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8] 🚗 차(車)가 작품이 되는 순간

자동차와 예술이 만나면?
2023.02.10 Vol. 108
🙋🏻‍♀️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자동차와 예술, 언뜻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이 둘 사이에도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진화’를 한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단순히 사람이나 물건을 운반하는 수단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이제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시대적 흐름이나 유행 등 외부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도 비슷해요. 실제로 차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부터 함께 예술 속 자동차를 발견해 봐요.

1. 르네상스인의 이동수단
Leonardo da Vinci, Automobile, 1480, Biblioteca Ambrosiana, Milan, Italy.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만든 최초의 자동차
이 도면은 역사상 최초로 인간의 힘이 아닌 기계장치의 물리적 힘에 움직이는(자동,自動) 이동수단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후원자 중 한 명을 위해 “쇼피스(Show piece)”로 디자인한 것으로 추측이 돼요. 확실히 인상적입니다. 🤩

레오나르도는 어느 날 벽시계 태엽을 감다가 실수로 태엽을 감는 열쇠가 튕겨져 나오면서 이마를 다쳤어요. 순간, 충격에 번쩍 영감을 얻은 다빈치는 태엽의 풀어지는 힘을 이용해 자력으로 달릴 수 인류 최초의 자동차를 탄생시켰습니다. 마치 어린이 장난감 같기도 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이 차를 오늘날 자동차의 기원이라고 믿고 있어요. 실제 그 모형을 보고 싶다면 다빈치가 타계 직전까지 기거한 프랑스 중부의 아름다운 루아르 강변 근처 클로루세 성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2. 미래주의자(Futurist)의 자동차
Giacomo Balla, Abstract Speed + Sound ( Velocità astratta + rumore ), 1914, Peggy Guggenheim Collection, Venice, Italy.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미래파(未來派, futurism)는 1909년 이탈리아의 시인이자 예술 이론가인 필리포 토마소 마리네티(Filippo Tommaso Marinetti)에 의해 창시된 예술 운동입니다. 과거의 전통을 부정하고 근대 문명이 낳은 속도와 기계를 찬미하는 것을 본령으로 삼았어요. 미래파는 우리가 흔히 받는 느낌처럼 다소 경솔하고, 정력적이고, 전투적이기도 합니다. 🤨 예술과 삶에 대한 주장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탈리아 정치, 그중에서도 파시스트에게까지 흘러들어 가 국가적인 혼란을 초래하였고, 20세기 아방가르드 운동의 시초가 되기도 했어요.
 
1908년, 마리네티는 밀라노 교외에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자전거가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았고, 마리네티는 급하게 핸들을 꺾으면서 도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자동차는 완전히 박살 났지만, 이 기이한 경험이 마리네티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게 됩니다. 도랑에서 빠져나온 그는 속도의 황홀경에 취해버렸고, 빠른 속력을 열렬히 신봉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낡은 자전거가 현대의 자동차에게 돌진하는 모습, 그러니까 전통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모습에서 미래파의 메타포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급진적이고, 광기 어리게 미래파를 주창합니다. “정상 위에 올라, 더 높이 있는 것을 향해 비판을!”

3. 초현실주의자(Surrealist)의 자동차
Salvador Dali, The Fossilised Automobile of Cape Creus, 1936, G.E.D. Nahmad Collection, Geneva, Switzerland.
살바도르 달리가 생각하는 자동차
달리는 운전면허를 따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타고 다니던 캐딜락의 운전대는 아내 갈라가 잡았습니다. 자동차와 친근할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의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르게, 그는 자동차를 자주 묘사했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위 작품에서 달리는 화석화된 자동차와 카탈로니아의 케이프 드 크레우스의 바위를 보여줌으로써, 그 둘을 병치시키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인간들의 발명품인 자동차는 결국 화석 물질과 연결되는데, 달리는 그것을 태고의 시간을 지나온 자연과 인간의 관계로 예민하고 까다롭게 비틀어서 보여줍니다. 1929년 달리는 다음과 같이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가장 완벽하고 정확한 메타포(은유)는 산업에 의해 객관적으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4. 네오-다다(Neo-Dada)의 타이어
Robert Rauschenberg, Automobile Tire Print, 1953, SFMOMA
로버트 라우센버그; 자동차 타이어 프린트
여기 더 까다로운 작품이 있습니다.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움직임, 특히 작가의 예술적 표현에 관해 관념화했는데요. 1950년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추상표현주의를 자극하고자, 라우센버그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적인 라이선스에 관한 모든 것을 행동/그림/인쇄/공연/설치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로어 맨해튼에 있는 스튜디오 밖 도로에 20장의 종이를 바닥에 접착제로 붙인 뒤, 친구인 작곡가 존 케이지에게 외쳤습니다. “조심히, 그리고 일자로 움직여!” 존 케이지는 라우센버그의 요청에 따라 종이 위를 포드 자동차로 일직선으로 운전했습니다. 이것은 과연 예술일까요? 아닐까요? 🛞

수년간 자동차 타이어 인쇄는 모노프린트, 드로잉, 성능, 프로세스 조각 및 인덱스 마크 제작에 관한 탐구 대상이었습니다. 만약 라우센버그가 이 작품에 대해 고민하고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이 현대미술사에 기록된 65년 된 작품은 라우셴버그의 이름과 함께 나란히 있을 수 있었을까요?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요즘 같은 자동화 시대에 무엇이 예술가를 만드는 걸까요?

5. 모터스포츠의 아트카
알렉산더 칼더가 만든 BMW 1호 아트카, BMW
모터스포츠에 예술을 접목하면 어떨까?
이런 상상을 처음 한 사람은 프랑스의 경매 전문가 에르베 풀랭이었습니다. 그는 예술에 조예가 깊었고, 르망 대회에 참가하기도 한 아마추어 레이서였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에겐 당대 최고의 예술가인 알렉산더 칼더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칼더는 모빌의 창시자로 미국 현대미술을 이끈 선구자였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죠.

풀랭은 BMW의 후원을 이끌어낸 뒤 BMW의 1호 아트카 ‘BMW 3.0 CSL’을 타고 르망에 출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BMW의 아트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어요. 현재는 19호까지 발표한 상태이고, 1979년 앤디워홀을 기점으로 프랭크 스텔라, 로이 리히텐슈타인, 제니 홀저, 제프 쿤스 등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상업적인 전시장만이 아니라 루브르, 구겐하임, 상하이 아트 박물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전시하며 모빌리티 산업과 예술이 합작한 새로운 가치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작년엔 BMW가 ‘프리즈 서울 2022’의 공식 스폰서로 참여하며 한국 예술가들과의 협업에도 적극 나설 뜻을 내비쳤는데요. 다음 아트카의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정말 궁금하네요. 😍
한국국제교류재단 아세안 문화원
<아세안 온 더 무브>
아세안 국가들을 여행하다보면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들이 눈에 띕니다. 특히나 태국같은 경우엔 오토바이 천국이라 불릴만큼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베트남 또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많고,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엔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가 훨씬 많이 보입니다. 이처럼 동남아시아에서는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하는데요, 이번 아세안문화원이 준비한 전시는 동남아 각국의 이동수단과 디지털라이프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시각적 체험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일시 | 2022. 12. 15 - 2023. 03. 26
장소 | 아세안문화원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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