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01] 🪄 디즈니의 숨겨진 색채 마술사

메리 블레어: 월트 디즈니의 컨셉 아티스트
예술이 배달 왔어요💌
2022.11.11 Vol. 101
디즈니의 아트 장인, 메리 블레어


메리 블레어, 신데렐라의 성, 컨셉 페인팅, 월트 디즈니, 1950. Comics Ha.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
지난 10월 16일, 영국 런던 월리스 컬렉션에서 6개월 동안 펼쳐진 <Inspiring Walt Disney: The Animation of French Decorative Arts>가 막을 내렸어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전시는 국내에서도 몇 차례 전시된 바 있죠. 1950년대, 본격적으로 동화를 모티브로 여러 공주 시리즈를 선보이며 선구적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디즈니 뒤엔 숨겨진 예술가가 있었습니다. 🧚🏻‍♀️

바로 디즈니 색채의 마술사라 불리던 메리 블레어(1911-1978)에요. 그녀는 디즈니의 컨셉 아티스트로, 디즈니의 이미지를 영원히 정의한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번 아트레터에서 메리 블레어의 놀라운 재능을 살펴보아요!

1. 메리 블레어, 누구?
Mary Blair. Laughing Place.
1911년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난 블레어는 어린 시절 교과서를 낙서로 가득 채우던 소녀였습니다. ✍️ 20세에 LA 슈이나드 예술 학교(Chouinard School of Art)에서 수채화를 전공하며 장학금을 받기도 했어요. 이후 캘리포니아 수채화 협회에 가입하며 로스앤젤레스 박물관, 샌프란시스코 세계 박람회, 시카고 미술 연구소 등 유명한 장소에서 전시를 열며 경력을 쌓아갔습니다.

1930년대 초, 블레어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했지만 일이 맞지 않아 힘들어했어요. 그녀는 더 많은 자율성을 바랐고, 회화와 일러스트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남편과 주위 동료들은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더 이상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보단 집에서 미술 작업을 권유했어요. 🙅🏻‍♀️

2. 메리 블레어, 월트 디즈니에 입사하다.
말을 못하는 코끼리 덤보의 행동과 표정을 마법처럼 보여준다. Dreaming Dolphin's Atelier.
하지만 그녀의 재능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았습니다. 1930년대 후반, 월트 디즈니에 먼저 입사했던 남편이 자신보다 더 나은 예술가라고 여겼던 아내를 회사로 불렀고, 이후 그녀는 ‘덤보’의 스케치를 맡게 되었습니다. 🐘

그렇지만 여전히 메리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힘들어했어요. 자신의 예술적 비전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어서였죠. 한 달 후, 그녀의 남편은 메리의 마음과 경력을 완전하게 바꿀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디즈니 스튜디오 아티스트 팀과 두 달 간의 남미 투어를 하게 된 것입니다. 블레어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을 포함한 많은 라틴국가들을 여행했습니다. 

3. 터닝 포인트
Georgia O’Keeffe, Series 1, No. 8, 1919, Städtische Galerie im Lenbachhaus, Munich, Germany.
스튜디오로 돌아온 뒤 블레어는 여행 중에 본 열대 풍경에 영감을 받아 흙빛 갈색, 파란색, 회색 등을 더 선명한 팔레트로 교체했어요. 조지아 오키프와 앙리 마티스 등 위대한 현대미술가들처럼, 그녀는 단순한 선과 대조적인 색 조합을 실험했고, 색의 선명함을 살리면서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디즈니는 “블레어는 내가 이전에 들어보지도, 보지도 못했던 색을 알고 있다”라며 그녀의 작업에 매료되었습니다. 😍

또한 그녀는 해외에서 접했던 원주민의 옷과 장식 예술에 영향을 받아 장식적인 배경 안에 인물을 스케치하여 단순하고 추상적이게 표현했습니다. 여행을 하며 경험했던 각 문화의 뚜렷한 “음악, 풍경, 관습, 그리고 사람들”은 그녀의 그림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블레어는 여행의 경험과 자신만의 작업 스타일을 만든 것에 대해 “예술적인 연출과 그림을 예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계획을 갖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4. 컨셉 아티스트
메리 블레어, 신데렐라, 1950, 컨셉 아트, 보드에 과슈 © Disney, The Wallace Collection, London, UK.
디즈니가 가장 좋아하는 컨셉 아티스트가 된 블레어는 그녀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작업을 맡게 되었습니다. 바로 찰스 페로의 신데렐라 리메이크였죠. 블레어는 신데렐라와 차밍 왕자를 포함한 주요 등장인물들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애니메이터 팀에 보내지기 전 스케치로 작업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일하며, 그래픽으로 그림의 아이디어 만드는 것을 돕는다. 그것이 곧 모든 것의 시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블레어는 이렇게 디즈니 영화의 미학을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작업 방식도 바꾸었습니다. 이전 컨셉 아티스트들과 달리, 그녀는 애니메이션의 분위기, 팔레트, 캐릭터 스타일링, 움직임 등을 연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5. 마법같은 활약
신데렐라 변신 장면
디즈니가 가장 사랑하는 장면인 ‘신데렐라의 누더기 옷이 나선형의 반짝이는 별들에 둘러싸여 아름다운 드레스로 탈바꿈’하는 씬은 어른이 된 지금 보아도 꿈을 꾸는 것처럼 감동이 있습니다. 🥹

이후 블레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951), 피터팬(1953) 등을 작업했고, 마치 그녀의 손에서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그림을 통해 몽환적이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었습니다.

6. 창작의 조건
프랑스 디즈니랜드
1953년, 드디어 블레어는 디즈니 스튜디오를 떠나 전문 화가를 선언하였으며 아동 도서 삽화 작업에도 참여했습니다. 디즈니에서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프리랜서로 계속 협업하길 원했고 마지막엔 디즈니랜드의 랜드마크가 된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성을 디자인했습니다. 🕍

메리 블레어에게는 초기부터 일관된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것 말이에요. 디즈니와 함께 일하면서 그녀는 미술, 일러스트, 그리고 스토리텔링까지 결합할 수 있는 자신만의 독특한 포지션을 만들어냈습니다. 👩‍🎨

자신의 창작욕을 회사의 프로젝트에 기꺼이 쏟았던 블레어는 디즈니에서 자신이 이룰 수 있었던 일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일에 대해 무제한을 느꼈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 그것은 단지 능력의 문제이다.”

🏛 추천 전시
📍 라 카페 갤러리
<아이들은 놀라워라>


“아이는 부모의 몸을 타고 여기 왔으나 온 우주를 한껏 머금은 장엄한 존재이다. 아무도 모른다. 이 아이가 누구이고, 왜 이곳에 왔고, 그 무엇이 되어 어디로 나아갈지. 지금 작고 갓난해도 아이는 이미 다 가지고 여기 왔으니.”

지난 20여 년간 세계의 높고 깊은 곳을 유랑하며 전하고픈 이야기, 사람들의 간절한 속삭임을 화각에 담은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입니다. 지구마을 '아이들'의 모습을 37점의 흑백사진과 글로 담은 전시는 흑백 이미지를 뚫고 나오는 강인함과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일정: 2022. 09. 30 - 2023. 10. 01
장소: 라 카페 갤러리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28)
작가: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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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00] 🟦 예술가들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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