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8] 3만 시간 수련한 화가, 너의 이름은

🍃 마지막 30년을 수련과 함께한 모네



모네의 수련 연작

Claude Monet, The Water Lilies: Green Reflections, 1915-26, Musee Orangerie, Paris, France.
얼마 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개인 소장 미술품들의 베일이 벗겨졌습니다.피카소, 샤갈자코메티의 작품 등 소장품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 미술계가 깜짝 놀랐는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모네의 수련. 모네가 인생 후반부 30년을 꼬박 바쳐 그린 250여 점의 수련 연작 중 한 점일지도 모를 영롱한 작품을 삼성이 소장하고 있었다뇨…✨

향후 이 소장품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한데요. 이번 아트레터에선 미술애호집단인 삼성가에서도 소장하고 싶었던 만큼 훌륭하고 위대한 작품, 모네의 수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Claude Monet, Haystacks, end of Summer, 1891, Musée d’Orsay, Paris, France.
‘빛이 곧 색채다’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고수한 클로드 모네는 한 장소에서 다른 시간, 다른 조명, 다양한 날씨와 계절을 반복적으로 그렸습니다. 무려 1880년대부터 1926년 그의 생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죠.

건초더미(Haystacks)는 이 기법을 세상에 알린 첫 전시였습니다. 1891년, 15개의 연작을 전시했고, 이는 미술사에 참신함을 일으키며 모네라는 화가에 이목을 집중하게 한 큰 돌파구였습니다. 이후에 루앙 대성당이랄지, 베니스 같은 작품 시리즈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모네는 흔들림 없이 한점 한점 그림을 그려나갔습니다.🎨

실제 모네의 정원에 있는 수련 [사진 출처: Pinterest]
삶에 전환점이 된 지베르니에 이사한 후, 모네는 정원에서 그림을 그리는데 주력했습니다.🏡 감미롭고 푸른 이 야외 공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양한 빛이 쏟아지며 모네를 작업에 몰두하게 했습니다.

Claude Monet, The Water-Lily Pond, 189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UK.
이사한 지 10년 후, 모네는 일본에서 영향을 받은 물의 정원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정원에 강물을 대며 꽃, 덤불, 나무들을 배치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식 목조 다리도 세웠죠. 그가 사랑한 연못에는 수련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렇게 해서 정원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었죠.💐  

Claude Monet, Reflections of Clouds on the Water-Lily Pond, c. 1920,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Y, USA.
1908년, 모네는 수련 연작을 전시하기 직전에 작품 15점을 찢어서 파괴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다시 보자 불만족스러워서 작품을 공개하는 것보다 없애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의 끝에 모네는 백내장을 앓고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련을 꿋꿋이 그려냈습니다. 백내장 환자는 유독 붉은빛을 강렬하게 인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모네가 말년에 그린 수련은 붉은색이 가득합니다. 어느 것이 잎이고, 어느 것이 물인지 형체를 구분하기도 어렵습니다.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 연못에서 모네 [사진 출처: Vancouver Courier Newspaper]
어떤 시련이나, 흔들림이 와도 뚜벅뚜벅 걸어가며 자신의 일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부여잡은 모네. 그의 작품이 가치 있는 건 단연 아름다워서만이 아닌, 그가 겪은 인고의 시간이 작품 속에 녹록히 녹아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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