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한 장 한 장 섬세하게 그려 넣은 꽃잎이 화면을 화사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독특한 점은 보색 관계의 두 가지 색(주황색, 파란색)이 녹색의 이파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등장하는 빨간 잠자리와 흰색 나비, 녹색 메뚜기 또한 자칫 튀어 보일 수 있는 두 꽃을 보다 매끄럽고 조화롭게 이어주는 장치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 잠시 개구리에 주목해보세요. 사냥감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형형한 눈빛과 당장이라도 뛰어 오를 것 같은 두 다리는 작품 안에 입체감과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 다음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함께 상상해보아요!

신사임당, 전신사임당필초충도(傳申師任堂筆草蟲圖), 조선, 종이, 32.8x28.0cm,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대한민국.

신사임당만의 독특한 구도가 두드러지는 작품입니다. 화면의 중심에 주제부가 위치해있지만 무게가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아요. 상하좌우로 뻗어나가고 있는 구도는 앞서 본 작품들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유독 더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꿀벌과 매미, 나비, 개구리, 에벌레가 각자 다른 방향에 시선을 두고 있지만 조잡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역동적이고 생생한 감각을 선사하고 있어요. 🐛

많은 이들은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여성스러운 화풍으로 그려졌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러나 애정을 갖고 작품을 진지하게 마주한다면 그 말은 어딘가 잘못됐다고 느껴질 거예요. 신사임당의 작품은 여성이기 때문에 그릴 수 있던 작품이 아니라, 스쳐 지나가는 미물들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인자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일상에서 만나는 자연을 향한 애정이 드러나는 초충도는 우리에게'삶을 소중히 간직할 것'을 전합니다.

🐝

신사임당의 초충도는 어쩌면 그냥 흘려보냈을지도 모르는 삶의 유일한 순간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포착하고 있습니다. 풀벌레 울음소리가 거리를 채워가는 요즘, 두 팔 벌려 다가오는 계절을 힘껏 끌어안아볼까요?

🏛 추천 전시

문화실험공간 호수, <초록색 수집>

전시명: <초록색 수집>

장소: 문화실험공간 호수 (@exp.space_hosu)

기간: 2022-05-03 ~ 2022-07-03

초록은 자연의 색이자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색입니다. 이러한 초록을 가득 담은 전시 <초록색 수집>은 7인의 작가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낸 초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수집된 초록색은 감상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시장을 나가는 순간 눈앞을 가득 채우는 석촌호수의 풍경은 감상자가 자신만의 초록을 수집할 수 있는 순간을 제공합니다. 전시를 통해 일상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경험해 보세요.

자세히 보기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87] ❗️ 여기 주목. Attention, please!!)

지난 아트레터 보기

아트램프 | ARTLAMP.ORG

info@artlamp.org

서울 구로구 신도림로 13길 51

수신거부 Unsubscribe

웹에서 보기

2

[Vol.89] 🌅 한여름 밤에 떠오른 태양 [Vol.87] ❗️ 여기 주목. Attention, please!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주세요.*

(필수) 에 동의합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