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2 흑인 예술가도 소중합니다.🙌🏿

#BlackArtistsMatter #흑인화가 #호레이스피핀

흑인 예술가도 소중합니다. (#BlackArtistsMatter)

Self Portrait Horace Pippin, 1941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국 전역에서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평화 시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시각 예술계에서도 흑인 예술가는 긴 서양 미술사에서 줄곧 유령 취급을 당해오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트레터에서는 피부색 때문에 마땅히 받아야 할 인정을 뒤늦게 받고, 이젠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흑인 화가”로 불리는 호레이스 피핀을 소개합니다.👨🏿‍🦱🇺🇸

Domino Players Horace Pippin, 1943

호레이스 피핀(1888-1946)은 노예 해방 선언 이후 20년 뒤에 태어나 1,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격동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이것은 노예제도가 얼마나 최근까지 존재했는지를 상기시켜 줍니다. 미국의 흑인 노예 가정에서 태어난 그에게 ‘노예제도’‘인종 차별’ 주제는 어쩌면 자연스레 작품에 스며든 주제였을 수도 있지만 결코 그것만을 다룬 것은 아닙니다. 유럽과 미국의 백인 화가들이 어렸을 때부터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며 그림 연습을 했던 것과는 달리, 피핀의 어린 시절은 예술가적인 삶이 아닌 냉혹한 흑인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흑인으로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그의 예술성에 도움을 주었죠.

Lady of the Lake Horace Pippin, 1936

피핀은 펜실베이니아와 뉴욕을 오가며 자랐고, 15살까지 학교를 다녔습니다. 남들보다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직장을 구했습니다.🏃🏿‍♂️ 탄광, 호텔, 철 주조 공장 등에서 일하면서 쉬는 시간엔 숯이나 달군 나뭇잎으로 그림을 그리며 미술에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전쟁을 묘사한 삽화 일지를 그렸는데, 그것이 그의 가장 초기 작품의 흔적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쟁에서 피핀에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깁니다. 총에 맞아 오른팔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지요.🤕

Victorian Interior I Horace Pippin, 1945

피핀은 전쟁에서 돌아온 뒤, 오른팔을 재활하기 위해 예술에 눈을 돌렸습니다. 그는 왼팔로 오른팔을 받쳐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40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제대로 된 그림 연습을 하다가 1930년대에 그를 잘 표현하는 작품들이 탄생했습니다. 곧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겼고, 그중엔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수집가들도 많았습니다. 그 시기에 피핀은 전쟁과 역사를 주로 그렸으며 자신의 어린 시절, 성서의 장면, 그리고 일상생활과 같이 작품에 대한 주제 또한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1938년, 현대 미술관(MoMA)에 “대중화의 대가(Masters of Popular Paining)”로 전시를 열며 미술계에서 더 이상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습니다.

Self Portrait II Horace Pippin, 1944

피핀의 작품은 ‘나이브 아트(Naive art)'로 분류되지만 그의 삶은 “나이브(naive)”와는 꽤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아웃사이더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처럼 그는 예술가의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미술에 관한 교육을 받아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이 그를 차별화되게 만들었고, 독특한 스타일을 주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피핀은 자기 주도적 학습,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 것, 장애를 보상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이용하는 것, 목재 패널로 작업한 것, 그리고 주류 예술에선 완전히 소외된 주제인 흑인 사회에 대한 몰입이 그를 기념비적인 흑인 천재 아티스트로 만들었습니다.

좋아하는 흑인 아티스트의 작품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여러 해 째 미술계에선 흑인 아티스트들을 부각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인종차별성 발언과 폭력이 계속되고, 차별적인 사회 시스템이 쉽게 바뀌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불평등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소수의 예술을 사랑하고 전파하는 것으로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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