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3] 🌋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기

예술가여, 불안에서 벗어나라.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2.12.02 Vol. 103
불안을 줄이는 방법
© Doris Salcedo, Shibboleth, Turbine Hall, Tate Modern, London, UK. Photo by Nuno Nogueira/Wikipedia.
도리스 살세도의 <시볼레스>는 테이트 모던의 홀 바닥에 길게 갈라진 틈을 제작한 작품으로, 인종 혐오와 사회 분열을 상징했다. 작품으로 인해 관객 여러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예술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심리 상태가 있습니다. 바로 불안이에요. 예술(Art)은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기술을 뜻하는 크래프트(Craft)와는 분리되는 용어입니다. 실용과 쓸모의 측면에서 한마디로 예술은 쓸데없다는 것인데, 이 쓸데없는 것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길이자 방법이라면 불안하지 않을 수 없겠죠? 🤦🏻‍♀️

아램이가 지금까지 예술가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눌 때에도 ‘불안’이라는 감정이 내재되었음을 알아챌 수 있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어요. 불안으로 인한 두려움, 공포 때로는 나약함이 직접 드러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그것을 감추거나 방어하기 위해 오히려 날카롭고, 어그레시브하게 자기표현을 하기도 했죠.

세상의 쓸모없는 것들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고,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하는 예술가. 그들의 불안이 조금이라도 완화되길 바라며 불안을 줄이는 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해요. 우리가 예술가에 대해 한걸음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보길 바랄게요.

1. 자연을 보고 느끼기
Vincent van Gogh, The Pink Orchard, 1888, Van Gogh Museum, Amsterdam, Netherlands.
보고, 느끼고, 듣고, 냄새를 맡아 자연과 접촉하는 것은 불안을 잠재웁니다. 자연에 충분히 동화될 수 있다는 것은, 불안은 줄어들고 마음이 한결 정돈되었다는 것을 증명해요.

반 고흐가 처음 화가를 시작할 땐 파리와 같은 화려한 도시에 이끌려 예술과 와인을 마음껏 즐겼지만, 결코 그 광란의 분위기 속에서 오래 지낼 순 없었습니다. 그는 자연 - 태양, 빛, 바람, 그리고 시골의 경치를 원했어요. 그리고 1888년, 아를의 유명한 노란 집(yellow hosue)을 빌려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흐는 들판과 풍경 속으로 들어가 나쁜 대기와 도시 생활의 어려움을 잊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

"나는 다시 자연의 품에 안겨 풍경화를 그리고 있다. 아마 한 달 후에는 작품 몇 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공기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된단다. 너도 이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안타깝다. 맑은 공기 덕분에 나는 자극제를 따로 복용하지 않아도 피가 잘 돌고 신경이 아주 편하단다. 요즘의 내 그림을 받아보면 그것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그려졌는지 너도 알 수 있을 거야."
- 빈센트 반 고흐, 1888년 3~4월

2. 낙천적으로 받아들이기
Norman Rockwell, Girl at Mirror, 1954, Norman Rockwell Museum, Stockbridge, MA, USA.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반응을 통제할 순 없습니다. 타인으로부터 받는 나에 대한 평가, 내 작업에 대해 비판하고 무관심을 절대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순 없죠. 그럴 땐 그 상황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보도록 해요. 부정적이거나 스트레스적인 상황 속에서 밝은 희망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울한 기분과 불안감을 줄여줍니다. 실수를 실패로 보는 대신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보세요. 🫵

미국인의 일상을 이상적이게 묘사하며 “아메리칸드림”을 시각화한 예술가 노먼 록웰. 그는 1894년 뉴욕에서 태어나 10대 때부터 미술을 공부해 어린 나이에 잡지 삽화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1821년부터 주간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서 많은 명성과 부를 얻었어요.

누가 봐도 록웰의 그림은 멋집니다. 하지만 순수예술 보단 대중예술에 가까웠기 때문에 전통적인 미학자들로부터 너무 가볍다는 비판을 줄곧 들었습니다. 또한 록웰의 작업 스타일은 당시 파격적이었어요.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직접 연출해 촬영한 뒤 사진을 따라 그림 그렸거든요. 비평가들은 이 점을 매우 못마땅해했고, 제대로 된 작업이 아니라고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미국의 일러스트 산업에 엄청난 효율성을 높였고(과도한 업무 증가가 생기기도 했지만…), 노먼 록웰을 미국을 대표하는 국민 예술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3.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는 사실 기억하기
Anish Kapoor, Descent Into Limbo, Serralves Museum, Porto, Portugal. Artist’s website.
오래 불안을 겪는 사람들은 닥치지도 않은 일을 심각하게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준비하고, 걱정하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죠. 이런 사고방식은 점점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상황을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주변 환경을 빠르게 둘러보며, 진짜 위협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나는 지금 위험하지 않다. 나는 안전하다.” 

더 나아가 불안감을 가벼운 농담으로 극복해 볼 수도 있습니다.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한 번 와 봐!”, “어디 제대로 덤벼봐!”와 같은 문장을 자신감 있게 외쳐보세요.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

여기, 반대로 불안감이 너무 없어서 일어난 사고가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포르투에 위치한 세할베스 미술관에서 전시 공간 중앙에 설치된 구멍의 작품을 감상하다 60대 남성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어요. 작품의 주인은 인도 태생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 1992년 작인 <림보로의 하강 Descent in Limbo)>은 좁은 정육면체 공간 내부 바닥에 2.5m 깊이의 구멍을 뚫고 그 속을 검게 칠해 깊이를 알 수 없게 만든 작품입니다. 

아니쉬 카푸어는 세상에서 가장 검은색인 반타 블랙을 전 세계에서 예술적 목적으로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 것으로 유명한 작가예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겉으로 나타나는 것이 다 말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작가의 뜻을 전했습니다. 이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불안이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친다고 볼 순 없어요. 불안은 우리를 외부로부터 경계하게 하고,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만드는 일종의 안전벨트 같은 기능을 하기도 하니까요.

4.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The Essence of Dali. Philippe Halsman/Magnum Photos,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Figueres. Chanel.
평온하고 안전하며 선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하게 되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혼자 있고 싶어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때문에 불안이 커지기도 해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고 믿을 수 있는 신뢰가 가는 사람에게 고민이나 걱정을 털어놓아 보세요. 여러 명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한두 명의 친구나 가족 정도로도 충분해요. 🫂

1926년 달리가 파리로 이사 갔을 때, 샤넬은 이미 패션업계에서 유명한 디자이너였습니다. 달리 또한 샤넬과 경쟁 브랜드인 엘사 스키아파렐리와 협업하고 있었기 때문에 패션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죠. 둘은 꽤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깊은 우정을 쌓았습니다.

샤넬은 극장을 좋아했고 발레, 오페라, 연극, 영화 등을 위한 의상 디자인을 했어요. 달리를 소개해 함께 실험적인 의상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달리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직물, 보석, 향수병과 같은 다른 분야들도 탐험했어요. 샤넬 넘버 5 향수병을 오마주 하며 달리 에센스를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샤넬의 독창성은 나의 독창성과는 정 반대였다. 나는 항상 나의 생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반면 샤넬은 본인의 생각을 감추지도 드러내지도 않았다. 대신 샤넬은 그녀의 생각에 옷을 입혔다. 샤넬은 지구상에서 가장 잘 가꾼 몸과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 살바도르 달리

🏛 추천 작품
👩‍🎨 이선화 작가 @artistsunhwa0
<Mindscape>

이선화, Mindscape 1, Acrylic on canvas, 97x130.3cm, 2021

몸 안에 침투되어 생존하며, 삶을 무력하게 만드는 불안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선화 작가는 도시공간을 모티브로 주로 작업하다가 최근 외상사건을 경험한 이후, 기하학적 추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최근 작업인 <Mindscape>는 ‘불안’을 모티브로 합니다.

불안의 감정을 ‘불안의 편린’의 검은 형상들로 드로잉한 뒤, 시트지와 접착 종이를 이용해 불규칙 하면서도 부서진 파편 같은 강렬한 추상 언어를 전개합니다. 그리고 불안을 상징하는 요소들 위에 원형의 반복과 기하학적 요소를 중첩해 새로운 공간적 의미를 창출합니다.

중첩이 반복되며 시간이 쌓여 다층적 공간이 발생하게 된 것처럼, 작가는 일종의 낙서처럼 불안을 느낄 때마다 감정의 분출을 드로잉하고, 커팅기로 형상을 재현하며 불안을 극복합니다. 이것은 욕망을 배설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하고, 정서적·정신적 안정을 찾는 심리적 정화 과정입니다.

지난 호 아트레터를 못 보셨다면?

[Vol.102] 🖌️ 결국, 다시 그림이다
아트램프 | ARTLAMP.ORG
서울 구로구 신도림로 13길 51

다양한 문화 예술 혜택과 이벤트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ART LETTER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