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도 인기 있는 북독일의 관광지인 뤼겐을 그린 <Chalk Cliffs on Rugen (뤼겐섬의 백악암)>. 1818년 여름, 신혼여행 중 그린 그림으로 왼쪽의 여성은 프리드리히의 아내, 중앙에 있는 남성이 프리드리히 본인이다. 옛 독일 의상을 입은 오른쪽 남자는 자유주의 민족주의자들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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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더운 여름이지만, 하늘이 예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들이 자주 찾아오곤 합니다. 높이 펼쳐진 하늘과 자연의 아름다움은 언제나 우리를 매혹하고 감동시키는데요. 이런 자연 속의 아름다움을 전폭적으로 표현한 예술가 중 한 명이 있습니다. 바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디리히입니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디리히는 19세기 독일의 화가로, 낭만주의 풍경화의 대표적인 예술가로 꼽힙니다. 그의 작품들은 아름다운 풍경과 자연을 투영하고, 색감과 감성적인 묘사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또한 단순히 그림을 보는 즐거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서 우리의 내면에 있는 풍경과 정서와도 깊은 대화를 이끌어냅니다. 🗯️
이번 아트레터에서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디리히의 작품들과 그의 삶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낭만주의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풍경화의 판도를 바꾼 화가
Caspar David Friedrich, The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1817-1818, Hamburger Kunsthalle, Hamburg, Germany.
1774년 독일, 엄격한 루터교 신자였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밤하늘, 아침 안개, 황량한 나무, 고딕 양식 건물을 배경으로 명상적인 인물의 실루엣이 담긴 풍경화를 주로 그렸습니다. 그림 속 장면은 매우 신비롭고 고요한 분위기를 내고 있어요. 당시 최하위 장르로 간주했던 풍경화 장르를 강렬하고 감성적인 초점으로 바라보며 풍경화의 판도를 바꾸어 놓은 사람이 바로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였습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초상화 뒤의 공간을 채우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가 중심 무대였어요.
종교적 상징을 담은 작품
Caspar David Friedrich, The Cross in the Mountains, 1808,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Dresden, Germany.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화가로 활동하던 초기에 드레스덴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에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티끌 없이 정돈돼 있는 깔끔한 공간에 <산속의 십자가> 작품이 눈에 띄는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화려한 금빛 프레임은 이 작품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프리드리히가 직접 구상한 뒤 친구 조각가에게 특별히 제작을 맡겨 제단, 포도 등 종교적 상징들이 조각되었죠. 🖼️
작품 전체가 제단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으며, 그래서 ‘테첸 제단화’라고도 불립니다. 당시 기독교에서 사용되는 성화가 인물이나 십자가가 아닌 순수한 풍경만을 표현한 것은 미술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화가이자 미술 비평가인 프란츠 게르하르트 폰 퀴겔겐의 부인 마리아 헬레네는 당시 전시회 분위기를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평소에 큰소리로 떠들던 사람들까지 교회에 들어선 것처럼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소란한 분위기를 장악하고, 시선을 사로잡으며 숨 막히게 하는 그것. 바로 이 성스러운 그림이었습니다. 그림 속에서 십자가는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마치 지나가면서 하늘이 예뻐 사진을 찍었는데 마침 거기 십자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영원한 세계를 뜻하고 있는, 석양을 통해 내리쬐는 광선입니다. 또한 산은 움직이지 않는 믿음을 상징하고, 전나무는 희망을 표현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신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였어요. 오, 낭만! 🌄
비극으로 가득했던 삶
Caspar David Friedrich, Moon Rising over the Sea, 1821, Alte Nationalgalerie, Berlin, Germany.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많습니다. 그 뒷모습이 쓸쓸하고 고독해 보이기도 해요. 그는 작품을 통해 죽음과 내세에 대한 표현을 하곤 했는데, ‘죽음’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데에는 개인적인 비극이 영향을 끼쳤습니다.
10남매 중 여섯째였던 프리드리히는 7살 때, 어머니 소피를 잃었습니다. 1년 후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사망했고, 1791년에는 둘째 여동생 마리아가 발진티푸스로 사망했어요. 그리고 그의 생에서 가장 비극적이었던 사건이 1787년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13세였던 그의 동생 요한 크리스토퍼가 얼어있던 호수의 얼음이 깨져 익사하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사고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가 먼저 위험에 처했었고, 이를 발견한 동생이 형을 구하려다 사망한 것이라 그의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이후 그는 삶 전체에서 우울증, 대인기피증, 자살 충동 등을 겪었으며, 우울한 성향과 종교성이 짙은 풍경화를 그리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상징성을 잘 표현한 대가
Caspar David Friedrich, Woman at a Window, 1822, Alte Nationalgalerie, Berlin, Germany.
“화가는 눈앞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내면에 보이는 것도 그려야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리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그림은 병자나 죽은 사람만 보이는 병풍과 같은 그림이 될 것입니다."
창가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은 화가의 아내인 캐롤라인입니다. 그녀는 창문을 통해 포플러 나무숲과 돛대가 드러난 엘베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텅텅 비어보이는 화실 내부는 생기가 없고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프리드리히는 창문이라는 소재를 이용해 실내와 실외, 사회적인 속박과 그 너머의 자연 즉, 미지에 대한 동경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 또한 여성처럼 이쪽에 몸을 둔채, 더 넓은 저 편의 무한을 상상하고 갈망하게 됩니다.
프리드리히의 예술적 도전과 논란
Caspar David Friedrich, The Monk by the Sea, 1808-1810, Alte Nationalgalerie, Berlin, Germany.
이 그림은 프리드리히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시대를 앞서나간 작품입니다. 풍경화의 전통적 특징이었던 깊이감을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았고, 눈의 초점을 맞출 만한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아 황량하고 공허한 풍경 그 자체가 그려져 있습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와 하늘이 무한한 자연과 신의 존재 앞에 서 있는 수도승의 왜소하고 약한 모습을 강조합니다. 프리드리히의 이러한 도전은 풍경화를 서양 미술의 주요 장르로 격상시키는 데 기여했고, 에드바르 뭉크, 막스 에른스트, 르네 마그리트, 마크 로스코,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프리디리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를 둘러싼 논란이 일어났습니다. 1930년대에 그의 작품이 나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데 사용된 것이었죠. 그 이유는 ‘독일인의 의식과 감성이 잘 드러난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특히 히틀러가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무척 좋아해서, 많은 예술가들을 퇴폐 예술가로 낙인찍어 탄압할 때에도 프리드리히의 예술은 나치의 보호 아래 열렬한 조명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의식적으로 묻히게 되었고, 독일 안팎에서 의도적으로 기피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명예는 1972년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프리드리히의 작품을 조명하는 대형 전시회가 열리고 나서야 회복할 수 있었고, 비로소 국제적 명성을 되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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