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34] 🥔 지극히 평범한 아름다움: 감자를 향한 시선

일상에 감춰진 감자의 발견.

2023.08.25 Vol. 134

호안 미로의 <감자>, 파란 하늘과 갈색 땅 사이에 한 여성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다. ‘감자’가 자라기 위해 자연-인간-신이 하나가 됨을 표현했다.
🙋🏻‍♀️ 안녕하세요, 아램이에요!
우리 주위에는 늘 아름다움이 숨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종종 우리가 상상조차 못한 곳에서 찾아져요. 그 중 하나가 오늘 소개할 '감자'입니다. 🥔

이른 아침의 주방에서 감자를 꺼내 놓는 순간, 그것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그 단순한 형태는 자연의 조화로움을 상기시키며, 흙을 품고 자라난 아름다움이 묻어납니다. 예술가들은 이런 평범한 물건에서도 영감을 얻어 특별한 미적 의미를 찾았어요. 감자의 형태와 곡선, 땅에서 파죽지세로 뻗은 모습은 독특한 시각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러한 평범한 소재는 우리가 삶에서 흔하게 지나치는 것들이 종종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줘요. 이번 아트레터에선 지극히 평범한 감자에 담겨 있는 미적 의미를 탐구하며, 우리의 시선을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새롭게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아요!

정체성과 문화
Peruvian potato-shaped vessel, 450-600 CE, Yale University Art Gallery, Connecticut, USA
평범하지만 영양이 풍부한 감자는 8,000년 전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작물입니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신항로 개척 이후 유럽에 들어왔고 청나라, 러시아 등 전 세계로 퍼져 현재는 글로벌 식재료가 되었죠. 매쉬드 포테이토, 포테이토 칩, 감자튀김, 해시브라운, 뇨끼, 수프 등 이제는 술까지 만들며 모든 나라에서 친숙한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안데스 산맥이 원산지인 감자는 마야·잉카인들의 식량 공급에 중요한 자원이었어요. 특히 이상한 모양의 감자인 악소마마(잉카 신화에서 감자의 여신)를 숭배하고 좋은 수확을 구걸하며, 죽은 자와 함께 감자 조각을 묻어 마을의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이 문화가 유럽에 전해지면서 유럽인들은 감자가 땅속에서, 그것도 시체와 함께 자란다며 ‘악마(사탄)의 채소’로 여겨 먹기를 거부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선 하늘을 숭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하늘에 가까운 수확물일수록 신성하고 좋은 것으로 여겨졌죠.

감자의 보편화와 아일랜드 감자 기근
Robert Muller, The King Everywhere (Frederick the Great of Prussia examines the potato harvest), 1886, German Historical Museum, Berlin, Germany.
프로이센(독일)은 감자가 주로 돼지 사료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1774년, 대기근이 발생하면서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를 구황작물로 심으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농민들은 “강아지조차 먹지 않는 것을 어찌 먹겠느냐?”며 항의했고, 감자를 불에 태우거나 강에 버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프리드리히는 감자를 자신의 식탁에 매일 올리며 백성들에게 재배와 섭취를 장려하고자 노력했어요.

그러나 감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에, 프리드리히는 꾀를 내어 "감자는 귀족만 먹을 수 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근위병을 동원하여 감자밭을 꾸미고 보호하게 하자, 밤에 농민들이 감자를 훔쳐가기 시작했습니다. 병사들은 상황을 알면서도 못 본 척하며, 오히려 도둑질을 유도했죠. 이로써 농민들이 감자를 키우기 시작하며 프로이센 전역에 보급되었고, 프리드리히 2세는 "감자 대왕"이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

Robert Colquhoun, The Potato Diggers, 1946, Aberystwyth University School of Art, Wales, UK.
19세기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식량 반출로 인해 고통받았습니다. 좋은 식량은 모두 외부로 빠져나갔고, 소작농들은 감자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중 감자 역병으로 수확이 줄어들자 아일랜드는 대규모 기근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장기적 재앙  하나로, 인구  1/4인 1백만 명이 사망하고 다른 1백만 명은 신대륙으로 이주했습니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변화를 겪게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영향을 받고 있어요.  시대의 사건은 아일랜드의 인구와 역사에  흔적을 남겼으며,  중심에는 감자와 식량 부족이 있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와 심볼리즘
Vincent van Gogh, The Potato Eaters, 1885, Van Gogh Museum, Amsterdam, Netherlands.

‘감자’하면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그림,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입니다.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한 가정이 식탁에 모여 저녁을 먹는 장면을 그렸어요. 작은 등불 아래에서 커피와 찐 감자만을 먹는 서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지친 표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반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일상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묘사하며, 그들의 인간성과 삶의 진실성을 감정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시 평론가들은 이 그림을 싫어했지만 고흐 자신만큼은 좋아했습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등불 아래서 감자를 먹는 사람들이 접시에 넣은 바로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Vincent van Gogh, Still Life With Potatoes, 1889, Kroller-Muller Museum, Netherlands.
4년 뒤 그린 이 작품은 밝은 색채와 두꺼운 붓질을 통해 반 고흐의 특유의 화풍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감자는 당시 사회의 하류 계층을 상징하면서도, 그들의 삶과 노력을 나타냈습니다.

감자 튀김 & 피쉬 앤 칩
David Hockney, Fish and Chip Shop, 1954, private collection. Christie's.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프랑스식 감자튀김을 자국에 소개한 이후로 미국에서 감자튀김은 인기가 치솟았고, 미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스낵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프렌치프라이와 해시 브라운이 특히 많이 소비되며, 미국인들은 연간 평균 1인당 62kg의 감자를 섭취한다고 해요. 이 소비량의 약 35%는 감자튀김, 11%는 포테이토 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피시 앤 칩스 가게>는 호크니가 브래드퍼드 미술학교에 다니던 시절, 동네의 피시 앤 칩스 가게였던 '더 씨 캐치'의 주인에게 선물한 작품입니다. 작품에선 가게 주인 부부와 호크니가 카운터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호크니는 학교에서 공부하던 시기에 저녁 늦게 이 가게를 방문하며 피시 앤 칩스를 사 먹곤 했어요. 1954년, 부부에게 감사의 표시로 그림을 그려 선물했고, 수년 동안 튀김기 위에 그대로 전시되었다고 해요. 호크니는 그림을 통해 미국의 소소한 일상과 문화를 담아냈습니다.

아방가르드 감자
Jacqueline de Jong, Pommes de Jong - eariings, 18k gold on dried potato, 2012

아방가르드 예술가 재클린 드 종(Jacqueline de Jong)은 감자를 소재로 한 독특한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녀는 1960년대에 유럽 아방가르드 네트워크에 참여하며 예술과 정치를 결합한 활동을 펼쳤으며, 감자를 예술 작품으로서 승화시키는 독창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


최근에는 '   '시리즈를 작업하며 말린 감자와 감자 싹을 플래티넘과 골드 주얼리로 주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이를 통해 감자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예술적으로 해석하고 재창조하며독창성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요재클린  종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유연하게 활용하며그녀만의 독특한 시각과 예술적 표현을 통해 감자를 예술 작품의 주요 소재로서 사용하여 현대 예술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아티스트 소개
구나현 작가
어느 서평가의 최후, 50x65cm, Oil on paper, 2021 © 구나현

구나현 작가(@k900)가 그리는 '평범한 사람들' 오늘 우리가 이야기  ‘평범한 감자' 유사한 느낌을 줍니다작가는 주변의 평범한 얼굴을 통해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과 욕망불안을 반영하며 공감을 일으킵니다우리는 타인에게 완벽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만 모두 부족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작가는  모순을 통해 인간성과 공통성을 강조합니다평범함 안에서 특별함을 찾고개인에게서 보편성을 발견하며 독특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욕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